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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와 구 동독지역의 구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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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08 23:17:14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이룬 지도 어느덧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간에 많은 화합을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두 지역의 격차는 물론, 알게 모르게 갈등과 차별도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이 격차는 축구계에서도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부분이죠.

 

통일 전 동독에는 오베르리가라는 별도의 리그가 있었습니다. 사실은 분단 전 독일에 축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부터 독일 1부리그의 명칭 자체가 오베르리가였고 분단 이후로도 서독과 동독 양국 모두 오베르리가라는 축구리그의 명칭을 유지하다가 서독이 1963년 분데스리가를 창설한 반면, 동독은 오베르리가를 통일 전까지 유지했죠. 이 동독 오베르리가를 DDR-오베르리가라고 명칭하였는데 DDR은 동독의 정확한 명칭인 독일민주공화국(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의 약자이고 오베르리가의 오베르(Ober)는 영어로는 Top와 같은 단어죠. 통일 이후 1부리그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든 BFC 디나모, 디나모 드레스덴, FC 막데부르크, 로코모티브 라이프찌히(2004년 파산으로 해체 후 재창단한 팀으로 RB 라이프찌히와는 관계없음)과 같은 팀들이 과거 DDR-오베르리가의 대표적인 강팀으로 이름을 떨쳤던 기록이 남아있죠.

 

통일 직후인 1990/91시즌에는 NOFV-오베르리가라는 임시리그가 개최되는데 동독구단들을 분데스리가로 편입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리그로서 14개 구단이 참가해서 1,2위는 1991/92시즌 분데스리가 1부리그 편입 및 유로피안컵 진출권, 3~4위는 분데스리가 2부리그 편입 및 UEFA컵 진출권, 5~6위는 2부리그 편입, 그 이하로는 2부리그 편입을 위한 플레이오프 진출권 등이 주어져 기존의 서독리그에 편입이 되었고 이 NOFV-오베르리가 자체는 1991/92시즌부터는 독일 3부리그가 되어 남은 동독구단들과 기존 서독 하부리그 구단들이 리그를 이루게 되었죠. 이후 오베르리가는 새로운 3부리그 격인 레.기오날리가의 창설로 4부리그가 되었다가 2008년 3.분데스리가를 창설하며 3부리그까지 세미프로화 시킨 후로는 5부리그가 되어 역사가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통합리그 원년에 1부리그에 합류한 두 동독구단이 디나모 드레스덴과 한자 로스토크였습니다. 그러나 한자 로스토크는 한 시즌 만에 2부리그로 강등되었고 이후로도 가끔 승격하는 동독구단들이 한 시즌을 버티지 못하고 강등되기 일쑤.. 그나마 디나모 드레스덴이 끈질기게 몇 시즌을 버텼으나 네 시즌 만에 끝내 강등을 피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강등되면서 프로 라이선스를 갱신하지 못해 2부리그가 아닌 3부리그 격인 레.기오날리가로 강등되고 말았죠. 아무래도 서독 출신 구단들과 동독 출신 구단들의 재정적 차이는 극심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동독 구단들이 서독 구단들 사이에서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던 중 희망을 보였던 팀이 한자 로스토크인데 통합원년 이후 90년대 중반 재승격에 성공하여 상위권의 성적으로 과거 존재하던 UEFA 인터토토컵 출전권까지 얻는 등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고, 아무튼 1부리그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으면서 거의 10시즌 가량을 1부리그에 머무를 수 있었죠. 그 배경으로서는 한자 로스토크의 연고지인 로스토크는 독일 동북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지역으로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상당히 근접하게 위치한 도시인데.. 이러한 점을 이용해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지역의 선수들을 꾸준히 지켜보며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저렴한 가격에 스카우트 해올 수 있었고, 또 이 쪽 지역 선수들은 보통 피지컬적으로 강점이 있어 분데스리가에 무난히 적응하는 경우가 많아 재미를 많이 볼 수 있었죠.

 

뒤이어 1부리그에서 두각을 보인 동독 출신의 구단으로서 에네르기 코트부스가 있습니다. 90년대 후반 승격하여 1,2부리그를 오가며 10년 이상 상위리그에서 버텨왔던 팀인데.. 이 구단은 주로 동유럽 지역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또 저렴하게 스카우트 해오면서 재미를 많이 보았죠. 결과적으로 한자 로스토크나 에네르기 코트부스나 서독 출신 구단들과의 직접적인 스카우트 경쟁을 피해 다른 루트를 개척해서 가성비로 승부를 본 것인데요..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독일축구의 유소년 육성정책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며 독일 국적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또 과감하게 선수보강에 대한 지출규모를 늘리는 구단도 하나둘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이 동독구단들의 가성비 정책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2000년대 중반까지 1부리그에서 동독축구의 자존심을 지키던 한자 로스토크는 2007/08시즌을 끝으로, 또 에네르기 코트부스는 2008/09시즌을 끝으로 1부리그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지금은 한자 로스토크는 3부리그, 또 코트부스는 무려 4부리그까지 추락하여 과거와는 거리가 먼 위치에 머물고 있죠.

 

이후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서 동독구단이 자취를 감추는 시기가 꽤 길어졌는데요.. 그러던 중 등장한 팀이 바로 RB 라이프찌히죠. 이 구단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결성되었으며, 어떻게 분데스리가 1부리그까지 연착륙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제는 유럽축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대략적으로 알고 있을만한 주제일텐데요.. 사실 또 이걸 다 서술하자면 너무 길어져서.. 아무튼 2016/17시즌 1부리그 무대에 발을 들인 뒤 곧바로 신흥강호의 대열에 합류하여 네 시즌 간 챔피언스리그에 3회, 유로파리그에 1회 출전권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죠.

 

라이프찌히의 평균 관중은 승격 후 꾸준히 42,558명을 기록하며 리그 중위권 수준인데 이 것은 라이프찌히의 홈 경기장인 레드 불 아레나의 수용인원이 최대 42,558명이기 때문입니다.. 통일 후 구 동독지역의 대표적인 대도시라고 볼 수 있는 라이프찌히를 연고로 삼은데다가, 팬베이스가 사실상 구 동독지역 전역으로 뻗혀져 있어 사실상 동독축구의 자존심으로 떠오른 상황이죠. 물론 구 서독지역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 구단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편이고, 또 구 동독지역 축구팬 중에서도 좋지 않은 여론이 분명히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50+1이라는 규정이 있고, 또 축구단이 팬과 시민의 소유라는 인식이 강한 분데스리가에서 예외나 편법이 적용되어 외부의 손길이 구단을 지배하는 소위 '기업구단'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좋지 않은 것이 보통입니다. 1899 호펜하임, VfL 볼프스부르크와 같은 구단들은 타 구단 팬들이 '독일축구팬의 절반은 안티'라는 바이언보다도 더 싫어하는 팀들이죠.. 그렇지만 라이프찌히의 경우 아무튼 그간 구 서독지역 팀들에 비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던 분데스리가에서 당당히 최상위권의 위치에서 경쟁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자금력까지 받혀주기 때문에 구 동독지역 축구팬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그렇다면 이 외의 구 동독출신 구단들의 현 상황은 어떨까.. 우선 구 동독시절 동베를린을 연고로 하던 유니온 베를린이 올 시즌 1부리그에 승격하여 얼마 전에는 헤르타 베를린과 1부리그에서의 역사적인 동-서베를린 더비를 치루었습니다. 유니온 베를린의 홈구장에서 펼쳐진 이 경기는 유니온 베를린이 경기 막판 얻은 패널티킥 득점으로 승리하였는데요.. 통합 이후 주로 3부리그에 머물다가 2010년대 2부리그로 승격한 뒤 무려 10여년 간 존버하며 버티다가 끝내 승격에 성공한 사례죠. 현 1.분데스리가에서 가장 가난한 팀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이런 중소형 승격팀 특유의 끈끈함으로 버티며 강등권 근처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원년 1부리그 합류 구단이던 디나모 드레스덴은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2부리그와 3부리그를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1부리그 승격과는 꾸준히 거리가 멉니다. 최근 네 시즌 간 꾸준히 2부리그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1부리그 승격과 거리가 가까웠던 시즌은 딱히 없었고 올 시즌은 시즌의 1/3이 진행된 가운데 최하위로 쳐지며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죠. 이 외에는 에네르츠비르게 아우에처럼 2부리그 지박령 신세라도 이어가면 다행이고 대부분은 2~4부리그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1980년대 6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동독축구의 최고명문구단 역할을 하던 동베를린 연고의 BFC 디나모는 2000년대 이후로는 4~5부리그를 왔다갔다하는 상황에 있죠.

 

결과적으로 구 동독축구의 명문구단들은 통합 이후 대부분 서독 출신 구단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하부리그에서 연명하고 있는 상황.. 그러던 중 특수한 배경으로 인해 서독의 최상위 구단들과 자금력으로 승부가 되는 신생팀 RB 라이프찌히가 구 동독지역 축구팀 중 대표주자로 떠오른 상황으로 볼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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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1-08 21:51:03

이런글은 추천을 해야 

Updated at 2019-11-08 21:57:22

RB라이프치히는 구단경영진이나 선수진보면 걍 무늬만 동독이고

서독팀이 동독에 체인점 낸 느낌밖에 안 납니다

 

한국으로치면 평양에 넥슨이 축구단 창단했는데

감독부터 선수들이 죄다 남한선수들로 채워진거랑 비슷한 느낌

 

그나저나 동독선수하면 생각나는건 옌스 예레미스 

 

Updated at 2019-11-09 00:27:47

선수 중에서는 발락도 있습니다

2019-11-09 07:04:54

크로스가 마지막 동독 출신이죠

2019-11-13 15:36:55

전국구로 키우는데 성공했으니 차차 지역선수 수급에도 신경쓰겠죠.

Updated at 2019-11-09 08:54:48

동독리그 팀들 중 (다소 논란이 있지만..)리그 10연패를 했던 디나모 베를린이란 팀도 있던데, 이 팀은 부활이 좀 힘드려나요

2019-11-08 21:58:19

자금력에서 서독에 넘사벽으로 밀리는지라

Updated at 2019-11-08 22:34:55

다른 유럽 국가들은 확실히 수도에 하나씩 강력한 구단들이 있기 마련인데 독일 같은 경우는 베를린이 동독 쪽에, 그것도 베를린 자체는 또다시 분단이 되어 있다 보니까 수도에 강한 구단이 크기 어려웠죠. 분데스매니아에 이거랑 관련해서 좋은 글 봤던 기억이 나는데 글을 찾을 수가 없네요. 여튼 베를린 연고 팀 중에서 제일 강한 헤르타도 해외 자본 유치하고 몸 불리기 시작한 지 채 2-3년도 되지 않아서.. BFC 디나모를 포함한 베를린 연고 구단이 마이스터샬레를 들려면 아직도 한참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2019-11-08 22:37:44

그리고 따지자면 헤르타도 서독 쪽인 분데스리가에 참여했던 팀이라 엄연히 따지면 동독 팀이 아니기도 하고요. 이거 관련해서 어떤 선수도 위험지대인 베를린으로 가고 싶어하지 않아해서 매수로라도 선수 데려오려고 했던 안습한 역사가 있죠 ㅋㅋㅋ

OP
2019-11-08 22:48:56

글에도 간략히 언급한 BFC 베를린이 바로 이 구단인데 지금은 4~5부리그 왔다갔다하는 군소구단으로 전략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무리죠..

Updated at 2019-11-09 09:13:16

디나모 베를린은 현재 regional 리그에 잇습니다. 홈경기 보고 온적 잇는데 regional에 잇음에도 불구라고 팬들은 여전히 많더군요

2019-11-08 22:07:43

잘봤습니다.

초반에 90-91 동독리그 유로피언컵 티켓부분은 1위 1팀인것 같네요. 1위 유로피언컵, 2-3위 uefa컵인데 2위팀이 징계라 실제로는 3-4위팀이 참가한것 같네요.

OP
2019-11-08 22:52:48

네 저는 2위팀 디나모 드레스덴의 유로피안컵 진출권이 징계로 박탈된 것으로 해석을 했었는데 잘못 해석을 한 것 같습니다.. 유로피안컵 진출권은 1위팀에게만 주어지고 2~3위팀의 UEFA컵 진출권이 3~4위팀으로 넘어간 것 같네요..

2019-11-08 23:07:44

추천을 안할수가 없는 글이네요

2019-11-09 01:02:57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19-11-09 01:03:29

11월 2일인가 베를린 더비에서 큰 난리가 났다던데 기사 제목만 봐서 무슨일 있었나요? 사진은 홍염이랑 난리던데 ㄷㄷ

OP
2019-11-09 10:50:44

큰 사건은 아니고 후반전 킥오프 과정에서 양 팀 서포터들이 터트린 폭죽 일부가 경기장으로 날아들어 5분 정도 경기가 중단되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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