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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주요 구단들의 재정규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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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24 14:29:40

우선 이번 글의 중심이 될 소위 '기업구단'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분데스리가 고유의 규정인 50+1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는 구단지분의 50.1%는 구단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되고 49.9%까지만 외부세력의 소유를 허용하는 것인데요.. 예로서 FC 바이에른 뮌헨의 지분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FC 바이에른 뮌헨 eV(등록협회)에서 75%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아디다스, 아우디, 알리안쯔가 각 8.33% 씩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과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여 의결권을 가지기 때문에 외풍에 의해 구단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또 최대 49.9%까지는 외부자본의 개입을 허용함으로서 외부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길 역시도 열어둔 것이죠.

 

바이언의 경우 지난 2014년 알리안쯔에 구단 지분 8.33%를 매각하면서 1억 1,000만유로를 벌어들였습니다. 이렇게 지분 자체도 큰 현금가치가 있어 구단 입장에서 급전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다 지분을 사들인 외부세력은 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구단에 투자를 감행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분데스리가 역시도 외부자본의 개입 자체가 막힌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죠. 실제 아디다스가 지금까지 바이에른 뮌헨 구단에 투자한 비용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이고 아우디는 기존에 연간 35 mio 씩을 지불하던 스폰서쉽 계약을 최근 10년 간 연장하며 연간 50 mio, 총액 500 mio 규모의 대형계약으로 갱신하기도 했죠.

 

다만 분데스리가가 빅리그임에도 상대적으로 외부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덜 한 이유는 아무리 투자를 해도 결국 구단의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그러나 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방법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애초에 창단과정에서 예외가 적용된 경우.. 분데스리가가 출범 이전, 즉 50+1 규정 자체가 없던 먼 옛날, 공장직원들의 복지활동을 위해 창립된 것이 프로축구단으로 발전한 바이엘 사의 바이엘 04 레버쿠젠이나 폴크스바겐 사의 VfL 볼프스부르크 등이 이에 해당하죠.

 

그리고 둘 째, 또 한 가지 공식적인 예외가 적용되는 케이스로 외부투자자가 20년 이상 구단에 지속적으로 공헌해왔음이 인정되는 경우 50+1을 면제해주는 특별한 조항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현재까지 이를 인정받은 경우는 1899 호펜하임의 디트마 홉 밖에 없습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창업자로 어린 시절 자신이 유소년 선수로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기도 했던 고향팀을 성공한 기업가가 된 이후 지속적으로 후원해온 끝에 그 자격을 인정받은 사레죠. 현재 96%의 지분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하노버 96의 회장으로 오랜 기간 재직해왔고 또 분데스리가의 대표적인 50+1 폐지론자이기도 한 마틴 킨트가 2017년 경부터 자신이 이 규정에 부합한다며 두 번째 예외를 적용받은 뒤 컨소시움을 구축해 구단을 장악하기 위해 분데스리가 측과 지속적으로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일단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 발 물러난 상황이기도 하죠.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바로 편법을 이용하는 경우인데 RB 라이프찌히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경우는 추후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전형적인 '기업구단'인 바이엘 04 레버쿠젠과 VfL 볼프스부르크는 대기업을 등에 업은 만큼 재정규모가 거대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안정적인 편인데요.. 레버쿠젠의 경우에는 선수를 키워서 적당한 가격에 매각하고, 또 재투자해서 유망한 자원을 사들여 또 키워서 매각하고.. 이런 패턴을 반복하면서도 상위권의 성적을 꾸준히 내고 있는 구단입니다. 손흥민의 경우에도 함부르크에서 10 mio에 영입해 30 mio에 매각해 많은 시세차익을 남긴 바 있죠. 다만 근래에는 투자를 제법 강화해 20 mio 이상의 이적료를 투입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가 하면 율리안 브란트의 대체자로 호펜하임에서 미드필더 케림 데미르바이를 영입하면서는 무려 32 mio의 이적료를 투자하는 등 그 씀씀이가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카이 하버츠가 100 mio 이상의 이적료 수익을 벌어다줄 것이 유력시 되는 등 자체적으로 매꿀 수 있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바이엘 사의 지원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바라고 볼 수 있죠.

 

볼프스부르크의 경우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서 모기업 폴크스바겐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우입니다. 2008년 이탈리아 국가대표 크리스티안 자카르도와 안드레아 바르찰리를 당시 기준으로 적지 않은 이적료에 영입하며 화제가 되었고, 2008/09시즌 마이스터를 차지한 이후에는 폴크스바겐 사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분데스리가 기준으로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며 큰 손으로 등극한 시기가 있었죠. 다만 수십 년 간 기업구단 티를 크게 내지 않고 건실하게 구단을 운영해온 레버쿠젠과는 달리 볼프스부르크는 그야말로 벼락부자의 전형을 보여주며 안티가 상당히 많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구단 측에서 '우리도 창단년도로 치면 전통적인 명문구단들과 역사를 함께 하는 팀이다' 라고 발언해 물의를 빛는 등 그 정통성마저 급조하려는 듯한 모습에 많은 타 구단 팬들이 학을 때기도 했었죠.. 게다가 볼프스부르크 도시 자체는 상당한 소규모 도시로 그렇다고 전국구 구단과도 거리가 멀기 때문에 팬베이스 자체가 상당히 미미해 상대팬덤의 공격에 얻어맞을 수 밖에 없었는데 오죽했으면 당시 볼프스부르크를 공격하는 패턴 중 하나가 바로 무수한 공짜표를 뿌리는데도 3만석을 매진시키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었죠.. 다만 볼프스부르크의 짧은 성공을 이끈 마가트가 더 큰 야망을 위해 샬케로 떠난 뒤 부임한 단장과 감독들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부침이 있었고, 그 와중에도 케빈 드 브루이너나 율리안 드락슬러 등을 영입하는데 큰 돈을 쓰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예전만큼 분데스리가의 큰 손으로 통하지는 않고 그냥 적당히 쓰지만 가끔 필요하면 제법 큰 돈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구단.. 그 정도로 이어지고 있죠..

 

예외 인정의 또 다른 경우인 호펜하임은 2000년대 중반부터 디트마 홉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입니다. 그 덕분에 3부리그, 2부리그 수준에서는 대단한 선수들을 영입해 빠르게 승격을 이룬 끝에 2008년 드디어 1부리그 무대에 입성, 첫 시즌 전반기에는 바이언과 선두싸움까지 펼치며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죠. 물론 볼프스부르크처럼 전국구 비호감팀이 된 것은 덤.. 다만 특정선수에 큰 돈을 투자한 것은 아니고 많은 돈을 분산투자해 유망한 선수들을 많이 사들여 키워서 적당한 몸값이 형성되면 시세차익을 남기며 되팔고.. 애초에 그런 모델을 추구했던 팀입니다. 실제 호펜하임이 2008년 분데스리가 입성 후 지금까지 남긴 이적시장 시세차익이 동기간 분데스리가 최대 규모라고 하는데요.. 승격 이후 2010년대 초중반 팀이 계속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이는 등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자 일시적으로 홉이 투자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하고 또 율리안 나겔스만 시대 이후 팀이 나름 안정세에 접어들면서는 또 투자규모가 제법 늘었습니다. 다만 한 선수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기조는 아니어서 클럽레코드가 12 mio에 불과하죠.

 

마지막으로 근래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화제가 된 팀.. RB 라이프찌히는 이제 10년 여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신생구단입니다. '사실상의' 모기업인 레드 불은 F1에서 세계적인 드라이버 세바스티안 베텔을 후원한 바 있고, 본사가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명문팀 레드 불 짤츠부르크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미국, 브라질, 가나 등지에 기업 소유의 축구단을 운영하는 등 스포츠 투자에 관심이 큰 기업인데요.. 그러나 진짜 주류로 삼을만한 축구단을 필요로 했고 레이더에 들어온 것이 이웃나라 독일에 속한 빅리그 분데스리가.. 그 중에서도 구 서독지역에 비해 소외가 심한 동독지역의 핵심도시인 라이프찌히를 연고로 하여 새로운 축구단을 운영하기로 결정하게 되죠.

 

일단 가장 먼저 필요했던 작업이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이었는데요.. 5부리그의 조그만한 구단의 라이선스를 사들이고 재창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사회를 레드 불 측의 입맛에 맞게 꾸려진 인물들로 구성해 소위 '테라포밍'을 시작하게 되죠. 이런 하부리그의 조그만한 구단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 팬들의 반발도 없거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인데다 지분구조를 적당해 조정해 50+1을 회피하는 것 역시 쉽죠. 반면 더 상위리그 구단들은 이러한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승격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5부리그의 소규모 구단을 선택한 것이었죠.


그리고 이런 변칙적 창단과 편법적용 문제는 RB 라이프찌히가 점점 상위리그로 올라올 수록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데 지분 문제는 이미 재창단 당시에 작업을 다 해두었기에 분데스리가 측에서도 딱히 문제삼을 수가 없었고.. 기껏해야 '기업 명을 구단 명에 사용할 수 없다' 라는 분데스리가 규정 정도가 문제였는데 이 것도 'RB'를 레드 불이 아닌 'RasenBallSport' 라이프찌히 (잔디 위에서 공차는 운동을 하는 라이프찌히팀) 으로 개명해 문제의 소지를 없애자 결국 분데스리가 측에서는 프로 라이선스를 내주었고 이후 RB 라이프찌히는 장애물없이 탄탄대로.. 1부리그까지 승격해 자매팀 레드 불 짤츠부르크를 거의 위성구단으로 삼으며 우수한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적당한 가격에 사들이고, 또 분데스리가 내외의 우수한 유망주들 역시 꾸준히 자금걱정없이 사들여 잘 키워내면서 이제는 명실상부 분데스리가의 최상위권 구단 중 하나로서 올라섰죠.

 

사실 라이프찌히 역시 기본 기조는 호펜하임처럼 유망주를 잘 키워 비싼 가격에 팔고 또 재투자해서 키워내고.. 그런 방식입니다. FFP 역시도 칼 같이 지키고 있고.. 다만 나비 케이타를 리버풀에 60 mio에 판매한 것 이외에는 핵심선수를 꾸준히 지켜내고 있죠. 현재 클럽레코드가 짤츠부르크에서 나비 케이타를 영입하며 기록한 30 mio 수준인데 사실 재이적 시 이적료 일부지급 조항이 붙어 크게 튄거라 실질적으로 한 선수에 투자하는 맥시멈은 현재까지는 20 mio 수준입니다. 다만 한 시즌에 5~60 mio 가량의 이적료 순투자를 여유있게 지속할 수 있는 자금력은 충분히 되는 팀이기도 하죠.

 

이런 배경 덕에 RB 라이프찌히 역시 독일 내 안티세력이 만만찮은 팀인데요.. 그러나 이 팀이 다른 점은 팬베이스 역시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 독일이 통일을 이루고 동독의 축구리그 오베르리가가 서독의 분데스리가에 합병된 이후 동독축구는 항상 들러리 신세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2010년대 이후 서독팀들의 자금사정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동독팀들은 더욱 소외되며 상위리그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어버렸죠. 근데 그럴 때 등장한 것이 구 서독지역 팀들과 성적경쟁, 자금경쟁이 모두 가능한 RB 라이프찌히입니다. 그러면서 동독 최대규모의 도시 라이프찌히 뿐만 아니라 동독지역 전체를 팬베이스로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다른 50+1 예외 팀들과 달리 상당히 큰 규모의 팬베이스를 가져가게 된 것이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죠.

 

2탄은 여기서 마치고 마지막 3탄에서는 헤르타 베를린이나 함부르크 SV와 같이 외부 개인투자자가 개입된 구단들.. 또 이 외의 전통있는 구단들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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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1-24 23:26:04

잼잇게 잘 읽엇습니다
다음글돞기대할게요~

2020-01-25 07:16:39
2020-01-25 11:41:39

구단 지분의 반 이상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자사주를 의미하나요? 자사주면 의결권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게 외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저지할 수 있지 않을텐데요.
바이언처럼 지주회사가 75%를 갖고 있는 경우 그 지주회사의 지분 취득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단순히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OP
2020-01-25 19:18:08

전자의 경우에는 저도 그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그렇게 될 경우에는 분데스리가 규정 위반이므로 리그 라이선스 발급이 안돼 리그 참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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