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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상적인 현대축구라는것은 허상에 불과한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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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26 01:10:59

가끔 인터넷글들을 읽다보면 이런 글을 자주 마주치곤 합니다.

 

"`~~는 현대축구의 전술과 맞지 않죠."

"~~는 현대축구에서 뒤처진 감독이죠."

 

요즘은 그래도 덜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전술에 꽤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현대축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어요. 일단, 압박은 필수요, 컴팩트한 빌드업으로 패스축구를 구사하고, 빠른 템포의 전환속도로 순식간에 사람과 공을 상대 하프라인 넘어 운반하는것이 기본적으로 현대축구라고 생각했죠. 현대축구에서 빠질수 없는것이 이 세가지이고, 이 세가지를 모두 잘하는팀이 곧 승리할수 있는 팀이죠.

 

하지만 요즘와서 생각드는것은, 어쩌면 현대축구라는것은 그냥 허상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간혹 하긴 합니다.

 

예를들어, 압박을 강하게 하려면, 당연히 선수간의 간격이 좁아야 합니다. 애초에 압박을 하는 이유중 하나가 상대의 빌드업을 끊어버리고 순식간에 공격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인데, 선수간격이 넓으면 압박이 순식간에 이뤄질수가 없죠.

 

하지만 너무 좁은 간격과 너무 강한 압박은 공격전환 속도를 더디게 만들죠. 전환속도가 더디다면 굳이 압박을 할 필요조차 없구요. 그렇다면 좁은 간격으로 강한 압박을 가져가면서도 빠른 공격전환을 만들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있죠. 팀에 세얼간이와 메시가 있으면 됩니다.

 

게겐프레싱으로 가장 현대적인 축구를 구사하던 감독인 위르겐 클롭은 지난시즌부터 압박의 강도를 오히려 줄였고, 마네와 살라, 피루미누를 이용한 빠른 전환과 풀백들의 전진배치로 인한 크로스 공격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시대적으로 볼때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거든요. 압박을 줄이고 크로스 공격을 많이 이용하는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물 간 구식 감독'들이 사랑하는 방식 아닙니까. 하지만 리버풀은 오히려 이를 수용함으로써 이전보다 더욱 강한 팀을 구축할수 있었죠.

 

왜? 대체 왜 시대를 역행했는데 더 강해진것이지? 제가 생각했을 때 답은 한가지 입니다. 마네와 살라, 로버트슨과 TAA가 있기 때문이고, 클롭은 단지 그 선수들이 최대로 낼수 있는 시너지의 팀을 구축한 것일 뿐인것이죠. 시대에 역행했기보단, 단지 선수들에 맞춰서, 좁지않은 간격으로도 어느정도 강한 압박을 가져가면서도, 공격수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공을 전달할수 있는 로버트슨과 TAA라는 좋은 선수로 빠르게 공격을 전환하고 마네와 살라를 이용해서 매우 빠르게 공격을 전개할수 있게 된 것이죠. 따라서 오히려 전술을 발전시킨 것이지 절대 역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 이제 여기서,
가장 현대적인 전술인 '메시가 있는 펩의 전술'을 몬텔라가 밀란에 입히려고 한다면?

가장 잘나가는 전술인 '마누라와 TAA, 로버트슨이 있는 클롭의 전술'을 잠파올로가 밀란에 입히려고 한다면?

 

처참하겠죠. 실제로도 처참했구요. 앞의 두 전술은 현재축구의 필수요소중 하나인 어떤것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로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전술인데 밀란엔 그 선수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전술마저 팀케미와 맞지 않다면? 이도저도 아닌 축구를 하게 되겠죠. 오히려 잘되는 것이 이상한것 아닙니까?

 

주저리주저리 말이 엄청 길어졌는데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냐구요?

 

'완벽한 현대축구'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합니다. 빌드업, 압박, 전환 삼박자를 전술만으로 갖추는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선수들을 이용해서, 팀에 맞는 선수들을 이용해서 적절하게 압박하고, 적절하게 전환하고, 적절하게 빌드업하면 이상적인 현대축구를 완성시킬수 있겠죠. 좋은 감독을 구하는 것은, 잠파올로처럼 이상적인 현대축구를 구사하려고 하는 감독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들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감독, 그 시너지로 현대축구의 삼박자를 가져올수 있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죠. 포치와 함께 전성기를 맞이했던 토트넘, 지단마드리드가 그 대표적인 예이죠. 이들이 이상적인 현대축구를 만들려고 노력하던가요? 그냥 있는 자원들로 시너지를 냈을 뿐이고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죠. 있는 자원으로 어떤것을 포기해도 충분히 강한 압박과 빌드업, 빠른 공격 전환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밀란이 다음 시즌에도 피올리를 믿고 갈지, 아니면 다른 감독을 선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잠파올로, 몬텔라같은 전술적으로만 이상적인 감독은 선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밀란을 가장 잘 아는 감독, 밀란의 선수단으로 가장 좋은 시너지로 현대축구를 구현할수 있는 비전이 있는 감독. 그런 감독이 와야 밀란이 부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야말고 가장 이상적인 현대축구를 구현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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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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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26 02:22:03

완벽함/이상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러한 축구가 존재했었고. 그러한 팀들에 의해 축구가 변화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테르 아약스 밀란 바르사 등이 있겠죠. 이런 팀들은 10-20년에 한번씩 등장합니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류는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축구지능을 획득하지만, 정작 이들의 전성기는 길지 않습니다. 때문에 알고 보면 이들의 축구가 별거없는거 아니었냐... 하는 비판도 나오는거죠. 더욱이 요즘처럼 '꾸준함'의 가치만 중시되는 풍토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이들의 축구는 대개 순간적으로 나왔다가 사라지곤 하니까요. 하지만 긴 흐름에서 보면, 순간적일 지언정 이런 팀들에 의해 축구의 역사가 변화해왔습니다. 최근엔 펩바르사 시절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형태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10년쯤 지나면 또 어디에선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축구를 구사하면서, 소위 이상적인 축구라는 타이틀을 선점할 팀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팀의 등장은 또 한번 축구의 역사를 바꿔놓겠죠.

OP
2020-01-26 03:15:15

생각해보니 그렇긴하네요.

축구의 판도를 뒤엎을 정말 획기적인 전술이, 상상도 힘든 전술이 언젠간 또 등장하겠죠....?

2020-01-26 08:49:02

이번 시즌의 리버풀이 결코 압박이 적은 팀이 아닙니다
압박이 줄어들었다는건 어디까지나 이전과 비교해서이죠

리버풀은 압박지점과 강도 횟수를 따졌을때
여전히 리그 내에서 수위권입니다

클롭이 지난 시즌부터는 상대팀의 전술과 스쿼드 상황 등을 종합해서 선택적으로 압박을 실행하려합니다

OP
2020-01-26 11:52:31

그쵸 제말이 그말입니다.

압박을 이전보다 강하게 하지 않아도 스쿼드의 상황, 상대편의 특성을 이용해서 효율적이고 강력한 축구를 구상할수 있었다는것이죠. 그렇다고 경기 내에서 상대편이 느끼는 압박은 적은가? 그렇지만도 않구요.

2020-01-26 12:44:29

이게 맞는말같아요 클롭전술도 리버풀 선수들이니 잘이행하고

펩전술도 그선수들이니 이행하는거같아요

2020-01-26 12:55:51

사람의 보는 눈은 비슷하죠.
현 시대에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이 이상적인 거죠.
지금은 리버풀이 그러한데, 항상 최고의 팀은 왜 잘하는거지? 무슨 전술이지? 분석이 되고 유행이 됩니다.
그것은 감독의 전술,영입,운영 일수도 있고 선수의 개인 실력일 수도 있죠.
분명한 것은 그 모든요소들이 갗추어져야 강한 팀이 되는 것인데 단순히 표면적인 전술만 따라해서는 폭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메시를 센터백으로 쓰는 감독이 있다면 미친거죠.
구성된 선수단에 맞는 축구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팀이 강해질 수 있는 비결이라 봅니다.
하지만 사림들이 매력적인 새옷을 사고싶어 하듯이 유행따라 해보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순 없죠.
입어보고 잘 어울리는 옷일 수도 있으니...

Updated at 2020-01-27 14:19:45

전술과 선수운용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겠죠 이상적인 현대축구라는 것이 보통 그 시대의 헤게모니를 잡는 팀들의 특징을 지칭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 팀들은 이미 약팀에게든 강팀에게든 수없이 승리함으로써 그 자신들의 전술적 효용을 증명해낸 팀들이니 다른 팀은 영향을 받을수밖에 없고 그게 트렌드가 되면서 이상적인 현대축구라고 여겨지게 되는듯합니다
그렇게 강력한 팀의 축구 또한 이전의 팀에게 승리하기 위해 영향받은 요소들에 오리지날리티를 덧붙인 것들인데 현대축구사의 전술흐름을 살펴보면 하나의 트렌드가 성립되고 그에 대한 안티테제로 다른 방식의 축구가 시도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성립되는 방식으로 축구는 계속 발전해왔습니다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대축구의 트렌드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고 전술사적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이상적이라는 말을 붙힌다면 모두가 동의하기는 어려울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여기서 한 축구팀의 퍼포먼스라는게 그 전술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그걸 수행하는 선수들의 역량 또한 중요한 요인이니까 그걸 가능하고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이식하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역량이겠죠 그러니 결론에 말씀하신 님의 말씀도 일부 맞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유럽챔피언인 클롭에게서도 그러한 모습을 찾을수있으니까요 바르셀로나 축구에 큰 영감을 받았지만, 완벽히 그들을 따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압박축구에 패스 대신 역습축구를 접목해서 게겐프레싱이라는 걸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타이트한 수비블록, 높은 압박위치, 속공이라는 3가지가 게겐프레싱의 특징인데 이는 모두 티키타카 및 스페인 축구의 약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타이트한 수비 블록은 상대가 점유해 플레이할 공간을 줄이고, 전방 압박과 즉각적인 속공은 수비라인을 높게 끌어올리는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에 위협을 가해 중원으로의 공 투입을 최소화시킵니다 각각 사키이즘의 압박과 간격, 토탈풋볼을 계승한 바르셀로나에서 차용한 전방압박의 요소들에 즉각적인 속공에 의한 역습을 가미하여 현대축구를 진화시킨것이고 결과로 트렌드를 변화시킨거죠
그리고 님께서 말씀하신 전술을 수행하는 선수에 대한 최적화도 공감하지만 말씀하신 예가 조금은 맞지않는것이 좁은 간격으로 강한 압박을 가져가면서도 빠른 공격전환을 만들수 있는 방법을 세얼간이나 메시와 같은 특별한 선수들이라고 꼽아주셨는데 클롭감독이 리버풀에서 보여준 새로운 게겐프레싱에서는 이를 전술적인 요소로 이미 기능케하고 있습니다 바로 공격진 전부를 활용한 강력한 전방압박을 통해 빠르게 볼탈취를 시도하고 높은 위치에서 빠르게 역ㆍ역습을 이어감으로써 전환의 속도 자체를 없애는 것인데 이는 도르트문트시절부터 이어져온 것이죠 동시에 빠른 역습으로 이어가기 위해 롱패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아놀드같은 킥력이 뛰어난 풀백의 얼리크로스나 전방을 향한 로빙패스 시도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있을 것 같습니다 전방압박으로 인한 풀백의 공격전개 또한 현대축구의 요소 중 하나라고 볼수 있을것같네요 그리고 이미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전개는 현대축구의 트렌드라고 보기 힘든것은 하인케스에게 박살난 바르셀로나와 펩이 4강딱으로 뮌헨을 떠나면서 어느정도 증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맨시티에서 그렇고 바르셀로나도 롱패스 비중이 많이 올라간 편이구요
게다가 압박의 강도를 낮췄다고 역행이라고 보기는 힘든게 도르트문트가 게겐프레싱으로 리그를 제패할때도 강력한 전방압박으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문제는 쭉 문제점으로 지적됐었고 이에 클롭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를 고친것에 가깝다고 봐야할듯합니다 낮추었다고해도 리그수위의 압박강도이니 적절한 균형을 찾아내고 리그레이스에 맞게 적용한것이라 봐야할듯하네요
저도 관심있는 분야라 말이 길어졌는데 지루한 댓글 읽어주셔서 먼저 감사드립니다 제 의견이 글쓴이님의 주장과 다르기도 하고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오랜만에 의견을 정리할수있는 기회가 되어 즐거웠네요^^

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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