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상적인 현대축구라는것은 허상에 불과한것 아닐까요?
가끔 인터넷글들을 읽다보면 이런 글을 자주 마주치곤 합니다.
"`~~는 현대축구의 전술과 맞지 않죠."
"~~는 현대축구에서 뒤처진 감독이죠."
요즘은 그래도 덜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전술에 꽤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현대축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어요. 일단, 압박은 필수요, 컴팩트한 빌드업으로 패스축구를 구사하고, 빠른 템포의 전환속도로 순식간에 사람과 공을 상대 하프라인 넘어 운반하는것이 기본적으로 현대축구라고 생각했죠. 현대축구에서 빠질수 없는것이 이 세가지이고, 이 세가지를 모두 잘하는팀이 곧 승리할수 있는 팀이죠.
하지만 요즘와서 생각드는것은, 어쩌면 현대축구라는것은 그냥 허상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간혹 하긴 합니다.
예를들어, 압박을 강하게 하려면, 당연히 선수간의 간격이 좁아야 합니다. 애초에 압박을 하는 이유중 하나가 상대의 빌드업을 끊어버리고 순식간에 공격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인데, 선수간격이 넓으면 압박이 순식간에 이뤄질수가 없죠.
하지만 너무 좁은 간격과 너무 강한 압박은 공격전환 속도를 더디게 만들죠. 전환속도가 더디다면 굳이 압박을 할 필요조차 없구요. 그렇다면 좁은 간격으로 강한 압박을 가져가면서도 빠른 공격전환을 만들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있죠. 팀에 세얼간이와 메시가 있으면 됩니다.
게겐프레싱으로 가장 현대적인 축구를 구사하던 감독인 위르겐 클롭은 지난시즌부터 압박의 강도를 오히려 줄였고, 마네와 살라, 피루미누를 이용한 빠른 전환과 풀백들의 전진배치로 인한 크로스 공격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시대적으로 볼때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거든요. 압박을 줄이고 크로스 공격을 많이 이용하는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물 간 구식 감독'들이 사랑하는 방식 아닙니까. 하지만 리버풀은 오히려 이를 수용함으로써 이전보다 더욱 강한 팀을 구축할수 있었죠.
왜? 대체 왜 시대를 역행했는데 더 강해진것이지? 제가 생각했을 때 답은 한가지 입니다. 마네와 살라, 로버트슨과 TAA가 있기 때문이고, 클롭은 단지 그 선수들이 최대로 낼수 있는 시너지의 팀을 구축한 것일 뿐인것이죠. 시대에 역행했기보단, 단지 선수들에 맞춰서, 좁지않은 간격으로도 어느정도 강한 압박을 가져가면서도, 공격수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공을 전달할수 있는 로버트슨과 TAA라는 좋은 선수로 빠르게 공격을 전환하고 마네와 살라를 이용해서 매우 빠르게 공격을 전개할수 있게 된 것이죠. 따라서 오히려 전술을 발전시킨 것이지 절대 역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 이제 여기서,
가장 현대적인 전술인 '메시가 있는 펩의 전술'을 몬텔라가 밀란에 입히려고 한다면?
가장 잘나가는 전술인 '마누라와 TAA, 로버트슨이 있는 클롭의 전술'을 잠파올로가 밀란에 입히려고 한다면?
처참하겠죠. 실제로도 처참했구요. 앞의 두 전술은 현재축구의 필수요소중 하나인 어떤것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로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전술인데 밀란엔 그 선수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전술마저 팀케미와 맞지 않다면? 이도저도 아닌 축구를 하게 되겠죠. 오히려 잘되는 것이 이상한것 아닙니까?
주저리주저리 말이 엄청 길어졌는데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냐구요?
'완벽한 현대축구'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합니다. 빌드업, 압박, 전환 삼박자를 전술만으로 갖추는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선수들을 이용해서, 팀에 맞는 선수들을 이용해서 적절하게 압박하고, 적절하게 전환하고, 적절하게 빌드업하면 이상적인 현대축구를 완성시킬수 있겠죠. 좋은 감독을 구하는 것은, 잠파올로처럼 이상적인 현대축구를 구사하려고 하는 감독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들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감독, 그 시너지로 현대축구의 삼박자를 가져올수 있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죠. 포치와 함께 전성기를 맞이했던 토트넘, 지단마드리드가 그 대표적인 예이죠. 이들이 이상적인 현대축구를 만들려고 노력하던가요? 그냥 있는 자원들로 시너지를 냈을 뿐이고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죠. 있는 자원으로 어떤것을 포기해도 충분히 강한 압박과 빌드업, 빠른 공격 전환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밀란이 다음 시즌에도 피올리를 믿고 갈지, 아니면 다른 감독을 선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잠파올로, 몬텔라같은 전술적으로만 이상적인 감독은 선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밀란을 가장 잘 아는 감독, 밀란의 선수단으로 가장 좋은 시너지로 현대축구를 구현할수 있는 비전이 있는 감독. 그런 감독이 와야 밀란이 부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야말고 가장 이상적인 현대축구를 구현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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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이상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러한 축구가 존재했었고. 그러한 팀들에 의해 축구가 변화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테르 아약스 밀란 바르사 등이 있겠죠. 이런 팀들은 10-20년에 한번씩 등장합니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류는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축구지능을 획득하지만, 정작 이들의 전성기는 길지 않습니다. 때문에 알고 보면 이들의 축구가 별거없는거 아니었냐... 하는 비판도 나오는거죠. 더욱이 요즘처럼 '꾸준함'의 가치만 중시되는 풍토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이들의 축구는 대개 순간적으로 나왔다가 사라지곤 하니까요. 하지만 긴 흐름에서 보면, 순간적일 지언정 이런 팀들에 의해 축구의 역사가 변화해왔습니다. 최근엔 펩바르사 시절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형태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10년쯤 지나면 또 어디에선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축구를 구사하면서, 소위 이상적인 축구라는 타이틀을 선점할 팀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팀의 등장은 또 한번 축구의 역사를 바꿔놓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