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려진 사실 (1) 유베 CB는 시레아-젠틸레였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들이나 블로그에서 잘못알려진 (때로는 국외에서도) 이탈리아 관련 사실들을 체크해보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일단 총 3가지 내용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 중 첫번째입니다.

[70,80년대 유벤투스 센터백 듀오는 시레아-젠틸레였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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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비 구성은 [3번 - 5번 - 6번 - 2번] 4백이 기본형태인데요.

3번: Terzino Sinistro (Terzino Fluidificante)

5번: Stopper (Difensore Centrale)

6번: Libero

2번: Terzino Destro (Marcatore puro / Marcatore Esterno)

6번은 리베로고, LB(3번)는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하고 RB(2번)는 거의 오버래핑을 안하는

비대칭 4-3-3 내지는 4-4-2의 형태였습니다. 지금과 달리 맨마킹 위주의 수비가 주라서, 한놈만 팬다는 식으로 상대 마크맨만 따라다니다보니 위치 변화가 심하긴 했지만요.

그런 관점에서 RB(2번)를 CB(5번)과 함께 둘다 스토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포지션 구분을 분명히 했습니다. RB가 공격가담이 적었지만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고, 팀 전술이나 선수 성향에 따라 정도차이가 있었거든요. 주로 2번으로 나오던 선수가 5번, 3번 롤을 수행하는 경우는 꽤 있어도, 5번을 주로 맡던 선수가 2번, 3번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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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서론은 거기까지만 하고,

70-80년대 트라파토니 감독과 함께 성공기를 달렸던 유벤투스의 주전 센터백 듀오가 '시레아-젠틸레'였다는 이야기를 여러 인터넷 사이트나 블로그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세랴분들은 많이 아시겠지만 젠틸레는 RB, 즉 2번을 주로 달았던 선수입니다.

젠틸레가 강력한 대인마크 능력을 장점으로 하던 선수였고,  그 시기 유벤투스 주전 센터백이었던 모리니, 브리오가 대표팀 경력이 길지 않아서 이름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이러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젠틸레가 경기에 따라서는 CB (5번)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유벤투스 초창기에는 LB (3번)로 나오는 경기도 많았을만큼 수비력만 있던 선수가 아니고 (앞서 언급했듯이 비대칭 전술에서 3번 LB의 공격력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파케티, 카브리니, 말디니 생각하시면 됩니다.) 측면 수비로 공격력도 인정받았던 선수였습니다. 화려한 드리블이나 크로스는 아니지만 우직한 돌파력을 보여줬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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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선수들에 대해 가볍게 언급하면

- 모리니: 1944년생 (역대 출전 25위)

- 쿠쿠레두: 1949년생 (역대 출전 12위)

- 시레아: 1953년생 (역대 출전 3위)

- 젠틸레: 1953년생 (역대 출전 14위)

- 브리오: 1956년생 (역대 출전 22위)

- 카브리니: 1957년생 (역대 출전 11위)

*모리니 제외하면 모두 유베 구단 선정 레전드 50인에 포함된 선수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리니도 50인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시레아의 초창기 파트너는 프란체스코 모리니 (Francesco Morini)입니다. 

모리니는 시레아가 유벤투스에 왔던 1974-1975 시즌보다 더 이전인 1969-1970 시즌부터 10시즌 이상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던 선수입니다. 1974 월드컵에 이탈리아 대표팀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레전드 행사 때 모습인데, 5번을 달고 있죠.

젠틸레는 1974-1975 시즌부터 유벤투스의 주전을 차지했습니다. 시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RB로 많이 나왔던 시즌도 있었고, 쿠쿠레두가 RB를 보고 젠틸레가 LB로 나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당시 방송 자료인데 보시다시피 센터백은 모리니, 시레아고, 젠틸레는 LB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카브리니가 1978-1979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잡으면서 젠틸레는 RB로 나오는 빈도가 더 늘어났습니다. 

(참고로 쿠쿠레두는 30대로 접어들기도 했고, RB, CB, LB에 MF, RWF도 소화한 그야말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던 선수였습니다. 한 예로 1975-1976 시즌에는 1시즌에 2번 (RB) , 3번 (LB), 4번 (DM), 7번 (RWF), 8번 (MF), 10번 (MF), 11번 (LWF)로 나온 기록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도 만능 땜빵으로 활약합니다..)

모리니가 1944년생이라 79-80 시즌 이후로 은퇴를 하게 되는데, 1979-1980 시즌부터 주전 센터백을 차지한 선수는 1956년생 세르지오 브리오 (Sergio Brio)입니다. 

유벤투스 박물관 사진인데 브리오 5번 유니폼이 있습니다. (그 왼쪽으로 모리니 5번 유니폼도 있네요)

다만 브리오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1980-1981 시즌 1시즌은 젠틸레가 시레아의 파트너로 나왔습니다.

즉 젠틸레의 유벤투스에서 11시즌 중 주전 CB로 나온 시즌은 1시즌입니다. 대부분을 LB와 RB로 나왔던 선수입니다. 

국가 대표팀에서는 대부분 RB로 나온데 비해, 클럽팀에서는 LB 출전 비중이 더 큰 편입니다.

대표팀에서도 일부 경기에서는 LB로 나오긴 했는데, 젠틸레 대표팀 초창기에는 걸출한 실력을 지녔으나 부상으로 커리어를 빨리 마감한 (부상만 없었으면 파케티-카브리니-말디니와 나란히 언급될만한 실력을 지녔던) 비운의 선수 로마의 프란체스코 로카 (Francesco Rocca)가 있었기에 거의 RB로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는 카브리니가 주전 LB 차지했구요. 

+

오해할까봐 첨언하자면 젠틸레가 CB로 나온 경기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일일이 계산은 못해봤는데 RB가 주 포지션이고 CB와 LB 비율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을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유베 초반부에는 LB로도 자주 나왔지만 뒤로 갈수록 CB로 나온 경기들도 꽤 있었으니깐요. 이 글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주 포지션은 RB고 시레아와 콤비를 이루었던 CB는 젠틸레가 아니라 초반부에는 모리니였고 그 뒤는 브리오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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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젠틸레가 뛰던 트라파토니 감독 시절 유벤투스 4백라인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젠틸레-모리니-시레아-쿠쿠레두

또는

카브리니-모리니-시레아-젠틸레

또는

카브리니-브리오-시레아-젠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