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식 훈련의 차이에 관한 설기현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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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3-30 00:42:29
감독께선 새로운 경남 FC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습니까.
‘프로’의 자세를 강조해요. 프로축구 선수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연봉까지 받습니다. 팬들은 그런 선수들을 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요. 그렇다면 돈 값을 해야 합니다.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프로축구 선수는 철저히 준비해야 해요.
어떤 준비를 해야 합니까.
난 선수들의 개인 생활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프로의 세계에선 당연한 것이죠. 대신 훈련과 실전에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가 파악해 보강 훈련을 진행해야 하고요. 지도자가 시켜야 하는 건 아마추어입니다. 선수가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땀 흘려야 팬들에게 재밌는 경기를 보일 수 있어요.
2015년 성균관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축구계가 깜짝 놀란 점이 있습니다. 당시 감독께선 하루 딱 한 번 90분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U-리그(대학)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선수들이 팬들에게 재미난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선 훈련량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에선 훈련량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등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했죠(웃음). 유럽은 달랐습니다. 몸이 풀릴 때쯤 훈련이 끝나는 거예요.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훈련량이었죠.
어느 정도로 짧은 겁니까.
축구는 90분 경기입니다. 훈련 역시 90분을 넘지 않아요. 대신 훈련장에서 100%의 에너지를 쏟아내야 합니다. 처음 유럽에 진출해 훈련하는데 동료들이 계속 뭐라고 하는 거예요.
문제가 있었습니까.
‘훈련에 집중을 안 한다’는 겁니다. 당시엔 집중해서 훈련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동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했습니다. 한국에선 훈련 시간이 긴 까닭에 요령이 필요했어요. 내가 가진 에너지의 70~80%만 활용해야 훈련을 마칠 수 있었죠.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된 겁니다.
습관이 됐다?
유럽 선수들은 훈련 시작과 동시에 100%를 쏟아붓습니다. 90분 후 그라운드에 쓰러진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해요.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부터 쉽지가 않아요. 유럽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짧고 굵은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전 시간이 필요했죠.
유럽식 훈련에 익숙해지고 가장 크게 느낀 건 무엇입니까.
90분이란 훈련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평생 운동만 해온 선수들의 체력을 모두 소진시킬 수 있는 시간이에요. 집중력 향상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되죠. EPL 레딩 FC에서 뛸 땐 이런 적이 있어요.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EPL인데 훈련을 너무 안 하는 거예요. 걱정이 됐죠. 난 외국인 선수였어요. 많은 훈련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한번은 경기 전날 홀로 슈팅 연습을 하는 데 감독이 불렀어요.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해라. 힘을 아껴야 내일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고 했죠. 난 ‘아니다. 더 하겠다’고 했습니다(웃음).
다음날 좋은 경기력이 나왔습니까.
감독 말이 맞았습니다. 피로도가 평소보다 높았어요. 그때 알았죠. 유럽은 훈련장에서나 실전에서나 100%를 쏟아붓는구나. 시즌 중엔 훈련량보다 중요한 게 관리와 휴식이에요.
관리와 휴식이요?
한 시즌을 준비하는 동계훈련에선 평소보다 많은 훈련량이 필요합니다. 한국과 유럽이 똑같아요. 하지만, 시즌에 돌입하면 다릅니다. 시즌 중 가장 중요한 건 경기예요. 일정에 맞춰서 100%의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짧고 굵은 훈련과 관리 및 휴식이 필요해요. 코칭스태프, 트레이너, 선수 모두가 100%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경남에서도 짧고 굵은 훈련을 진행 중입니까.
시즌에 돌입하면 최대 90분입니다. 시즌 중 관리와 휴식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선진 축구를 접하면서 터득했어요. 활용해야죠. 물론 운동량 부족으로 컨디션이 저조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어찌해야 합니까.
선수 스스로가 관리해야죠. 자신보다 자기 몸을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면 휴식 시간에 보강 훈련을 해야죠.
경남 선수들은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성장했습니다. 짧고 굵은 유럽식 훈련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스스로 몸 상태를 체크하고 끌어올리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인 거죠. 프로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몸 관리를 못하면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몸 관리를 해야 합니다. 평생 피지컬 분야를 공부한 전문가가 바로 옆에 있어요. 모르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남엔 프로페셔널 한 선수가 많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거로 믿어요.
댓글로 일부만 추리기엔 긴 내용이기도 하고 시간날 때 흥미본위로 읽어봄직한 기사라 아예 글을 따로 팠습니다.
설기현 신임감독이 어떤 식으로 팀을 꾸려가고 있는지 축구팬들도 이해가기 쉽게 본인 선수시절 썰들 풀어가면서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선수 시절 악명과는 별개로 감독 설기현은 기대가 많이 되네요. 벌써부터 설싸커니 통수볼이니 하면서 놀림당하고 있긴 하지만 ㅋㅋ
전지훈련부터 선수들이고 구단 운영팀이고 호평이 자자하던데 하필 시국이 시국인지라 기대감만 잔뜩 올라간 상태에서 맥이 빠진게 아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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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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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수볼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명센스 미치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