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느끼게 한 선수가 셰브첸코였어요.
제가 유럽 축구 보면서 리그 안가리고 제일 열심히 본 시기가 0607 시즌인데요. 이 때가 셰브첸코가 첼시로 이적했던 시즌이기도 했죠. 그 이후에 세브첸코의 경력은 제가 안써도 너무 잘 아실 거에요.
저는 셰브첸코를 보면서 아 저런 최고 클래스의 선수들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슬럼프의 수렁에 빠지면 그걸 극복하기가 힘들구나 하고 느꼈던 기억이 나요. 그들도 인간이구나.
사실 엄청난 재능을 보이다가 부상/팀원 또는 감독과의 불화 등으로 경력 날려먹고 꼬인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죠. 그런데 셰바의 몇 년에 걸친 부진은 뭔가 이상하게 충격이었어요. '아니 셰브첸코가?' 이런 느낌..
너무 대단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 선수고 딱히 사생활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은 성실한 선수였기 때문에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기량 하락하는 모습이 납득이 안된 일이기도 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셰브첸코도 부진에서 헤어나오려고 여러가지 훈련법 등 노력을 기울인 걸로 알고 있는데 특히 육상선수 출신 트레이너 코치를 고용해서 느려진 주력 스피드를 되찾으려는 노력까지 했다죠. 팀 훈련 끝나고 개인 훈련 하면서요. 본인도 자신의 축구 스타일이 빠른 템포의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 못하고 있고, 주력 등 신체 능력이 하락했다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했던 모양입니다. ( 2004년 아테네올림픽 400m 릴레이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캠벨은 "셰브첸코의 스피드가 점차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며 훈련 성과를 밝혔다. <- 예전 신문기사 내용 )
그리고 밀란으로 임대로 복귀했을 때 셰바의 의도는 명확했죠. 자신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의 팀으로 돌아와 자신감과 기량을 회복하여 다시 정상급 선수가 되겠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 참담했습니다.
첼시시절 총 77경기서 22골 (리그 9)
밀란 시절 26경기 2골 (리그 0)
진짜 끝난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디나모 키예프로 복귀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수준급 스트라이커의 기량을 되찾더라구요. 윙포워드 위치에서도 뛰었고, 리그에서 55경기 23골에 1011 시즌 유럽 대항전에서는 12경기 5골로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죠. 그 때 셰브첸코가 골 넣은 거 일일히 동영상 찾아보며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셰브첸코가 부활했다는 식의 기사들도 많이 올라왔었고요. 당연히 리그의 수준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래도 정말 지지리도 골 못넣고 찬스를 못잡았던 첼시-밀란 시절에 비해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는 게 체감될 정도였습니다. 준수한 유럽대항전 활약과 국가대표 골 기록이 이를 증명하죠. (기량을 많이 회복했다는)
이 때 셰브첸코 경기 뛰는거 보면 자신감도 많이 회복했다는 게 보였습니다. 특히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본인이 최고참이고 자국 레전드이다보니 엄청난 동기부여와 사명감 같은 게 생겼을텐데 그래서인지 정말 눈에 띄게 예전의 날카로움을 회복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공동 개최로 열렸던 2012년 유로 때 스웨덴 전에서 2골 박을 때는 진짜 감격했었습니다. 노장이 죽지 않았구나! (또 이 경기는 우크라이나의 유로 대회 첫 승리이기도 했고요.)
첼시 이적후 거의 3년간의 긴 부진으로 다시는 반등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결국에는 부활하여 (전성기에는 절대 못미치지만) 선수 경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모습 참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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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모랑 유로때 하는거보고 클래스는 영원하구나 생각도 들고
첼시 안갔으면 어떻게 됐을지도 참... 제일 좋아한 선수인데 해축팬 유입시기에
너무 못해서 평가 떨어진게 너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