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잘하면 이길 수 있냐'가 커리어론의 핵심이죠
세매에서는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밑에 호날두 글에 댓글을 달다가 좀 구체적으로 제 생각을 이야기해보자면
경기의 승리, 더 나아가 챔스나 월드컵 같은 대회 차원에서의 우승을 하기 위해서 선수 개인이 가져야하는 마음가짐이나 실제로 해야하는 행동은 '내가 더 잘해야 한다'가 맞습니다.
근데 축구는 개인스포츠가 아니라 팀 스포츠이고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게 맞냐? 라고 물어본다면 말이 달라질 수 있는거죠. '이기지 못한게 정말로 그 선수가 더 잘하지 못해서인가?' 토티의 부족한 타이틀 갯수가 토티의 기량이 부족해서인가? 부폰이 챔스에서 우승하지 못한게 부폰의 기량이 부족해서인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커리어로 선수의 기량을 비추어보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말을 합니다.
호날두도 마찬가지죠. 이제 호날두 커리어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챔스 3연패일텐데, 그 이전에 우승 못한 시즌의 기량이 이 때의 기량보다 못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거든요. 반대로 무관에 그친 시즌이라도 호날두의 기량이 무관에 적합할 정도로 엉망인 시즌도 없었습니다.
이게 좀 명확하게 보이는 골키퍼 쪽을 보면 재미있는 사례가 많은데, 월드컵 결승전에서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의 실수를 한 요리스는 팀원들의 선전 덕에 어쩌면 월드컵 결승전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꼽힐 수 있었던 사건을 묻어버릴 수 있었고, 챔스 결승전에서 꽤 좋은 활약을 보여준 오블락은 빅이어를 추가하지 못했죠. 물론 승부차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지만, 이걸 가지고 오블락한테 꼬우면 승부차기도 몇개 막았어야지? 라고 들이대기에는 참으로 억울한 일입니다.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모든 골키퍼들이 오블락보다 잘했던 것도 아니거든요.
넓게보면 투수의 승리와 같은 개념입니다. 해당경기 투수의 퍼포먼스와 선발승은 분명 상관관계가 있겠지만, 여러 연구가 진행된 지금 투수의 승리를 투수 기량과 퍼포먼스의 최우선 척도로 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얼마전 메이저리그에서는 9승짜리 사이영상 수상자가 나올 뻔도 했었죠.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인 케이스가 바로 NBA의 르브론 제임스죠. 쿨하고 섹시하지 않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은 르브론의 방식이 더 많은 타이틀을 추구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농구는 인원이 적고 개개인의 영향력도 커서 축구랑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거의 똑같습니다.
오히려 농구가 더 심하죠. 공수를 합치면 한 경기에서 포제션이 한 200개 정도 왔다갔다 할텐데, 거기서 본인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포제션이 몇개나 되겠습니까. 차라리 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경기에 줄 수 있는 영향력이 훨씬 클걸요. 게다가 본인의 영향력이 커지는만큼 다른 선수들의 영향력도 커지게 되어서 타스포츠에 비해 구멍은 더 큰 구멍으로 작용합니다. 어떠한 역경에도 경기를 지배하면서 상대 에이스를 찍어누르고 함량 미달의 팀 동료들도 멱살잡고 끌어올려서 우승을 해낸다. 뭐 그게 농구입니까 판타지지. 아 1명 그런 사람이 있긴 했죠. 마이클 조던이라고... 그런데 그 쯤 해내면 은퇴한지 20년이 지나도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빨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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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컨을 좋아하고 레지밀러를 리스펙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