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레전드들 빅리그 갈만하거나 빅리그를 갔어도 더 잘했을 재능들 생각해봤슴다.
지금과 너무나 환경이 다르기에 더 꽃피지 못했거나 아예 꽃피울 기회 자체가 원천차단되었거나 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 그러니까 2000년대 중반 이전에 전성기였던 한국 레전드들 한정으로다가..
원래는 아시아 선수들 한번 생각해봤는데 글이 길어질거 같아서 일단 한국 한정..
-최순호
두말하면 입아픈 천재.. 그 척박하고 정보력 떨어지고 분절되었던 시대에 최순호 쫒아다닌 유럽 상급팀들만 최순호피셜로 10팀 정도 됩니다. 다만 멘탈에서 좀 만만디 스타일이라 그게 근성의 화신 차붐과 좀 차이가 있었습죠. 최순호 생각으로는 유럽 뭐 굳이 꼭 가야하나? 이랬다고..ㅎㅎ 당시 병역문제와 막 출범한 한국 프로축구의 문제도 물론 컸고요.
지금이라면 뭐 빅리그 어지간한 팀에서 최순호는 에이스급 선수로 날렸을 겁니다.. 갠적으로 축구센스 창의성 등에서는 차붐보다 높게 보는 부분들도 많고요.
-박창선
지금이라면 딱 유상철이나 기성용급.. 돌파와 킥력과 운동량이 모두 좋았던 만능 중미입니다. 86월드컵때 이미 노장이었으니.. 한국축구 황금세대인 86세대에서 한국 중원 경기력을 책임지신 분.. 박창선 역시 빅리그 중하위권팀에서 충분히 주전은 가능한 기량임니다.
-변병주
변병주의 주력은 아마 한국축구 역사상 가장 빠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피드만으로도 유럽 빅리그에서 먹힐 레벨.. 정말 무지무지 빠르고 기술도 상당히 좋은 편이죠. 빅리그에서 역습전술 쓰는 팀에서 특히 좋아할 타입입니다 변병주는.. 크로스도 상당히 좋은 편이고..
-김주성
김주성은 20대 후반인 90년대 초에 부산대우에서 분데스리가의 보쿰 임대 잠깐 보낸 적이 있는데 보쿰에서 임대 연장 좀 해달라고 간청했는데 대우가 거절..ㅎㅎ 보쿰이 2부리그 강등되었는데 김주성이 날라다녀서 보쿰이 완전영입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근데 뭐.. 저때만 해도 우리나라 대기업들 돈 쓰는 규모도 컸고, 유럽 빅리그도 돈 쓰는 규모가 지금처럼 천문학적이지 않아서.. 게다가 eu 출범이 93년이라 김주성은 바로 그 직전이라 유럽팀의 외국인 쿼터에서도 지금보다 제약이 몇배나 컸었죠..
김주성은 스피드와 순간센스가 정말 특출나고 연계도 뛰어나서 공미와 세컨탑으로 지금이라면 역시 유럽 중상위권 팀에서 오래오래 주전으로 뛸만한 기량입니다. 말년에는 리베로로 옮겨서도 mvp 먹을 정도로 운동능력 내려갔어도 그걸 커버하는 축구센스 또한 매우 출중하죠. 갠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
-황선홍과 홍명보
여기부터는 뭐 많이들 알고 있으실테니 기량에 대해서는 뭐 생략하고.. 황새는 91년 드래프트 거부하고 에이전트도 없이 혼자 독일 진출.. 근데 분데스 2부리그 때 6경기만에 개태클로 십자인대 나가서 한국 다시 복귀.. 저거 때문에 군대도 면제될 정도로 큰 부상이었습죠.. 그때 황선홍이 어디 신생팀에 지명되었는데 포항이 무려 선수 7명과 황선홍 지명권을 트레이드하는 7대1 트레이드를 제안 성사시켰었죠. 당시 돈 팍팍 쓰던 포항이 황선홍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려고 투자 많이 했었습죠.
뭐 명바는 이미 유럽에서 오퍼가 많았고 프로축구 데뷔시즌에 mvp까지 먹었던 역시 아시아축구의 아웃라이어.. 황새와 명바 두 양반 모두 지금처럼 더 활발하게 아시아 관심가지는 유럽시장이라면 20대 초반 늦어도 20대 중반에는 유럽 빅리그로 갔겠죠 뭐..
-고정운
이 형님은 전성기 한정입니다..ㅎㅎ 전성기는 ㄹㅇ 진퉁입니다 고정운은.. 특유의 엄청난 힘과 스피드 그리고 크로스능력이 아시아 역대 최고수준.. 90년대 초중반의 고정운은 유럽 어떤 팀에서도 주전 먹었을 겁니다.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독일이 고정운의 저돌적인 힘과 크로스에 내내 고전했고, 그 이외에 브라질, 콜롬비아, 유고 등등 유럽과 남미의 강팀들도 고정운의 저 저돌성에 늘 고전했었습죠...
근데 의외로 고정운의 전성기 기량은 좀 빨리 훅 갔습니다.. 30대 이후 고정운은 눈에 띄게 신체능력이 내려가면서 기량 자체가 국대급에서 훅 내려가버렸음.. 그래서 97최종예선부터는 버벅대다가 주전에서도 밀려버렸죠. 지금이라면 20대 중반쯤에는 유럽 빅리그 가서 잘했겠지만 몇년 뛰지는 못할 거라는 게 제 예상임다..
-서정원
서정원은 스피드와 크로스가 역시 고정운과 함께 아시아 역대급이죠. 22살에 바르샤 접촉도 실제로 사실이었고 다른 유럽팀들도 꾸준하게 서정원에 관심이 있었습죠.. 지금이라면 역시 고정운과 함께 20대 초중반쯤 유럽 갔을 거라는 게 제 예상이고.. 롱런할지는 약간 회의적이긴 합니다. 서정원의 플레이 자체가 스피드로 신체소모가 좀 있을 타입이라 고정운처럼 빨리 내려올 수도 있어서.. 말년에 오스트리아리그 씹어먹었다고는 하지만 오스트리아리그가 k리그보다 크게 낫다고 볼 수도 없으니...
-유상철
밑에 올린 글 내용 그대로입니다.
-안정환
안정환은 뭐 페루자 이후 꼬인 커리어가 안타깝죠.. 근데 냉정하게 보면 그 페루자 사건 아니었다면 유럽 빅리그 커리어는 좀 더 유지할 수준이지 더 막 대단한 커리어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신체능력적인 부분에서 우위가 크지 않은 게 가장 큰 첫번째 이유고, 안정환의 포지션상 전술적 제약도 좀 걸리는 게 이미 페루자 2년간 명백히 드러났었죠. 그래도 페루자 가우치 사건 아니었다면 아마 이피엘이든 라리가든 가서 괜찮은 커리어는 쌓긴 했겠죠. 기량도 그래도 좀 더 오래 갔겠고..
뭐.. 여기까지.. 나머지 분들도 지금이라면 다들 커리어는 더 좋아지셨겠지만 유럽 빅리그에서 큰 족적은 못 남겼을 듯 합니다.. 이태호, 구상범, 박경훈, 김판근, 하석주, 김태영, 최진철 등등... 지금이라면 뭐 유럽 진출 정도는 했을 수 있죠 워낙 환경이 오픈된 시대니까 국대급에서는 쩌리라도 유럽 가려면 어디든 가기는 가는 시대니까..
아시아 선수들 한번 얘기해 보려고 했는데 그건 글이 길어졌으니 다음에... 짤도 넣어보려다 괜히 산만해질 거 같아서 안 넣었습니다. 댓글에 짤 요청하시면 뭐 제가 왠만한 짤은 다 있으니까 댓글에 넣어볼께요.
+ 김도근
댓글에 얘기 나온 김에.. 김도근도 기량은 진퉁입니다. 특히 96~98년까지의 김도근은 충분히 빅리그급.. 당시 전남에서 김도근 날라다녔다는 건 그때 프로축구 보신 분들은 다들 기억하실 테고, 국대에서도 브라질전 한일전 등등 날라다녔죠. 98월드컵 때도 한국 쳐발릴 때 홍명보 유상철과 함께 개인기량으로 분전한 게 바로 김도근입니다. 특히 얇은 중원 자원에서 유상철이 제공권과 힘 공수전환에서 기여가 컸다면 김도근은 그 윗선에서 공격전개와 수비가담에서 비중이 컸죠. 뭐 그 뒤로 전성기가 지나가면서 99웨스트햄 입단테스트 무산 등등.. 개인의 전성기가 유럽 진출과 아다리가 안 맞은 게 안타까운 레전드입니다.
+최용수
밑에 댓글에 조금 덧붙여서..ㅎㅎ 용수형님은 피지컬적 플레이로 아시아 씹어먹긴 했는데 그 외의 플레이는 솔직히 빅리그에서 메리트가 딱히 없어서.. 게다가 용수형님은 힘과 체력 근성은 좋은데 몸이 좀 뻣뻣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이라 플레이의 후속성 연결성 면에서 약점이 꽤 컸습니다. 2002미국전 홈런 말고도 98벨기에전 목각헤딩 2연벙 같은 장면이 그런 최용수의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들..
사실 용수형님이 30대 중후반 축덕 분들의 10대 시절인 그 당시에 호돈급 영웅이긴 했었죠. 저야 뭐 그때도 용수형님은 세계무대급은 힘들다고 생각했었지만서도.. 훈련 부족으로 웨스트햄 입단테스트 실패는 저 역시 좀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면 유럽리그 어디든 좀 뛰어볼 수는 있긴 할 겁니다.. 빅리그 성공은 조금 의문이긴 하지만 리그앙 정도의 리그라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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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운은 백프로 성공했을 스타일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