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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인천 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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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02 22:50:34


비가 엄청 온다는데 무슨 축구냐
지붕도 안 덮이는 자리에서
그래도 인천에 갔습니다 토요일 밤 20시에

서울에 비가 엄청 오던데 다행스럽게도 인천에는 비가 안왔어요
경기장에서는 뭐 먹지 못하니 연안부두 횟집에 가서 미리 먹고 경기장으로
비가 온 다음 시원한 바람이 부는
축구하기 정말 좋은날이었어요

물론 금방 비가 오기 시작했지만...
거리두기 때문에 좌우로는 3자리씩 비우고 앞뒤로는 1줄씩 비웠는데
저와 일행은 제일 앞줄이었어요
축구장 그렇게 많이 가도 앞줄 앉기는 처음인데 나름 맛이 있네요

광주는 인천 부산 수원에게 이긴게 전부였고 사실상 이팀들 말고는 이길 상대가 없는지라
어제의 원정은 정말 중요한 경기였어요
광주는 패배에 경기력이 내려오고 있었고 아슐마토프 퇴장 결장
인천은 아길라르 합류와 임중용 부임 이후 경기력이 올라오고
시즌 첫승 상대가 있다면 광주가 유력한 상황
만약 인천이 이긴다면 양팀 승점 3점 차이에 강등권은 혼전속으로...

늦은밤 폭우가 온다는데도 1800명이 넘는 팬들이 왔어요
내 왼쪽에 온 어린 아이와 4인 가족
엄원상 별로 못한다며 놀리던 뒷쪽 토토 아재
응원가 부르지도 못하지만 계속 뛰며 응원하던 서포터들

그 넓은 축구장에 고작 2000명 가량 오는 모습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띄엄띄엄 앉은 질서에 색다른 무언가가 느껴졌고
오늘 같은 날에 온 사람들은 진짜 팬이라고 생각하니
원정팀 응원하는 입장에서 뭔가 더 위압적으로 느껴졌어요
같은 숫자라도 예전은 모여 앉아서 빈공간이 많아 보였다면
어제는 좌석 폐쇄한 구역 제외한 경기장 모든 곳에 관객들이 있어서 더 많아 보였고

아마 어제 같은 날에 원정팬은 저와 일행뿐이었을 거예요
원정팬은 공식적으로 받지 않으므로 경기중 가만히 있을뿐 원정팀을 응원하는 행위를 할 수도 없게 되어 있으니
때문에 경기 초반 정산의 계속되는 실수에 광주가 찬스를 놓쳐도 속으로만 아쉬워했을뿐

아무튼 인천은 초반 실수로 맞이한 2번의 위기에서 운좋게 살아남지만
광주가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합니다
광주는 홍준호가 최후방에서 볼 순환을 시작하고 좌우에 포진한 윌리안 엄원상을 이용해서 인천을 공략하죠
여기는 광주가 인천에 비해 확실히 낫다고 할 수 있는 포지션이고 경기 끝나는 순간까지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광주 윙포워드들이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펠리페는 오반석이 집중마크하면서 높이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광주 주도 인천 수비의 경기는 아길라르의 뜬금 슛으로 인천이 앞서며 전반이 끝납니다
인천의 시즌 첫승을 보려고 그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은 거겠죠
하프타임 플래시 응원은 경기장 전체에서 빛나는게 대표팀 경기 보는 거 같았어요

인천은 전반 광주에게 밀렸고 별다른 슈팅도 없었지만 스코어에서 앞선채 끝났고
후반 그 우위를 살려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기 시작합니다
여유가 생긴 인천, 전반 초반에 찬스 놓친 댓가를 치른 조급해진 광주
인천의 추가골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 흐름이었는데

73분 엄원상이 가운데를 파고 들어 수비 셋을 달고 동점골을 넣습니다

엄원상의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이렇게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었는데
티비로 보던 이미지는 스피드 원툴,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끝없이 파고 드는 공격성
크지 않은 키에도 달리기 적합하게 잘빠진 몸
감정이 드러나지 않고 변화없는 성격
워낙 유명한 속도와 함께 그걸 수중전 경기 막판까지 유지하는 체력
점점 나아지는 드리블까지
2-3년 이후에는 더 대단한 선수가 될 자질이 보였어요
그때쯤이면 시야나 패스도 훨씬 나아질듯

엄원상이 골을 넣어도 좋아할 수는 없는 가운데 인천팬들의 분위가 무거워진걸 느꼈어요
무고사가 빠지고 김호남이 들어옵니다
김호남은 과거 광주 승격의 1등 공신이었는데
속도와 투지가 있으며 공을 찰 줄 아는 선수
빗속 후반 조커라면 이보다 더 적합한 카드는 없죠
개인적으로는 무고사와 함께 뛰는게 더 시너지가 있을듯했는데
왜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둘을 선발로 세우지 않았나 의문이예요

김호남이 들어가고 인천이 경기 막판에 몰아치는 가운데 광주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펠리페가 말도 안되게 힐패스로 볼을 흘리고
윌리안이 끌고 들어가지만 외로운 상황
오른쪽 빈곳으로 크게 깔아주는데 어느새 엄원상이 들어왔고 87분 역전골이 들어갑니다
엄원상 별로라던 토토 아재는 가버리고
전반 앞서다 결국 역전당한 인천팬들의 실망이 느껴졌습니다
첫승에 승점 3점 차이가 될 기회였는데

임민혁의 원터치 전진 패스가 중원을 바로 지나 인천 수비지역에 이르렀고 펠리페가 쐐기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사실상 끝납니다
광주는 정말 중요한 승리를 얻었고 인천은 가장 치명적인 패배를 당했죠
광주는 인천 부산 상대로 3승 1무를 얻어 거의 목표한 최대 승점을 따냈으며
인천은 부산전이 있는 가운데 그나마 순위 가까운 성남 수원 서울 경기가 있는게 희망적입니다
어쨌든 맞대결은 이길 수 있다면 바로 효과가 나니까요

광주 승리의 1등 공신은 엄원상 그에 대한 이야기는 위에서 많이 썼고
경기장에서 눈에 들어온 선수는
홍준호 - 파트너 아슐마토프가 빠졌음에도 큰 실수 없었고 광주가 경기를 주도하는 볼 순환에 큰 기여
박정수 - 특출난 능력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플레이에 불필요한 부분이 없고 기본에 충실하며 많이 뛰고 맡은 역할을 잘해줌
펠리페 - 수비를 끌고 다니는 능력, 좋은 왼발, 높은 승률의 헤더 경합, 볼 간수 능력까지 역시 좋은 타겟 스트라이커
'심장이 뛰는 한 광주답게' 그 자체인 여름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 가치를 알 거고
윤평국 - 경기에서 지고 있을때 동점, 역전으로 상황이 변해도 끝없이 소리지르고 팀원들을 이끌었죠 실점은 원더골이라 어쩔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인천은 계속 교체하며 변화주는데
광주는 애들 빗속에 지쳐 보이는데도 교체를 안하길래 박진섭은 김주공 마르코 두고 뭐하나 싶었지만
필리페 윌리안 엄원상이 역전골 넣으니 할말이 없어졌어요

인천은 정산이 최악의 플레이를 선보였죠
실점 장면 제외하고도 볼처리 길게 가져가다 위기 맞은 것만 3번이고
광주 역전골도 엄원상 터치가 좋지 않은거 판단 미스로 막아내지 못했으며
윤평국과 다르게 선수들 독려하는 콜도 부족했고...
제 자리가 1층 맨앞 골키퍼 라인이라 직접 비교가 되더라고요
너무나도 중요한 경기에서 정산이 못해버렸어요

14경기 0승 5무의 인천은 앞으로도 승리가 없다면 강등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한 번 내려가면 올라오기는 더 힘듭니다
지금 2부에서 기다리는 팀들이
하나은행의 대전, sk의 제주, 올해 무서운 수원, 내년에는 2부 여포 상무까지...
어제는 광주를 응원했지만 앞으로는 인천이 꼭 이겨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도원역에 또 갈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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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8-02 22:34:19

수원 팬인데... 올 해는 인천 아니면 수원이겠네요 .....

+ 광주는 1부에서 길게 보고 싶습니다 ㅎㅎ

남기일 감독 시절에는 거친 축구에 우리 팀 선수 부상 위험도 많았던 축구라서 별로였는데

박진섭 감독님 축구는 나름 재밌더군요 ㅎㅎ

 

더해서 개인적으로 마르코 우레냐 선수를 좋아해서(올 해 못하기는 하지만)

광주 잔류 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LAFC 시절 정말 팬서비스가 좋았던 선수였거든요 ㅎㅎ)

OP
2020-08-02 22:37:54

마르코는 도대체 왜 이렇게 안쓰는지 모르겠어요
윌리안 엄원상이 주전 좌우라해도 교체로도 거의 안나오고..
수원은 오늘 같은 경기를 못이기는건 조금 심하네요ㅠ
올해가 1팀 강등이고 인천이 차이나서 다행이지 만약 2팀이었다면...

2020-08-02 22:40:47

오늘 홈 경기 갔다 왔는데

답 없죠... 그냥 다음주에는 이청용 플레이 보러 울산 가려고 합니다 ㅋㅋㅋ

어짜피 질텐데 이청용 보면서 힐링해야지......

 

+ 개인적으로 우레냐는 잘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네요.


OP
2020-08-02 22:46:13

저도 마르코는 나오면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오늘 직관했다면 마음 무겁겠네요ㅜ
그저 위로 드린답니다...

2020-08-02 22:38:27

정성글이네요 ㄷㄷㄷ

이 시국에 원정까지 응원하신거니 진짜 광주 찐팬이신듯 ㄷㄷ

저도 직관가고 싶네요...

OP
2020-08-02 22:39:56

감사합니다
예매 금방 나가던데 직관 예정 있으시면 꼭 오픈하자마자 도전하셔요

2020-08-02 22:43:58

크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OP
2020-08-02 23:19:04

감사합니다

2020-08-02 22:56:23

 윤평국 초반에는 못미더운 장면이 많았는데... 시즌이 갈 수록 미들맨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강등은 어찌 면하지 않을까 싶은데 앞으로 더 광주다운 축구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OP
2020-08-02 23:20:37

올해는 성남 수원 서울이 어쩌다 밑에 있어서 어쩌다보니 지금 순위지만
내년에는 실력으로 지금 정도 순위를 유지했으면 좋겠네요
그러다 운좋으면 상위 스플릿 가고 더 운좋으면 아챔이나 컵대회도

2020-08-03 00:09:39

팡주 미들진이 아길라르 한명에 속수 무책으로 당해서 인천이 드디어 이기나 싶었는데 후반 집중력으로 역전승까지 해버리네요 ㄷㄷㄷ 엄원상이 빠르긴하지만 드리블이 투박하단평이있지만 그래도 9경기 3골 1어시.. 꾸준히 좋게성장중이라고 봅니다..

OP
2020-08-03 00:26:03

아길라르 하나 말고는 인천이 우위다 싶은 포지션이 없어서 팀원 능력치 차이로 이긴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 광주는 공격 3인방이 능력만큼 돌아가는데 인천은 무고사부터 정상이 아니니...
엄원상은 이대로 커서 좋은팀에서 더 성장한다면 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될텐데 속도유지되는 선에서 체중을 늘리지 않는다면 부상을 많이 조심해야할듯

2020-08-03 03:39:46

워 인천까지 ㄷㄷ 고생하셨습니당
그래도 3골이나 넣고 이기는 경기 직관하시게되서 잘댔네여

OP
2020-08-03 03:46:32

광주가 세 골이나 넣는거 보니 인천 부산은 광주와 비슷한 동무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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