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자유게시판
  일정    순위 

유상철 감독과 이강인 선수의 서사

 
12
  1417
2021-06-08 00:07:12

아이들 출연하는 예능이 내용과 무관하게 연예인 지망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경우도 많고, 대부분 프로그램 내용과 엮이는건 단발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죠. 슛돌이 출연하던 아이들이 사실 진로 결정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기도 해서 축구를 계속하지 않는게 이상한 것도 아니구요.


유 감독도 슛돌이 맡으면서 간접적으로 이 방송을 보고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정도 생각은 했을지 몰라도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내가 이 아이들을 국가대표로 키워보겠어! 이런 생각은 안했을겁니다.

 

그런데 웬걸, 어이구 애 치고는 잘한다~ 이 정도가 아니라 진짜 성인축구에서 나오는 장면들을 그때부터 보여주던 아이가 등장했습니다. 가끔 방송 보면서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이강인 선수는 정말 축구 계속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슛돌이팀뿐만 아니라 상대팀까지 통틀어 방송에 출연했던 그 어떤 아이들과도 비교가 안됐거든요.

 

실제로 이강인 선수는 한참 후 U-20 대회에서 골든볼까지 수상하면서 슛돌이에서의 이강인 선수를 보고 기대하던 사람들의 바람을 현실화시켰죠. 마침 유상철 감독도 계속 축구계에 몸담아 프로팀 감독까지 맡을 수준으로 올라왔구요.

전 두 사람 모두에게 서로가 각별한 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유 감독 입장에서는 프로팀에서 아직 특별한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국축구의 한 세대 얼굴을 발굴해내는데 공헌했다는 자부심이 있었을겁니다. 유 감독은 건강한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이강인 선수 경기를 한번 직관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 귀한 일주일을 다른 누구가 아닌 이강인 선수에게 써볼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유 감독이 갖고 있는 특별한 감정을 잘 말해주죠. 이강인 선수 입장에서도 유상철 정도 되는 사람과 축구를 같이 시작하고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는건 큰 의미가 있었을겁니다. 슛돌이 끝나고 땡 이게 아니라 계속 연을 이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을거에요.

이런 두 사람이었던지라 전 앞으로의 서사가 정말 기대됐습니다. 유상철 감독 정도면 본인이 프로팀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국가대표팀 감독도 충분히 노려볼만했죠. 정말 그림 좋지 않나요? 한 예능프로에서 시작된 인연이 국가대표팀에서 감독-선수로까지 이어진다면 이건 영화가 따로 없죠. 꼭 국가대표팀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이강인 선수가 K리그로 돌아와 클럽에서 만날 수도 있는거구요. 같이 감독-코치를 못하리라는 법도 없죠.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둘의 서사는 이렇게 미완으로 남게 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 이강인 선수가 잘 끝맺을 일만 남은거네요. 이번 올림픽이 이강인 선수에게는 특별한 대회가 될 또다른 이유가 생겼습니다. 유 감독이 마지막으로 웃으며 갈 수 있도록 이강인 선수도 힘을 냈으면 좋겠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NO
Comments
아직까지 남겨진 코멘트가 없습니다. 님의 글에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