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개인 커리어를 통한 선수 비교도 한계가 있는 것이죠.
조르지뉴의 발롱 포디움? 애초에 저는 발롱도르 순위가 선수의 순수 실력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순위라고 생각해요.
결국 당해년도 종합적으로 성과가 좋았던 선수들을 뽑는 것이고, 기량과 성과 사이의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는 있겠습니다만 팀스포츠인 축구에서 그 것이 인과관계를 이루지는 않으니까요.
조르지뉴가 첼시의 챔스 우승, 이탈리아의 유로 우승에 기여한 바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조르지뉴의 실제 기량이 어느 수준이든지 간에 이번 해에 소속팀들이 낸 성과, 거기에 대한 기여분만 고려해도 충분히 높은 순위를 따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발롱도르 순위를 비롯한 일련의 '개인 수상 실적' 이 선수 비교의 척도로 활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개인 수상이든지 간에, 상술한 발롱도르의 선정 기준이 그러한 바와 같이 그 것은 오롯이 '개인의 실력'만으로 수상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상연도의 전반적인 상황, 즉 후보군의 전반적인 퀄리티, 수상자를 선정하는 기관 내지 단체의 성향, 후보군이 속해 있는 팀들의 퀄리티, 팀 내 경쟁자 유무, 특정 포지션의 경쟁자 유무 등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요.
1. 소위 "올해의 팀"의 경우 ; 세르히오 부스케츠, 카림 벤제마 케이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6번 미드필더로 손꼽히며, 스페인의 메이저 대회 2연패와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이끈 세르히오 부스케츠입니다만 정작 부스케츠가 FIFA 월드베스트에 선정된 횟수는 0회입니다.
팀 후배 프랭키 더용이라든지, 같은 라마시아 출신인 티아고 알칸타라도 월드베스트에 선정된 바 있는데, 그렇다면 부스케츠가 이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져서 그랬던 것일까요?
그렇다기보다는 부스케츠가 월드베스트에 들만한 폼을 보여주던 전성기 시절의 경쟁자 퀄리티가 남달랐기 때문이었다고 보는게 합리적이죠.
특히나 팀 동료인 이니에스타와 사비가 매번 미드필더 한 자리씩을 차지하는 상황. 같은 국적의 같은 소속팀 선수들이 먼저 월베 한 자리를 차지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부스케츠가 월베에 들긴 쉽지 않았겠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티아고나 더용이 부스케츠보다 축구사적으로 더 나은 선수" 라고 속단하지는 않죠. 사비, 이니에스타, 크로스 등에게 밀린거지, 티아고나 더용에게 밀려서 월베에 못 든 것이 아니니까요.
카림 벤제마도 마찬가지. 벤제마 역시 월드베스트는 한번도 선정된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월베에 선정된 적 있는 페르난도 토레스, 이미 2회나 선정된 킬리안 음바페같은 공격수들에 비해 모자란 공격수인가? 에 대해선 역시 의문부호가 따르죠.
이렇듯 월베를 포함한 소위 "올해의 팀" 류의 개인 수상 실적은, 단순히 수상횟수만을 놓고 보기 전에 수상 또는 수상실패 당시 동 포지션의 경쟁자가 누구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잘하는데 동 포지션 경쟁자들이 1,2,3등이면 올해의 팀은 평생 꿈도 못 꿀테니까요.
예컨대, 2016년 발롱도르 3위인 앙투안 그리즈만은 정작 16년도 월베엔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일단 2자리를 발롱도르 1,2위인 메시와 호날두가 차지하고, 나머지 한 자리에 라리가 득점왕 수아레즈가 선정되었거든요.
반대로 경쟁자가 변변치 않으면, 행운의 수상을 하기도 합니다. 애슐리영이 잉글랜드 PFA 올해의 팀에 선정된 횟수는 총 2회. 라힘 스털링, 아르옌 로번, 조 콜, 알렉시스 산체스, 리야드 마레즈 등보다 많습니다.
동 포지션은 아니지만 세르히오 아게로, 야야 투레, 이안 라이트, 세스크 파브레가스, 페트르 체흐, 디디에 드록바 등과 같은 횟수죠.
애슐리영이 정말 나열된 선수들과 위상이 비슷해서 그랬을까요? 긱스, 피레, 로벤, 조콜 등이 물러나고, 베일, 아자르, 마네 등이 나타나기 전, 즉 리그에 걸출한 레프트윙이 없던 그 시절, 2년 연속으로 수상한 것이죠.
2. "발롱도르"의 경우
이번 조르지뉴의 발롱 포디움도 그러하듯, 발롱도르 최고 순위 역시 선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당해년도 팀 성과와 기여도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발롱도르 위너인 마이클 오언이 그리즈만, 앙리, 즐라탄, 수아레즈, 레반도프스키보다 축구사적으로 더 나은 공격수인가?
앙리는 차치하더라도, 나머지 공격수들은 메시와 호날두가 없었다면 더 높은 위치, 심지어 발롱도르 위너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수준의 공격수들이죠.
발롱도르 최고 3위인 페르난도 토레스가 슈아레즈, 에투, 비에리, 델피에로보다 축구사적으로 더 나은 공격수인가? 이 것 역시도 전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주제가 되고 있는 조르지뉴처럼 특정 연도, 특정 대회, 특정 시즌의 활약으로 선수의 객관적인 기량 이상의 높은 순위를 충분히 기록할 수 있는 것이 발롱도르니까요.
그리고 앞선 "올해의 팀"과 마찬가지로, 발롱도르 순위에 있어서도 팀 내 경쟁자의 유무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나 발롱도르는 전 포지션을 대상으로 한 순위 경쟁이니만큼, 주목받는 포지션과 역할인지 여부도 굉장히 중요하죠.
아무리 본인이 잘하더라도 팀에서 앞서 주목받는 선수들이 있고, 그들이 더 주목받는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면 주목도에서 뒤쳐져 실력만큼의 평가를 못 받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2012년 20위 선정이 전부인 세르히오 부스케츠. 이는 요앙 구르퀴프와 같은 기록이지만, 아무도 부스케츠를 구르퀴프 급 선수라 생각하지 않지요.
- 2007년 19위 선정이 전부인 클라렌스 셰도르프
- 트레블 전후 인테르의 핵심이었지만 발롱도르 후보에 든 적 없는 에스테반 캄비아소
- 레알 마드리드의 챔스 3연패에 기여한 크카모 중 하나이지만 후보에 든 적 없는 카세미루
-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리버풀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지만 후보에 든 적 없는 앤드류 로버트슨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이지만, 비슷한 포지션의 동료 중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카카, 스네이데르, 모드리치)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선수(판다이크)가 있으면, 해당 선수에게 주목도가 몰려 선수가 팀 성과에 기여한 부분보다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여담이지만 그런 점에서 조르지뉴는 팀 내에서 주목도를 가져갈 선수가 비교적 적었고, 클럽과 국대에서 동시에 맹활약한 덕분에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셈 -
3. 소결
이번 조르지뉴의 발롱도르 포디움 등극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고라키스가 그리스의 유로2004 우승으로 발롱도르 TOP 5에 들었던 것과 비슷한 케이스, 즉 예년의 발롱도르의 선정기준에서 크게 위배된다 보기 어려우니까요.
오히려 우리는 "이렇게 뽑아온 발롱도르니까", 선수 평가를 하는데 있어 의미없이 개인 수상 실적들을 나열하고 그것만이 선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척도인냥 단정짓는 습관에 대해 재고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단지 발롱도르 뿐 아니라, 비슷한 맹점은 거의 모든 개인 수상 실적에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비슷한 관점에서, 팀 커리어도 당연히 선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없다고 보는 쪽입니다. 동료가 다르고, 경쟁팀 퀄리티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면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팀 커리어니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https://serie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calciotalk&wr_id=2476659
제가 이전에 칼게에 쓴 "선수비교에 대한 단상 ; 누가 더 기억될 선수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 생각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제가 항상 지양하고자 하는 것은, 팀 커리어든 개인 수상 실적이든 누가 봐도 "불완전한" 지표 하나만을 가지고 특정 선수를 필요 이상으로 평가절하하는 일련의 행위들입니다.
"개인 커리어에서 비교가 안 되는데 비교가 되나요? 무조건 한수 아래라고 봅니다."
라는 식의 주장은, 굉장히 오만하고 편협하며 불완전한 기록을 맹신하는 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심지어 "각 수상연도별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저런 생각을 하는 건 더더욱 안일한 태도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개인 커리어(또는 팀 커리어)에서 비교가 안 되는데 끊임없이 전문가와 대중들 사이에서 특정 선수들 사이의 비교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 커리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량적인 측면에 있어 많은 이들에게 특정 선수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의미하지요.
한마디로 비교할만하니까 비교되는건데, 고작 몇줄짜리 수상 내역 찾아보고 한수 아래니 위니 판단하는건 굉장히 오만하고, 보는 이에 따라선 우습게까지 느껴질만한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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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발롱에 너무 큰 의미부여를 안하면 되는데...
팬이나 매체 등이 팬심이나 관심을 위해 자꾸 그런걸 끌어오고 하는게 문제인거죠.
어떤 시즌의 발롱 5위가 어떤 시즌의 발롱 수상자보다 잘 할 수도 있는것이고.
또 반대로 발롱 5위가 챔피언의 영광을 얻는 시즌도 있는거겠죠.
축구의 경우는 특정 포지션 외에 굉장히 손해보는 포지션이 많다 생각해요.
GK 수비수는 말해 무엇하랴 수준이고.
피를로 사비 정도의 미드필더도 그렇다 생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