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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 역습축구" 통념이 깨지는 라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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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00:38:35

 

- 축구 외적인 사정도 어느 정도 개입했다지만 - 이전 월드컵과 같이 웅크리고 카운터 노리던 이란이 박살나면서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가운데, "빌드업 축구"라는 불명확한 개념 하에 비판받아 온 벤투호는 우루과이 상대로 선전..  

 

나아가 일본은 이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것들이 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을 주며 독일을 꺾었고, 사우디 역시 아르헨티나 상대로 물러섬 없이 적극적이며 정교하게 라인 컨트롤하면서 역전승..

 

이란의 카운터 전술의 한계는 비단 이번 월드컵 뿐만이 아니라, 퀘이로즈와 함께 한 지난 2번의 월드컵에서 이미 드러났던 문제였습니다.

 

그에 반해 현대 축구 규격에 맞춰 꾸준히 발전해 온 일본, 클럽팀 조직력을 그대로 이식해 선수들의 개인 기량 이상의 것을 보여준 사우디, 지난 월드컵들과 달리 4년간 체계적으로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던 한국의 경기력.

 

결코 이변이나 우연이 아니죠.

 

상대가 우리 진영에 쉽게 진입하게끔 만들어주고, 90분 내내 우리 진영에서 활개치는걸 지켜보며 처절하게 수비 일변도로 가다가 한 방의 카운터를 노리겠다는 전략.

 

말이 쉽지 이걸 구현해내기 위해 요구되는 수비 집중력과 체력은 비현실적인 수준이고, 그에 반해 돌아오는 리턴값은 매우 작죠. 결국 득점해야 이기는 축구인데, 정작 득점은 요행을 바라는 수준의 전략인데다가 그렇게 수비하고도 선제실점하면 대책 마련이 불가능한 전략이다보니.

 

사실 위와 같은 전술은 투지, 열정, 근성같은 표현과 함께 '하면 된다' 느낌을 주다 보니, 그간 우리나라에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었습니다. 애국심 따위의 감정에 입각해 그저 열심히 뛰면 되는거 아니야? 하는 식으로.

 

무언가 변화하려는 시도들은 반대로 "빌드업 축구"라는 다소 불명확한 개념을 들고 계속 비판받아왔죠. 언더독 주제에 무엇을 주도하려 하느냐, 무엇을 자꾸 만드려고 하느냐 하는 식으로요.

 

지난 일본과 사우디가 그랬고, 오늘 벤투의 한국이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일련의 시도들은 "언더독이 주제도 모르고 펩바르셀로나에 빙의해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가패삼기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죠.

 

탑독을 상대로도 우리 흐름일 땐 우리 축구하고, 상대 흐름일 땐 상대의 흐름을 최대한 저지할 수 있는 저지력을 갖춘 축구인 셈입니다.

 

- 상대방의 기초 빌드업이 불편하게끔 전방압박 시퀀스를 다듬고

- 상대방이 우리 진영에 쉽게 진입할 수 없게끔 1, 2차적으로 저지하는 구조를 세우고

- 우리의 흐름이 왔을 때 자신있게 펼칠 수 있는 빌드업 시퀀스를 마련하고

- 어떻게든 마무리 단계까지 끌고가서 상대 역습 가능성을 낮추고

- 경기 내내 상대방이 잘하는 것들 못하게끔 방해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구조.


이번 라운드 아시아 팀들의 경기결과를 통해서, 아시아 축구가 축구계 언더독으로써 나아갈 방향성은 좀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체력과 투지" 신화를 비롯한 여러 오해와 미신들도 앞으로 더 사그라들지 않을까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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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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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00:39:18

벤갓동님 어디까지 내다보신겁니까 ㄷㄷㄷ

확실히 공 안 갖고 있을 때 + 우루과이 애들이 우리 진영에서 볼 돌릴 때 가 더 무섭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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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00:39:26

트렌드 따라가는게 얼마나 중요한가 확신이 드는 월드컵입니다

국내감독 선임할 때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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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00:39:35

예전 비야레알이 유독 바르샤랑 잘 싸웟는디

Updated at 2022-11-25 00:40:34

솔직히 웅크리다가 뻥축 이게 통하던 시절은 너무 오래전에 지나갔다고 봅니다. 굴욕적으로 개박살 확정 코스에요.

2022-11-25 00:40:01

 역습을 하든 뭘 하든 일단 요새 축구에서 상대 압박을 어떤 방식으로든-빌드업이든 롱볼이든- 풀어나가지 못하면 절대 역습 못하죠. 그냥 공 뻥차서 소유권 잃는거...

Updated at 2022-11-25 00:40:21

영혼의텐백 하려면 "그 시즌" 소년명수형정도는 해야

2022-11-25 00:40:20

스패인처럼 테크닉 덕후들이 아닌 이상 이번 월드컵은 재밌음.

2022-11-25 00:40:50

진짜로 국뽕 빼고도 전체적인 흐름은 우리가 주도했다고 생각합니다

2022-11-25 00:41:05

일본은 두줄수비 후 역습이긴 했죠 전술 자체가..
마지막에 질것 같으니 공격수 5명 넣고 윙백이랑 윙포로 사이드 갈아버리는 전술이 상당히 좋았고 이걸로 역전도 했지만 후반 중반까지는 맞불도 못넣고 미들 내주고 두줄수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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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11-25 00:43:22

시작은 4231로 대등하게 맞서려던건데 밀려서 라인이 후퇴한거뿐이죠. 두줄수비 잘하던팀이지만 어제는 그거 의도하고 나온 경기 아닙니다

2022-11-25 00:48:12

중원 싸먹히니 임시방편 했던거고 그러고도 성공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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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11-25 00:43:56

한국의 많은 선수 출신들이 이제 축구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경기였으면 좋겠네요

우리가 잘하는 거 하면 된다는 소리 이제 그만 좀 듣고 싶어요

2022-11-25 00:42:41

사우디랑 일본 하는거보고
어 우리 잘못 준비한게 아니었을지도? 생각 하긴 했었는데
그걸 4년 전부터 생각했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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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00:42:50

억까 너무많았다고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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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00:43:05

이란 코스타리카 털리고
일본 사우디 한국 선전이 괜한게 아님

1
2022-11-25 00:44:33

우리도 트렌드를 따라가는거 같아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2
2022-11-25 00:47:23

한편으론 월드컵 이후가 걱정되기도 하네요

Updated at 2022-11-25 00:47:39

 티키타카 전성기시절 카운터로는 칠만한데 티키타카 유행 끝난 지금은 뭐...

2022-11-25 00:49:57

조금씩 스타일은 달랐지만 큰 틀에서 셋 다 현대 축구로의 방향성을 갖추고 있던 게 결과적으로 증명된듯여. 사우디 같은 경우는 탈아시아급 피지컬로 피지컬에서 열세인 아르헨을 상대로 훨씬 효과적으로 움직였고 반대로 일본은 몇 십 년간 정진해온 소위 패스축구가 드디어 궤에 오른 느낌. 우리나라 역시 애매한 빌드업 축구로 까였지만 결국 본선 대회오니 벤투가 스스로를 증명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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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00:51:55

아 진짜 이길만한 경기였는디ㅠㅠ

2022-11-25 16:55:51

일반 대중은 차치하더라도 소위 축구 전문가라는 사람들 까지도 "빌드업 축구"라는 허황된 개념에 사로잡혀 강팀상대로 이렇게 플레이를 어떻게 하냐고 걱정인지 조롱인지 모를 소리를 해대고 있었는데, 어제 경기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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