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

다음주 월요일, 이탈리아의 대통령을 뽑는 간선 선거가 진행됩니다. 투표의 자격이 있는 이들은 이탈리아의 모든 국민이 아닌, 상하원 의원과 20개 주의 지역 대표들로 구성된 1000여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하게 되며, 이들은 출마를 선언해서 등록된 후보에게 투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기에 이 사람이 대통령 감이다 싶은 사람을 적어내는 방식입니다. 즉, 50세 이상의 이탈리아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론 상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탈리아가 내각제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권한이 무척이나 적을 것 같지만 일단 대통령이 아주 하는 일이 없지는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와는 다르게 바지사장은 아니고 생각보다 권한이 의외로 제법 있는데, 대표적으로 의회 해산권과 총리 지명권 등이 있고 내각제 기반의 국가 대통령들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권한이 쎄다고 알려져 있는 나라가 이태리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더불어 임기도 7년 보장에, 재선까지 가능하죠.

현재 대통령으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단연 현 총리인 마리오 드라기입니다. 지난 해 2월 거국내각의 총리로 부임해 이탈리아의 정국을 안정시키고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하며 현재도 내각 지지율이 70%에 달하는 중이죠. 이 때문에 드라기를 대통령으로 추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입니다. 좌파 우파 가리지 않고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나 검증된 능력과 신뢰감은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이죠. 하지만, 문제는 드라기가 총리를 하다가 대통령으로 빠져버리면 총리가 없어지는 셈이 되는 이태리는 다시 정국이 혼란 속으로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중도파와 좌파 진영 측에서는 드라기 체제를 2023년까지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고, 드라기가 총리에서 내려오는 걸 반대하는 이탈리아 국민 여론도 과반을 훨씬 넘는 상황이죠. 반대로 대통령이 되면 잘할 것 같다는 의견도 압도적으로 높지만, 이래저래 어디에 놓던 곤란해지는 이례적인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드라기 내각 지지자들 중에서는 현 대통령인 세르조 마르텔라가 연임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마르텔라 본인은 연임 생각이 없다고 했고 이미 80대 초반의 나이인지라 더 하고 싶어하지 않아보이지만 그런 거 상관없이 분위기가 마르텔라도 득표가 어느 정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던 우리의 영원한 총리, 베총리께서는 어떤 상황이실까요? 딱 잘라서 말하자면 상황이 그닥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우파연합 측에서는 지지를 선언했지만 이기기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류여서 그런지 최근 베총리 측근들도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을 서서히 내고 있죠.

현지에서는 드라기 총리와 마르텔라 대통령(연임)이 가장 확률 높은 후보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마르텔라의 경우 드라기가 총리로 남아야하고 대통령 임기 내내 평이 준수했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 그런 건 개무시하고 그냥 찍을 것 같은 기세고, 반대로 드라기가 대통령이 된다면 총리를 새로 뽑아야하는 리스크가 있지만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딱인 사람이라는 의견인 셈입니다. 그 외에 그나마 가능성 있는 여성 후보로 마르타 카르타비아 전 법무장관이 거론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미미하며, 저 셋 빼면 베를루스코니가 가능성이 다음 선일텐데 많이 힘들어보입니다.

현재로써는 결국 현직 총리인 드라기와 현직 대통령인 마르텔라가 정배이며, 포인트는 둘 다 그다지 끌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둘 다 1940년대에 태어난 고령이라는 점도 포인트네요. 물론 우리의 베총리님은 드라기 총리보다는 11살이 더 많고 마르텔라 대통령보다 5살이나 더 많은, 올해 한국 나이로 87세이신 분이라 상대적으로 앞의 두 사람을 젊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내주시는 중.

과연 드라기가 쭉 이탈리아를 이끌지, 아니면 대통령으로 자리를 옮길 지 유럽의 많은 이들이 주목 중입니다. 특히 EU의 방향키에 있어서 드라기의 존재감은 지난 1년 간 막강했기 때문에 더더욱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