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제 삶의 끼친 영향이 제 생각보다 컸었네요. 하소연 한번 갑니다.
평생 ADHD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어려서 진단 받았고 (부모님만 알고 있었음)
뭔가 약 처방 받은건 저랑 너무 안맞아서 뭔지도 모르고 여기 그만오자 하고 말았습니다.
다만 고기능성 ADHD라 학업 등에서 능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된적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아직 제가 ADHD인지도 모르고 있었고요. 남들보다 시각이 조금 과격하다 정도..?
점수를 잘 받으려 하면 점수 잘 받았고, 그렇게 대학 들어가기전에 점수 잘 받고 좋은 대학 갔습니다.
솔직히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진 제가 일반인 중에는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었구요. (천재는 논외)
대학 생활은 처절하게 망했습니다. (미국)
근데... 공부를 못해서 망했다기보단 안해서 망했어요.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떨어지게 되면서 상황에 적응을 못했고...
그러면서 약간 우울증세도 오고... 게으름에... 자기관리 실패에...
아침에 일어나서 수업가야지.. 가야지... 하며 누워만 있다가 하루가 끝나고...
대충 학기당 1-2과목빼고는 수업 출석률이 20% 미만이었으니 점수가 잘 나올수가 없죠.
제가 누워서 굴러댕기고 있을때 저를 일으켜서 움직이게 해줄 주변인도 없었어요.
그러다 군대 다녀오고
미국돌아가서는 또 다시 실패했어요. 뭐, 학업성취적 실패는 실패고... 별개로요.
비자 연장을 해야 하는데... 연장 신청 서류 집어넣고나서... 자료 보충을 하라고 회신을 받습니다.
근데 그 자료보충 요청 편지를 자세히 읽기가 그렇게 싫더라구요.
나중에 하지 뭐 하고 대충 보고 옆에 치워두고 까먹고 살았어요.
네. 그러고 자료보충 안해서 비자 연장 안되고 비자문제로 미국에서 추방당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걸 인지한건 아무튼 돌아와서 취직하고 난 다음이었어요.
1. 업무에 단순 실수가 많아도 너무 많고
2. 청각 인지력이 떨어지는 케이스가 생기고 *
3. 지루한 업무만 잡으면 남들의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4. 기억력이 안좋은게 아닌데 깜빡깜빡 하는게 무진장 많고, 그게 업무 실패로 이어짐
5. 업무 기한을 더럽게 못지킴. 단기 업무는 괜찮은데, 중장기 업무는 100% 빵꾸 아니면 몇일 밤새기....
하다보니 이건 뭔가 이상하다. 진짜 이상하다. 분명 내가 남들에 비해서 딸리는건 아닌데 왜 이러지?
해서 보다보니 ADHD라는게 있더라구요. 그리고 ADHD 진단 받았습니다.
우울증증세도 역시 있더군요.
1. 대학입학 후에 걸린 우울증 +
2. 이후 실패로 인해 더 심해짐 +
3. 인생 처음으로 남들보다 뒤떨어 졌다는 느낌 +
4. 나는 내 실패로 여기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많이 잃었는데 남들은 발전해 나가네 +
5. 뒤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이 거리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지 줄어들지는 않네?
정말 힘들었습니다. 공황장애도 왔었구요.
약 처방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이게 어렸을때 먹던 그 약이더군요.
여전히 ADHD증세에는 도움이 안되었고 이걸 먹고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이 약은 끊었습니다. (구역질...)
다만, 동시에 진단받은 우울증에 대한 약을 먹으며 우울증을 치료하는게 많이 도움이 됬습니다.
그리고 ADHD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된것도 도움이 되었구요.
최대한 To-do 리스트를 작성해서 해야 할 일을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업무 중 단순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 하면서도
또 동시에 일부의 실수는 어쩔수 없는 세금으로 인지하고 너무 크게 심각하게 생각 안하려고 하고 등등...
나름 적응하니 뭐 살만은하다 싶고, 앞으로도 평생 이렇게 살겠지만 힘내야지 뭐...
그러고 별로 신경 안쓰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1인분 이상은 하고 있고, 그에대한 인정도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여전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제 자신이 똑똑하고 능력있는 편이라고는 생각하고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때의 실패...
그리고 그 실패로 인해서 인생 전체의 전망에 대해 좌절했던 기억,
내 자신의 포텐셜의 절반의 절반도 못채웠다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이런건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에 가시가 되어 문득 문득 절 괴롭힙니다.
그냥 불현듯.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갑자기 심장이 뛰고, 불안해 지고, 숨쉬기가 힘들고, 손발이 떨리고, 괴로워지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캠퍼스 주변을 가게되는건 언제나 항상 너무 괴로웠구요.
그런데 최근 어쩌다 유투브에서 ADHD에 대한 영상을 보게되었습니다.
제가 알던 증상외에, 그러니까 ADHD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라는 진단명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증상들이요.
그리고 제 인생의 실패는 다 여기에 관련이 있더라구요.
의사놈들은 왜 이런걸 제대로 설명 안해줬을까요.
딱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관련만 강조했는데 말이죠.
대표적 증상.
1. 게으름 (정확히는 일을 시작하지를 못함)
2. 일을 미룸
3. 재미를 느끼는 일 (게임 등) 에 초집중함. (한번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함. 수업이고 뭐고...)
4. 시간관리를 못하고, 기한 준수를 못함
5. 실패가 쌓이면 관련된 일들을 외면함
6. 이러한 사항이 쌓여 우울증이 생김.
인간이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일을 시작해야 하겠다는 최소한의 동기가 부여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최소한의 도파민이 분비되어야 하는데 ADHD는 뇌 구조가 달라서
그 최소한에 해당하는 도파민이 분비가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러한 증상이 나오고요.**
진짜 뒤통수 맞은거 같았습니다.
단순 자기관리 실패, 그리고 우울증의 영향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대학에서부터의 인생의 모든 실패가 전부 ADHD와 연관되어 있더라구요.
ADHD랑 전혀 별개의, 사회생활 중의 제 성격이라 생각했던 모습도 ADHD에서 전형적인 모습이었고요.
(이건 딱히 실패라곤 생각 안해서 열거하진 않았습니다.)
이 모든걸 깨닫게 된건 참...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엄청난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냥 내가 게을러서 그런게 아니구나...
내 실패는 온전히 내가 망친 실패라고만은 말하기 힘들구나....
동시에 너무 슬프고 한탄스러웠습니다.
애써 묻어놓았던 실패의 순간 / 기억들이 다 기어올라오더라구요.
내가 이런 내용을 미리 알았으면, 이런것에 대응하는 방법들을 미리 알았으면 좀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계속해서 나구요.
이러한 사항에 대해 알게된게 진짜 한 한달도 채 되지 않아서...
아직도 뭘 어찌할 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감정만 추스르고 있는거 같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다 타버린 재처럼 살았습니다.
살아야 하니 살아야지 하면서 살았어요.
제 취미가 술마시고 술 모으는건데... 반쯤은 억지 열정입니다.
뭐라도 하나 열정적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살아가고 싶지 않을거 같아서 어거지로 만든 취미요.
지금은 진짜로 좋아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일부러 만든 취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삶에 어느정도 변곡점이 오는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 감정을 다 추스르고 나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된 것에 더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어거지로 만든 취미 외에도 진짜로 새로운 무언가를 진심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생겼어요.
그럴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냥... 제 얘기고 하소연이었습니다.
글을 계속 남겨둘지 펑할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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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말하면 말귀를 못알아 먹는건데... 이게 이해력이 딸려서 못알아 듣는거랑 다르게 뭔가 귀에 말이 들리는거랑 뇌가 해당 내용을 인지하는 사이에 딜레이가 걸린다고 해야하나... 더 웃긴건 매일 저러는게 아니라 저런 순간이 불규칙적으로 한번씩 와요...
** 상황을 "완전한 위기"로 느낄때에야 비로소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벼락치기는 잘하는데 벼락치기로 모든게 해결되는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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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저 수짬타이거님이랑 너무 비슷한데 저도 진단 한 번 받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