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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담당(했던) 교사의 학교폭력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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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8 01:20:12

(긴글 주의)

카테고리가 좀 애매하긴 한데, 일단 꼭 정순신만 해당하는건 아니니까 시사정치는 아닌걸로 하겠습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들, 혹은 정치인 자녀들 관련 학폭이 터질 때마다 대중의 인식과 학교 현실이 참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선 저는 중등교사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학폭 담당을 했습니다. 2019년 이후로도 계속 관심이 있어서 업무프로세스 정도는 잘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1. 학교폭력은 얼마나 빈번한가?
제가 3년간 처리한 학교폭력은 총 15건입니다. 여기서 말한 처리라는 것은 정말로 선도조치까지 내려진 사건을 말합니다. 그 외 접수된 것 까지 하면 아마 50건 정도 될겁니다. 그럼 15건은 어떤 케이스였느냐? 그냥 사건이 다 끝났고 어떤 감정적 문제없이 솔직하게 분류해보면..
집단폭행, 신체적 폭력, 욕설, 사이버폭력, 따돌림(이라고 쓰고 사이가 틀어짐), 장난치다 일이 커짐, 성폭력 등입니다.

이 중에 전학은 3명 보냈고, 학급교체 4명, 출석정지 2명, 사회봉사 2명, 교내봉사 4명, 서면사과 2명 정도 된 것 같습니다.

2. 학교폭력은 왜 맨날 솜방망이냐?
학교폭력법으로 학생을 '벌'하려는게 잘못된 개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주는 이른바 선도조치는, 1호 서면사과, 2호 접근금지, 3호 교내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이 답니다. 참고로 이 선도조치는 학교폭력이 아니라 일반 징계줄 때 있는 항목들이기도 합니다.(1,2,7호 제외) 이건 대단히 제한적인데 '벌'을 주려는 의도보다는 이런 조치를 통해 '선도'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겼으므로 선도조치라고 부릅니다. 가끔 미디어에서 보면 정학 받아서 유급되기도 하잖아요? 불가능합니다. 출석정지(옛날엔 정학이라고 부른)는 한 번에 '10일'이 최고고 몇 번 반복해서 걸린다고 해도 다 합쳐서 '30일'이 최고입니다. 정학해서 유급한다? 학교 유급되려면 64일 안 나와야합니다. 30일밖에 안 되는 출석정지로 유급 안 됩니다. 학교폭력 조치의 법적 권한이 대략 이러합니다. 학교에서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2차가해를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치는 2호 조치 '접근금지'밖에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냐? 무슨 법적 처분을 원하시면 경찰에 신고해야합니다. 민사든 형사든 경찰서에서 하실 일을 학교에서 해달라고 요구하면 안 됩니다. 선생이 열정이 없다? 아닙니다. 애초에 처분의 목적이 다른 것밖에 없으면서 학교에 소리쳐봐야 학교에서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과거에도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일반적으로 7~9명 구성에, 학교 교사 인원은 2명~3명 정도였습니다. 5명은 학부모, 1명은 스쿨폴리스, 1명은 지역 전문가 뭐 이런 식으로 구성합니다. 물론 학교 교사는 매번 오는데, 외부인원은 항상 참여하지는 않아서 때때로 교사가 40~60%를 차지할 때도 있고, 학부모들도 학교 교사들의 의결권에 따르는 편이긴 한데 무조건 그러는건 아닙니다. 지금은 그마저도 교육청에서 심사합니다. 학교는 권한도 없고 그만한 권력도 없습니다.

3. 조사가 부실하다던데

제가 학폭담당할 때 옆학교에서 있던 일입니다. 학생이 다른 학생을 수업 중에 때렸습니다. 학생부실로 보내 조사하려고 하니, 학생이 "저 잠시만 핸드폰 좀요"하고 집에 전화를 했답니다. 수화기 너머의 학부모가 교사 바꾸라더니 "지금부터 우리 동의 없이 단 한 글자라도 쓰게 하면 소송걸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2시간 뒤에 변호사와 함께 학교 방문했답니다. 교사가 경찰입니까? 변호사 앞에서 사실확인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겠습니까? 이 케이스는 어떻게 보면 다행입니다. 변호사를 대동해오는 바람에 교사가 꼼짝 못했으니까요. 조사해놓고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진술이 서로 다릅니다. 당연히 있는 일이겠죠? 그럼 교사에게 조사권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허위진술했다고 가해학생에게 피해가 갈까요? 아닙니다. 그렇다고 가해학생을 못 믿고 좀 더 엄하게 조사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합니다. 그러니 가해학생 진술과 피해학생 진술이 다른채로 심의위에 올려보냅니다. 심의위에서는 서로 엇갈린 진술을 받고 각자에게 물어봅니다. 이 때, 대질심문을 생각하시겠지만 그런거 없습니다. 왜냐면 매뉴얼이 가피해학생을 철저히 분리시키는거거든요. 이 매뉴얼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듭니다. 아니 경찰서에서도 대질심문 하잖아요. 학교는 못 합니다. 할 수도 있는데 못 합니다. 애초에 이런 거 전문가가 아니에요 교사들은. 실수가 나오면 뒤집어 씁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학교폭력 처리할 때 교사들은 완전 수동적입니다. 매뉴얼을 안 지키는게 더 교육적이고 더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음에도, 매뉴얼을 안 지켰다가 재심가면 죄다 원인무효로 다시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해야합니다. 이번에 논란이 되는 그 사건도 행정소송까지 갔잖아요? 그거 학교에서 실수 하나라도 했으면 다시 처음부터입니다. 다시 처음부터라는게 무슨 소리냐면 다시 가피해학생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다시 학폭위를 처음부터 열어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말입니다. 그동안에 피해학생은 정신적 고통을 엄청 호소합니다. 다행히(?) 운좋게(?) 민사고는 실수를 안 해서 끝낼 수 있었던거에요.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무슨 적극성을 발휘합니까, 문제가 안 되는게 최선인게 학폭의 절차입니다.

4. 선도조치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선도조치가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있는데, 솔직히 이게 무슨 선도조치냐 싶습니다. 이건 저도 동의합니다. 교내봉사했다고 무슨 갱생이 되겠어요. 아니 전학이나 퇴학보냈다고 무슨 갱생이 되겠어요. 제가 학생부할 때 어지간하면 출석정지 안 주려고 했습니다. 이 놈들한테 출석정지 주면 그게 벌이 아니라 상이에요. 옆에 공고, 농고 형들이랑 신나서 일탈행위 저지릅니다. 특별교육이요? 가서 끼리끼리 만나와서 다음 번엔 더 큰 스케일의 사고를 저지릅니다. 진짜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특별교육 보냈는데 애가 특별교육을 안 가요. 그럼 어떻게 하냐? 다시 기안해서 날짜 새로 잡아서 다시 보냅니다. 또 안 가요. 환장합니다.

선도조치에 대해서도 참 할 말 많습니다. 1호 서면사과 -> 안해도 됩니다. 지금도 그런진 모르겠는데, 제가 담당할 때 교육청에서 들었던 얘기가 "서면사과를 거부할 경우, 양심에 위배되는 것으로 안해도 된다는 판례가 있다."고 했습니다. 아니 잘못해서 편지쓰라니까 나는 안 미안한데? 양심에 반할 수 없다!고 안 쓰겠대요... 그렇다 칩시다.

2호 접근금지. 이것도 영 까다로운데 그래도 그나마(?) 합리적인 벌입니다.

3호 교내봉사. 수업시간? 당연히 안 됩니다. 아침에 빨리 와서 하자. 안 옵니다. 점심시간? 안 옵니다. 하교이후? 갑니다. 제가 선도를 하는건지, 받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4호 사회봉사. 이게 웃긴게 봉사기관을 제가 찾아줍니다.(이건 지금 생각해보니 왜 제가 찾아주고 있었지? 싶네요...) 근데 봉사기관에서 전화를 받잖아요? 그럼 딱 봐도 학교에서 보내는데, 문제학생이잖아요. 안 받습니다. 사회봉사라고 써놓고 결국 학교에서 봉사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구분은 해야하니, 학교 밖으로 내보내서 쓰레기줍기...

5호 특별교육, 6호 출석정지는 위에 썼으니 패스할게요.

7호 학급교체. 전학은 너무 쎄고 그렇다고 같은 반에 두기에는 위험해보일 때 내리는 조치입니다. 저는 솔직히, 생기부 측면에서는 학교에서 가장 쎈 벌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모든 조치는 지워집니다. 심지어 전학도 지워지기 때문에 모르고 보면 이사했나보다 생각하겠죠? 그런데 학급교체는 평소에는 일어날 일이 없는 일이잖아요. 어쩌면 이게 생기부상으로는 제일 쎄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제법 효과가 있는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옮겨진 학급 민원이 상당합니다.

8호 전학은 밑에 쓸게요.

5. 전학을 보내면...

피해학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해학생 강제 전학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강제전학은 쉽게 가는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민사고 강제전학 사안도 꽤 놀랐습니다. 아주 디테일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언론 보도 내용 정도로는 강제전학 보내는 학교 10중에 3,4도 안 될겁니다. 어쨌든, 진짜 심각한 학폭 사안으로 학생을 강제전학보냈다고 합시다. 그러면 다른 학교의 강제전학 학생을 받아줘야합니다. "너네도 보냈잖아? 안 받을거야?"라는 논리죠. 학교 입장에서 결코 좋을 일이 아니죠. 오히려 우리가 보낼 놈은 그간 보내면서 파악이라도 된 놈이지만, 받을 놈은 또 어떤 사고를 벌일지 모르는 놈이거든요. 피해학생 입장에선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요.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런 전학도 이제는 저희가 결정하는건 아닙니다. 외부에서 결정됩니다.

6. 그럼 어떻게 하냐?

솔직히 외부에 빡센 기관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청에 평소에 노는 시설, 기관 많거든요. 청소년 수련원이라든지 이런거요. 그냥 그런데 특별교육을 합숙으로 가서 빡세게 구르다오는게 저는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학교폭력가해학생에게 교육적으로 내릴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처분은 특별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지금의 특별교육이 아닐 뿐이죠. 빡세게 구르고 눈물 좀 쏙 빼서 오는게 오히려 대중의 정서에 더 맞을겁니다.

지금은 wee센터라는 상담센터 가서 5일간 출퇴근하며 상담프로그램하고 옵니다. "가서 뭐했어?" 그러면 놀다 왔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학교는 애초에 처벌 기관이 아닙니다. 문제는 현재 학교와 교육시스템은 선도 기관으로서 구실도 못 해요. 학폭가해자 중 심각한 애들의 재발을 전혀 막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왜 이렇게 됐냐? 학생인권 운운 때문이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우리 사회가 학교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해요. 세랴에서도 그런 글 쓰시는 분들 많잖아요. 학교 밖 기관에 대해서 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7. 학폭조치 삭제

이건 제가 백퍼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 전까지 '학폭조치는 기계적으로 지운다'에 가깝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사실 남겨도 별 의미 없거든요. 생기부에 평생 남겨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있으신데요. 제가 궁금한게, 고등학교 생기부를 어딘가에 제출하신 분 많으신가요? 중학교, 초등학교는요? 대학입시는 물론 대부분의 회사에서 초중학교 생기부를 요구하지는 않던데, 그럼 중학교나 초등학교 생기부에 평생 남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게다가 제가 근무했던 학교 중 하나(제가 학폭 담당 아니었던)에서는, 고3때 여학생이랑 남학생 사이가 틀어졌는데 여학생이 남학생을 협박한 적도 있습니다. "너 학교폭력(성추행)으로 신고할거다. 성 문제는 피해자 우선인거 아냐? 너 생기부 쓰이면 대학 못 간다." 남학생이 반항(?)했더니 실제로 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자측 집에서 합의금으로 몇 천 뜯어갔어요. 안타까운건, 끝내 학폭으로 처리되서 생기부에 쓰였구요. 웃긴건 그래도 수시로 대학갔습니다.

그리고 집행유예에 해당하는 범죄조차도 시간 지나면 빨간 줄 없이 끝나는데, 학교폭력은 평생 남는게 맞나요? 학교폭력을 두둔하는게 아닙니다. 저도 학교다닐 때 지금도 치를 떠는 학교폭력을 당했었고, 그 녀석 이름만 나와도 멘탈 조절이 안 됩니다. 그러나 법의 측면에서 봤을 때, 성인 범죄자도 안 남을 기록을 미성년 범죄자가 갖는게 맞나요? 저는 학생이 미숙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런 허울좋은 위센터 상담프로그램 같은거 말고 지옥훈련같은거 굴려서 깨우침 좀 얻었으면 좋겠거든요. 그리고 그런 이유에서 생기부에 평생 기재하자는 것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진짜 사소한 학교폭력도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피해자 우선이라지만 좀 어처구니 없는 사건도 많아요. 둘이 친구였다가 사이가 나빠져서 쌩까는걸 학교폭력이라고 신고합니다. 그랬더니 상대방도 신고해요. 그래서 둘 다 서면사과조치 내렸습니다. 화해요? 그런거 없어요. 얘네도 생기부에 다 평생 기록해야할까요?

게다가 학폭 저지르는 놈들 중에 생기부가 아무 필요없는 놈들도 있어요. 소위 말하는 막장으로 이미 가버린 애들이요. 걔네한테 생기부 기재가 전혀 벌이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정신차려서 다른거 하려고 해도, 어차피 고등학교 생기부 쓸 일 없는 곳 갈거에요. 심지어 우리 사회의 급격한 저출산 기조는 청년 인력부족을 낳을테고, 취업할 놈들은 다 취업할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8. 처벌.

솔직히 학교폭력법은 태생부터 참 문제가 많은 법안이었습니다. 학교폭력이라는 이름과 달리 학생이 피해를 입으면 다 학교폭력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방학 때 PC방에서 학생이 채팅창 너머의 아저씨와 욕설을 주고 받아도 학생이 신고하면 학교폭력이고 학교에서는 피해학생 보호조치를 해줘야합니다. 말도 안 되지 않나요?

저는 가혹한 범죄자들에게는 당연히 법의 잣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미숙한 학생이라고 말했지만 일부 학생은 학생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폭력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저는 피해학부모에게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경찰에 신고를 하시라고. 저희가 할 수 있는건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실제로 그 친구는 결국 고소당해서 법정에서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분류심사원에 3주였나 2주간 갇혀있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가해학부모에게 멱살잡혔습니다. 학생을 경찰에 신고하라는게 선생이냐고.

가혹한 범죄자를 '처벌'하는건 학교의 역할이 아닙니다. 저는 잔인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꼭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들을 교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교육 시스템 안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건 현재는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불가능할겁니다.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요. 지금처럼 계속 논란이 반복만 될겁니다.

9. 마치며

저는 솔직히 피해학생에 대해 주목하는 사람들이 없다는게 참 슬픕니다. 학교폭력 발생시 사회가 얘기하는건 늘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뿐입니다. 가해학생 처벌과 별개로 피해학생 신체적 정신적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 중에 한 가지만 해야한다면 저는 피해학생 회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가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처분이 피해학생 회복에 도움이 되기도 하겠습니다만, 가해학생을 강하게 처벌한다고 피해학생이 회복되는건 아니거든요.

이번에 논란이 된 사건도 그렇습니다. 사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최대 처벌이 가해학생에게 내려졌고, 최고 명문고에서 서울로 전학가게 됐죠. 그렇다고 해서 피해학생이 회복된건 아니죠. 학교가 해야할건 남아있는 피해학생에 대한 회복인데 그걸 잘 못 하는게 현실입니다. 8번까지는 이런저런 변명이었습니다만, 9번은 반성이고 사과입니다. 제가 학생부일 때도 피해학생 모두를 제가 잘 챙기지 못 했습니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그것이 피해학생과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참 미안하고 죄송한 부분입니다. 뭐라고 마쳐야할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울컥해서 글을 너무 길게 썼습니다. 쭈욱 올려보니 글이 너무 길긴 한데, 아무튼 마치는건 대충 마치겠습니다.


11
Comments
2
2023-03-28 01:34:36

학폭은 반드시 근절되었으면..

3
Updated at 2023-03-28 01:36:38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가혹한 범죄자를 '처벌'하는건 학교의 역할이 아닙니다. 저는 잔인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꼭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랍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들을 교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교육 시스템 안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하셨는데 글 전반부 내용 상당수는 그런거 학교에서 시도해봐도 실효성도 없다는 내용 아닌가요? 교화와 선도가 목적인데 왜 학교에 심각한 수위의 녀석들의 처벌을 제대로 못하냐고 요구하냐.. 그럼 선도쪽은 제대로 되고 있나요? 그건 아니다. 근데 교육시스템에서 교정 프로그램은 있어야 한다. 그럼 영원히 관료제에서 관료가 책임질일은 없는 루트 아닌가요?

OP
4
Updated at 2023-03-28 01:50:27

음.. 제가 잘 전달 못 한 모양입니다. 저는 교육체계 내에서는 별도의 특별교육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은 본문에 써져있구요. 그게 '학교'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러기 어려운 환경에 대해서 쓴 얘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학교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거냐? 라고 하면, 새로 마련되는 특별교육기관이 있다면 거기서 1차 선도된 애들 대상으로 2차 조치를 취할 수는 있겠죠. 기본적으로 학교의 권위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의 권위를 빌어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대신에 그만큼 비중을 덜었으면 학교에서 책임지고 집중해야할 건 피해학생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처벌 -> 형법
1차 교화 -> 특별교육기관
2차 교화 -> 학교
피해학생 회복 -> 학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관료제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외부 시선에서 보기엔 그렇지 않은가보군요.

1
Updated at 2023-03-28 02:14:59

처벌까지 해야할 애들은 형사기관 절차로 넘기는게 맞다. 지금은 그 범위까지 억지로 학교가 끌어안고 있다는 진단은 이해가 갑니다. 아마도 그런 의미없는 밥그릇(?) 주장하는 책임도 꼰스러운 교육청이나 교감들의 마인드가 원인이겠죠.

하지만 선도조치나 봉사활동 같은 약한 조치를 받는 애들이 처벌받아야 할(형사절차로 보내야할) 애들만 있는건 아닐텐데도 조치 자체들이 일일이 효용성이 없다고 언급을 하셨는데, 이건 교사들이 신뢰받지 못하고 학생/학부모와의 관계에서 권위가 없는거랑 관계가 없는것 아닌가요?

이 글의 요지는 그냥 학교에서 해결하려는걸 포기해야 맞고 대중들도 이상론처럼 참교육자 마인드가 어떻구 하면서 학교에서 처리하는걸 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겁니까? 그런거라면 깔끔하게 이해됩니다

OP
Updated at 2023-03-28 02:35:22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는지 이해가 갑니다. 댓글 읽고 윗 글을 다시 읽으니 제가 잘 못 쓴 부분도 있네요.

제가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한 것은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할 애들에게 적합한 '선도' 조치가 없다는 내용입니다. 약한 조치를 받아서 해결 될 친구들은 사실 기존의 조치로도 일정 부분 가능한데,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할 애들에게도 처벌만 할 것이 아니라 선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교사들이' 신뢰받지 못한다고 쓰지는 않았습니다. '학교'가 신뢰받지 못한다고 했는데 외부에서 볼 땐 학교나 교사들이나겠지만, 저는 교사는 개인이 신뢰받지 못하고 권위를 갖지 못하더라도, 처분은 학교 이름으로 나가고 학교는 공적기관인만큼 공적기관으로서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폭위든 뭐든 위원회의 형태로 합의체 기구들이 존재하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기구들의 결정에 대해서도 의미없어지는 것들은 손을 좀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문단이 추가되서 저도 질문을 추가로 남길게요. '학교에서 해결한다' 또는 '학교에서 처리한다'는게 무슨 뜻입니까?

1
2023-03-28 02:37:36

학교의 이름으로 최종적으로 조치하는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적극적으로 외부기관을 통해 문제학생을 넘기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요?

OP
3
2023-03-28 02:59:28

어... 전혀 아닙니다. 당연히 최종 조치는 학교 아니겠습니까? 이른바 공노할만한 사건의 경우에 학교가 기대치를 채우기에 충분한 곳이 아니라는 건 맞지만, 그게 학교가 학교폭력학생들에 대해 손놓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윗 댓글에서도 썼듯이 2차 교화와 피해학생을 학교가 다룬다는 것 자체가 최종 기관이 학교라는 얘기지 않습니까? 제가 글을 길게 늘이다보니 어느 부분에서 오해하게 쓴 모양입니다.

이 글은 "학교폭력의 심각한 가해학생들에 대해 현행 학폭법에서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정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또 쓰겠지만, "동시에 현행 학폭법에서 학교는 장난이나 실수로 인한 학폭에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얘기도 할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면 저는 "현행 학폭법"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또 다른 문제를 재생산한다는 입장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업을 위해 먼저 자러 갑니다.

1
2023-03-28 09:11:00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근데 7번은 동의가 안됩니다.

초등학생이야 촉법소년이니 지워줄수도 있다 생각하는데, 중고등학생부터는 미약하게나마 형사처벌도 받습니다. 성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판단력을 가진 나이죠.
경미한 수준의 징계는 지워줄수도 있다 생각하는데 모든 기록을 지워준다는건 피해자에게나 또는 대다수 평범한 학생들에게나 형평이나 정의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말씀대로 학생기록부 향후 쓸일 거의 없다면 역으로 남겨놓아도 상관 없는것 아닌지요. 어차피 쓸일도 없는데 잘못한 기록 남겨놓아도 되죠. 잘못을 했다면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좀 더 조심하는 측면도 있다 생각하구요. 그리고 극소수겠지만 생기부가 사용될 일이 있을 때 판단에 도움이 되구요.

생기부가 필요없는 막장인 사람들에게 생기부 징계 기록이 의미가 없으니 지워둬 큰 상관 없다는 말은, 마치 강력 범죄자들도 전과기록 여부와 상관 없는 일 할테니 전과기록 지워도 된다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서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됩니다.

반대로 금수저여서 징계기록 있어도 잘사는 사람들 경우도 그렇구요. 사회 고위층 형사처벌이 큰 실효가 없다해도, 하는게 안하는것보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죠. 그들에게도 경미하게나마 타격이 있구요.

(경미한 수준의 징계는 지워주더라도) 징계 받는 자들은 전체 중 극소수인데 그들까지 배려해주고 고려해줄 이유가 피해자나 대다수 보통 학생들의 형평과 사회 전체의 공익보다 크지 않다 생각해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OP
2023-03-28 09:41:17

저는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할게요.

1. 학교폭력에서 내려지는 선도 조치는 선도위원회 혹은 교권보호위원회의 선도 조치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선도위원회나 교권보호위원회의 선도 조치는 기록에 남지 않는데 학교폭력만 남는다?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2. 말씀하신 것처럼 심각한 범죄는 기록에 남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범죄 기록에 남겨야 할 것을 생활기록부에 남긴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남기려면 범죄 기록에 남겨야죠. 거꾸로 학생이 잦은 절도로 소년원을 가더라도 생기부에는 한 줄 안 남습니다. 저는 이게 더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제 입장에서는 생기부에 기재되는게 솔직히 아무 것도 아닌데, 이게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다릅니다.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들 하더라구요. 그로 인해 실제로 학교가 겪는 행정적 소동이 너무 큽니다. 예를 들어 선도위원회에서 출석정지를 받아도 별 불만들이 많이 없는데, 학교폭력은 사회봉사만 받아도 재심, 행정심판, 행정소송갑니다. 이거야말로 학교 편의주의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결코 피해자를 위한 일이 아니거든요.

Updated at 2023-03-28 11:13:13

개인적으로 학교 측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학교는 대충 적당히 처벌하고 좋게좋게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만연해있는 큰 불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해해서 읽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글 쓴 분 의도와 다르다면 사과드리지만  이 글은 이러한 사회적 불신에 대한 학교측의 일종의 핑계라고 생각이 드네요.  학교측은 권한이 없다는 결론을 내기 위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측에서 할 수 있는것이 제한이 있다고 하셨는데 제한이 있다면 학교측에서 먼저 경찰에 신고하면 안되는지요? 물론 피해자측에서도 또 신고할 수도 있지만요

OP
2023-03-28 15:36:09

위에 썼듯이 학교 측에서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만으로도 멱살 잡혔습니다. 그리고 현재 경찰에서는 학교에서 조사 끝날 때까지 개입을 안 합니다. 학교폭력조사 내용이 법원에서도 유의미하게 쓰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렇게 조사할 수 없다는건 위에 써놨고, 말슴하신대로 그런 오해를 갖고 계신 분께 제가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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