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납골당 가는걸 참 싫어합니다.
코로나 이후로 오랜만에 외삼촌, 외할머니 계신곳 다녀왔는데... 사실 두 분만 뵐 수 있다면야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을텐데, 여기 보다보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어머님은 다른것보다 한 열명이 와서 봉안당 한 구역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계속 보던 사람들이 마음에 안드셨던 것 같은데, 저는 사실 그것도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을 떠나보낸 과정도 그렇고, 그 감정이 남아있는 기간도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다보니... 그 앞에서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요.
그런데 이 시간이 저도 싫긴 한게, 아무래도 이 사람들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다보면 다른 곳이 보이는데 그 모든게 저를 불편하게 만들곤 합니다. 사람이 모두 나이를 먹고 자연스레 늙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보니, 여러 사람의 삶의 기간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누군가는 자녀들이 한창 학생일 때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학생일 때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그보다도 더 적은 경우이긴 합니다만 아주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도 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전에 제 가장 소중한 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가, 나이 40~50쯤 된 두 분이서 욕을 하면서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친구는 제게 "너랑 나랑도 나이 40쯤 되면 저러고 있겠다" 라고 하더군요.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야 알고있었습니다만, 제 친구는 30도 되기 전에 먼저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다하다 단순히 어느 나이에 서로 욕하고 떠들거라는 얘기까지도 뜻대로 되지 않을 줄은 몰랐지요.
친구가 세상을 떠난 날,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제게 부재중 전화가 세 통이 와있었습니다. 전부 친구 번호였고, 이상하게도 그걸 보자마자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 났고, 그 불안감이 그대로 적중해 카톡 한켠에 친구의 누나로부터 친구가 세상을 떠났음을 알리는 부고 알림이 와있었습니다. 친구를 잃은 것이 처음이어서, 어떻게 가야할 지 알 수 없어서 어머님께 전화를 하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날 친구의 부재중 전화를 직접 받지 못한 것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혹시 가는 길에 내게 할 말이 있었던 건 아닌가 하고요. 그럴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만약에, 아주 만약하고싶은 말이 있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가족분들께 물어볼 수도 없는 문제다보니 가만히 속으로만 삭힌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그래서 저는 납골당에 가는게 영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부족한 사람임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자리같아서,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언젠가 추석에 친구가 꿈에 나와서 재밌는 걸 보여준다더니 문을 통과하는 영혼 쇼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쭉 꿈에 나오질 않는군요. 그냥 먼저 떠난 사람들이 좋은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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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20:52:21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OP
2023-09-29 21:01:06
그거라도 꼭 뜻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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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에 고등학교 동창놈을 떠나 보낸 입장에서 공감되는 글이네요. 별개로 글을 참 조리있게 잘 쓰시네요.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