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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에세이] 무자격(無資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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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10 10:09:13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요.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 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간디어록>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조국이 부끄러웠다. 조국이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문재인을 찍은 내 분수로는 그렇다.

 

사실, 문재인이 처음에 당선될 때 나는 적폐청산 이외에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어차피 박근혜가 바닥을 찍었으니 적폐만 청산해줘도 중간은 갈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이것저것 쓸데없는 정책을 내놓고 잡스런 인물을 등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 운영에 필요한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인물을 뽑아서는 안될 정도로 조국이 꼭 필요한 것들일까? 살펴볼수록 철회할만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

 

정권은 필요에 의해서 임명을 하게 되지만, 때로는 그 인사 때문에 적잖이 지지율을 갉아먹게 된다. 그러니 문제가 있는 인간을 임명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국민에게 배신감을 준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임명했던 것이 도리어 국민을 억압하고 무시한다고 느껴질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문재인을 뽑은 것을 후회를 하게 된다. 조국을 임명하는 것을 정부여당은 흔히 사법개혁으로 포장하지만, 그만큼 자기 사람에게 집착한다는 면도 가지고 있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내 사람만 먼저인 것이다. 

 

나는 올해 여름까지 안철수 전 대표를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띄웠다. 2년전 대선 패배와 지난 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너무도 쓰러웠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안철수를 무능력자라고 욕하고, 독일에간다고 해놓고 왜 안 갔느냐고 비난할 때, 나는 합당한 이유를 찾았고 결국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킬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양당 정치에 실망한 회원들에게 대안으로 안철수를 추천하기도 하였다.

 

이런 정성을 칼게에 쏟았더라면 아마 작년에 키보도르 3위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애지중지 안철수를 띄운 보람으로 자게글에 이따금씩 진짜 안철수 뽑겠다는 댓글을 볼 때 "나는 정말 안철수를 지지하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빠가 된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그런 고민 끝에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3의 길과 극중주의가 해답인 것을.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안철수에게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별별 상관없는 글에도 안철수 삼행시를 달고 많은 글에 안됩니다. 안됩니다. 안은 됩니다. 안철수는 대통령이 됩니다.”라고 달았던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독한 집착이었다.

 

며칠 후, 나는 프로필 사진을 안철수가 귤을 까먹고 있는 사진으로 바꿨다. 정치판이 어떻든 안철수처럼 내 일이 아닌 듯 귤을 까먹으며 구경만 하겠다는 의미다. 비로소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날아갈 듯 홀가분한 해방감.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안철수"를 떠나보냈는데도 서운하고 허전함보다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이때부터 나는 조국을 꾸준히 까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조국을 통해 무자격無資格의 의미 같은 걸 터득하게 됐다고나 할까.

 

조국의 가정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 국민도 없고 국가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명예와 재산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권력까지 소유하러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가족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처지에 사법 개혁을 하려는 것이다.

 

소유욕은 이해와 정비례한다. 그것은 조국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새로운 적폐가 되는가 하면지금껏 정의를 이야기하는 자들이 이제는 불의를 비호하는 사례를 우리는 얼마든지 보고 있다. 그것은 오로지 권력에 바탕을 둔 이해관계 때문이다. 만약 조국의 임명을 철회로 바꾼다면 여론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국민이 이정도로 분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조국 아니면 사법개혁을 못한다는 말은 들을 가치도 없다.

 

"내게는 조국 임명이 적폐처럼 생각된다......"

 

조국은 취임사에서 청년들이 자신을 딛고 더 위로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흙수저를 든 붕어와 가재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조국의 취임사는 헛소리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개인에 대한 지지율은 대통령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격없는 인물까지도 임명을 마지 않는다. 그러나 3년 뒤면 이 정권도 교체될 것이고 국민은 총선에서 다시 한번 준엄한 심판을 할 것이다. 자한당을 뽑지는 않을지언정 민주당에게 표를 주지도 않을 것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조국 임명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자기 사람이 먼저일 때 그것이 바로 적폐이며, 무자격의 또 다른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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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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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09:58:29

글 잘쓰시네요. 진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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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09:59:28

제가 어딘가의 당원이고 세랴를 같이 하고 있었으면 김굴비님께 진지하게 오퍼 넣었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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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00:03

정말 진지한 글 쓰셔서 놀랬... 하지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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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00:06

...이분 대체 평소 뭐하시는 분이신지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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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01:43

법정(court)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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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01:47

글 쓰는 매크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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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10 10:07:04

첫 구절보니 이러면 간디도 못산다는 다스뵈이다 제목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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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07:31

간디를 들고 와서 조국을 까는 건 참신하진 않네요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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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26:28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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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07:36

당연히 마지막에 안철수 나올줄 알았는데... 진지한 글이었네요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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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27:01

안철수 내려놓았다고 이미 다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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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07:46

AI가 소설도 쓴다더니 대단한듯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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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10 10:12:40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서 자격을 갖추었다고 언론과 야당에서 평가했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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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10:59

크... 제 뼈를 때리는 말이네요.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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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26:10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자격의 문제임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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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10 10:10:22

김굴비를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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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19:18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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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23:53

글 잘 쓰십니다 굴비님.. 하지만 진짜 마지막에 안철수 나올줄 알았읍니다..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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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25:51

내려놓았다고 중간에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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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10 10:25:24

 법정스님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ㅎ 스님글 인용인가요? 비슷하네요ㅎ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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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25:38

법정 스님 무소유 패러디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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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27:20

굴비님을 조선이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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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30:49

이쯤되면 글쓰는 ai 의혹 나와야 하는거 아닙니까

안철수...ai...ho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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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34:37

허황된 길을 돌아 새로운 길을 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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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41:11

3줄 요약 왜 없죠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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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50:46

저랑 같이 사업하나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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