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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에 관한 자세한 리뷰 (스포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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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07 20:32:31

 

 

 

-코미디

먼저 토드 필립스라는 감독이 <행오버> 등을 찍었던 코미디 감독 출신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가 코미디에 관한 우화처럼 보입니다.

 

영화에서는 웃음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고 보여져요.

 

웃음과 비웃음

둘의 차이는 자기를 낮추는 웃음과 남을 까는 비웃음이겠죠.

 

광대인 아서 플렉은 전자에 해당하고 유명한 코미디 TV 스타인 머레이 프랭클린은 후자에 해당하겠죠

 

그러니까 <코미디의 왕><택시 드라이버> 등에 출연한 로버트 드니로는 영화 외적으로도 충분히 상징적인 인물이고,

그런 면에서 로버트 드니로를 캐스팅한 건 상당히 적역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코미디언으로서의 데뷔 실패 영화같기도 해요.

 

 

-생각하는 카메라

 

전반적으로 올해 본 작품들 중에 카메라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찰리 채플린의 말 처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라는 말에 충실하게

 

비극을 밑에서 가까이

희극을 멀리서 찍는 느낌을 받았어요.

 

와킨 피닉스는 키가 큰 배우가 아닙니다.

그런 것도 있고 전반적으로 밑에서 올려 찍은 샷이 많았어요.

또한 캔티드 샷으로 불안한 느낌을 주는 샷도 자주 보였죠.

 

토마스 웨인을 만나러 갈 때

카메라 구도를 역전 시켜서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 보도록 찍었어요.

 

이건 토마스 웨인 역의 브랫 컬렌이 키가 큰 탓도 있고

그의 시점으로 오버더솔더샷으로 찍은 탓도 있지만요.

 

그런 구도로 인물이 가지는 위치와 위압, 심리상태 등을 잘 표현한 면이 좋았어요.

 

극 자체가 아서(조커)의 시선이나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되는데

 

카메라가 한 번 튀는 순간이 있어요

 

냉장고에 들어간 조커 닫히는 문 뒤 장면 씬 이후

코미디 쇼로부터 섭외 전화가 올 때에요

 

그런 장면으로 강조하면서 화면을 보는 관객은 순간적으로 생경함을 느끼죠.

 

그러고 나서 영화의 카메라 뷰도 약간 달라져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이나

 

계단으로 내려가는 씬에서의 촬영 역시 매우 좋았어요.

 

그런 장면의 시선이 극 중 특정 인물의 시선으로부터 관객이나 제3자의 시선으로 옮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의 촬영이 아주 훌륭해 보이는 점은, 이 영화가 전락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보여지네요

<박쥐> 이후로 타락와 전락에 대해 인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었어요.

 

또 지하철을 탄 조커의 씬에서 터널로 들어가는 촬영도 인상적이었는데

밝은 곳에서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는 그 장면의 느낌은

터널의 암연 속으로 우리를 확 잡아 당긴다는 느낌이었어요.

 

-좌절

 

아서는 세 가지 좌절을 겪어요

 

사랑으로부터 거절당하고

부모로부터 학대 당하고 버림 받고

우상으로부터 비웃음 당하죠

 

아서를 상담해주는 사회적 안전장치는 거짓부렁입니다.

공공 보건 의료는 예산 문제로 실패해요. 이는 악의 태동 중에 한 가지 원인을 사회적인 부분에 있다고 얘기하는 부분이에요

 

또한

 

이 영화의 아서는 세 명의 아버지와

세 명의 여인으로부터 거절당합니다

 

첫 째로 우상이라 여긴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

아서의 초기 망상 속에서 코미디언이 꿈인 그에게 머레이는 idol로 기능하고 있어요.

로버트 드니로를 아버지처럼 여깁니다

그가 자신을 아들처럼 대해 주길 원하는 거죠

 

우상으로 여기던 머레이로부터 TV로 비웃음을 당한 건 아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좌절과 치욕일 거에요

 

두 번째는 본인이 친부라고 믿었던 토마스 웨인으로부터의 거절입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인 토마스 웨인으로부터 거절당하고 사실을 직면하는 것은 이 영화가 품은 계급 투쟁적인 측면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어요

 

마지막은 본인을 입양한 양부로부터의 학대와 거절입니다

짧게 지나가서 자세히 나오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아서는 세 번의 유사 부자관계를 맺습니다

그런데 그 모두가 좌절됩니다

 

아서의 남성성의 부재는 모두 아버지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점은 주목할만한 지점입니다

 

여자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은 모두 관계의 거절입니다

 

어머니로부터의 학대

모성의 부재는 학대로 이어집니다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거절당합니다

그의 사랑은 망상 속에만 자리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관계

상담사로부터 제대로 대화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도 않죠.

정부 지원이 끊긴 덕에 그러한 관계도 끊어집니다.

본인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요.

 

 

연출적으로 그의 망상에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의 의지가 강조되어 카메라 웍을 이루지만,

그가 등뒤로 문을 닫힌 곳에는 쓰디쓴 진실을 마주합니다.

냉장고가 그랬고, 토마스 웨인의 집 철문이 그랬고, 사랑한다고 믿었던 여인의 집의 문도 그러하네요.

 

극 중의 모든 어른들은 아서를 멸시합니다.

유일하게 조커에게 잘해준 사람이 아이와 난쟁이라는 점은 아이러닉한 점입니다.

그의 개그에 웃어주는 건 아이지만, 옆의 부모는 괴롭히지 말라면서 아서에게 핀잔을 줍니다.

 

이 모든 좌절 속에서 아서는 신경의 이상으로 웃지만 동시에 눈물을 흘립니다. 그의 의지가 반영되는 곳은 오직 망상뿐이죠.

 

-살인

극 중에는 세 번 살인이 일어나요

 

먼저, 그가 죽인 증권맨은 일종의 계급 투쟁적 살인이고

직장 동료였던 랜달의 살인은 관계의 살인

마지막으로 그는 본인의 우상이었던 머레이를 죽입니다.

 

-대화

아서일 때 아서가 아무리 떠들어도 상담사는 그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극중의 대화는 단절되어 있습니다.

쇠로 켜켜이 쌓인 창살과 투명한 유리 뒤로

 

마지막에 정신병원에 입원해서야 그의 조크를 물어봅니다.

조커는 얘기하지 않습니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요.

물리적인 장애물이 없음에도 대화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그가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찼다는 말을 하는데

망상 속에는 행복한 아서의 모습도 있었어요.

결국에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들로 귀결된 이유는

이전의 망상들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사회적인 관심을 받으려면 폭력 등의 불건전한 방법으로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

일련의 노이즈 마케팅이 생각나더라구요.

 

<파이트클럽>이 남성성의 좌절을 다룬다면

<조커>는 현대인들의 사회적 좌절에 얘기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중요한 점은 아서의 망상과 정신병은 유전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아서는 페니 플렉의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악의 태동을 본연의 순수악으로 규정하던 이전의 조커 작품과 결이 좀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는 현대 미국인이 겪는 실업과 혐오의 세계 속에서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함에 따라 잉태하는 좌절과 어둠을 표현하고 있어요.

이것은 사회 심리학적인 세계에 가깝습니다.

 

-농담하는 사람과 농담

 

이 영화에는 영화에는 조크가 없습니다.

비웃음과 폭력만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이 영화에서 제일 불편한 것은 성인들의 조크인데

 

인기있는 로버트 드니로의 유머는 상대방을 깔보는 비웃음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유머는 불편하기만 하고 하나도 웃기지 않습니다.

 

영화에 조커(농담하는 사람)는 있는데 조크는 없습니다

 

이것이 영화가 불편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고

<기생충>처럼 계급 담론을 다루는 데도

무겁고 어두운 이유입니다.

이 영화에는 심지어 블랙 코미디 조차 존재하지 않아요.

 

-기타

올해 본 영화 중 제일 어두운 것이 퍼스트 리폼드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종교적인 절망을 다룬 영화라면

이것은 사회적인 절망을 다룬 얘기입니다.

점점 이런 영화들이 많아지는 현 세태가 저는 좀 우려스럽습니다.

지난 몇 년간 영화의 어두운 세계가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의 부분에만 있었다면

이런 대규모 자본의 영화에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기생충>처럼 말이죠.

토드 필립스 같은 코미디 영화를 주로 찍었던 감독이 이런 어두운 작품을 찍었다는 건 놀라워요.

뭐 세상에서 가장 우울하고 어두운 심연을 가진 사람이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으니까요.

 

 

-연기

 

와킨 피닉스의 연기는 경이롭네요.

특히 조커로 변할 때의 모습은 소름이 돋습니다.

가끔은 두려워요 와킨 피닉스가 이런 연기를 하면서 에너지를 어두운 쪽으로만 쏟게 될까봐

와킨 피닉스를 좋아하고 그의 연기에 감탄하지만

그를 배우로 자주 보고 싶지 않은 것의 느낌이 드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마스터>와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봐온 저이지만,

애정하는 배우로서 훌륭한 연기를 보는 것과는 별개로 그러한 느낌을 직면한다는 것은 늘 마음 한 켠이 불편해요.

 

 

브래드 피트를 배우로 계속 보고 싶은 것과 다른 느낌이네요.

 

그의 지나치게 마르고 어깨부터 무너지고 갈비뼈가 훤히 튀어나온 앙상한 모습이

배우로서는 몰입하게 하는 자세이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는 위태롭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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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10-07 20:00:01

진짜 살뺀거 보고 저거 cg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기이한 몸이더라구요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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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7 20:23:12

하루에 사과 하나 먹고 몸 만들었다는데

참 고통스러웠겠어요

그의 튀어나온 갈비뼈와 무너진 어깨, 앙상히 마른 살들을 보는 것에서 다양한 감정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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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10-07 20:27:39

개인적으로 마지막 시위대 앞에서 광기에 취해서 자기 피로 입술 그리는게 너무 소름돋았어요.. 그 장면으로 조커라는 캐릭터가 완성되어진 느낌.

OP
1
2019-10-07 20:33:59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고, 그런 강조를 많이 한 느낌이라 저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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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07 20:37:32

머레이를 쏘기 전 정색하고 감정을 쏟아부으며 브레이크가 박살나기 직전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싸늘해지고 헉 소리가 나더군요
마스터때 본문에 쓰신 내용과 비슷한 느낌 받았었는데 이번 조커 보고나니 호아킨 피닉스, 이대로 괜찮은가? 싶어서 심히 걱정되네요..;

1
Updated at 2019-10-07 20:39:46

왓킨이 미국 토크쇼 인터뷰 보면 자기 주관이나 생각은 확실한 사람이고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이라서 좋은 연기 모습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전 왓킨 연기 진짜 좋아하거든요 볼 때마다 디테일에 감탄함
저랑 감상평 비슷한듯... 3명의 아버지에게 배신당할 땐 진짜 감정을 어디까지 밀어내는 건가 싶긴 함 ㅠㅠ

OP
1
2019-10-07 21:36:56

디아만테스 님이 쓰신 글 방금 읽고 왔는데

저랑 생각하시는게 비슷한 거 같네요

특히 inherently born to be crazy와 made to be crazy 관련한 부분은 저도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1
2019-10-07 20: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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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7 21:32:12

 연기는 이런 좀 쎈 캐릭터 하면, 몇번은 좀 밝은 배역 하니깐 괜찮지 않을까요? ㅎㅎ 

차기작은 <우리의 20세기> 감독이랑 하는데, 감독 전작 보니깐, 

차기작은 잔잔하면서 밝은 작품일것 같아요. 

호아킨 LA에 살아서, 종종 파파라치 올라오는데, 

조커 촬영하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바로 살도 올랐고, 혈색도 좋아졌고(?). 

최근엔 여친과 약혼 발표했고, 가라데도 다니고, 잘 사는것 같더라고요. ㅎㅎ

 예전엔 정말 극성맞은 언론에 염증 느껴서, 말도 거의 안했다고 하는데, 

요새는 인터뷰 정말 잘하더라고요. ㅎㅎ 

 

저는 조커 코믹스 기반 영화 최초로, 3대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하고, 황금사자상 탔다길래,

기대감이 컸는지, 배우 연기력에 비해 캐릭터는 덜 돋보여서 아쉽더라고요. ㅠㅠ 

명색이 DC의 조커인데, 그런 캐릭터 정체성도 약해보이고요. 

 

 

 

1
2019-10-07 23:44:41

토드 필립스의 행오버 시리즈를 꽤 좋아해서 두세번 정도 이어봤었는데, 확실히 정석적으로 가볍고 감동주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에요. 보다보면 등장인물의 어이없는 행동이든, 상황 때문이든간에 묘하게 스트레스 받는 순간들이 오거든요. 그러면서 감독이든 각본가든 관객의 오묘한 마음 어딘가를 자극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영화처럼 판을 깔아주니 정말 맘껏 하고싶은걸 해보였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원작 코믹스를 보진 않았지만, 제가 아는선에서 조커라는 캐릭터성을 얼마나 살렸는지에는 좀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조커를 특정짓는 가장 첫째며 중요한 특성은 그의 무질서한 광기인데, 이 영화는 조커라는 캐릭터를 도덕은 결여되고 악함은 아무도 치울 사람이 없어 넘쳐나는(마치 고담의 더러운 길거리와 폐기물더미처럼요) 사회에서 비롯된 산물로 풀어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실상 불우한 어린 시절과 개인사부터 꼬이기 시작한 흔한 연쇄살인마나 마찬가지로 비춰지고, 특유의 광기는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런 캐릭터성의 아쉬움조차도 몇몇 빛나는 장면들(피로 그려낸 미소, 계단 댄스, 가면을 벗으면 나타나는 분장된 얼굴)로 어느정도 메워낸것 같아 또 재밌었습니다 ㅎㅎ 얼른 또한번 보고 말씀해주신 카메라워킹도 신경써서 보고 싶네요! 냉장고신에서 카메라가 덜컹일 때는 진짜 이게뭐야 싶을 만큼 생경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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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8 17:14:14

냉장고씬에서 카메라가 덜컹거린 건 그 장면이 원래 콘티에 없었고

와킨 피닉스의 애드립이어서 순간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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