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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ll crimi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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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11 10:26:49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입니다. 이 소설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한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이 소설의 주제를 담고 있는 소재가 바로 라디오인데, 시골 방 구석에 혼자 있더라도 라디오가 있다면, 비록 북한의 선전방송이라도 있어서 연결될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모두 외롭기 때문에, 모두가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를 갖습니다. 그러한 욕구의 발현으로 구현된 것이 지금의 세상일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인터넷의 단점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 중 하나는 '정보의 과잉으로 인한 문제'였습니다. 정보가 너무 넘쳐서 가치 있는 정보를 가려내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걸 보고 전 비웃었습니다. 이렇게라도 단점을 만들어내려고 하는구나...이게 바로 억지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정말로 그렇습니다. 맛집 하나 찾으려고 해도 도저히 뭐가 진짜인지 알 수 없습니다. 블로그 100개를 본다고 한들, 음식이 맛있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하이텔 시절이 더 정확했을 겁니다.

 

사람들은 외로워서 계속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기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그 연결의 결과는, 정보의 과잉과 마찬가지로 연결의 과잉입니다. 연결되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는데, 도리어 더 외롭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의 네모난 사진으로 조금 덜 외로워지기도 하지만, 보통은 허무함만 커지게 합니다. 인스타그램은 친구와의 만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친구와의 대화보다는, 광장에 홀로 서 있는 나에게, 다들 한 마디씩 던지는 것에 차라리 가깝습니다. 그 말에는 주체도, 책임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나의 친구가 아니고,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요즘 SNS의 사람들은 모두 잘 살고, 정직하고, 정의롭고, 무엇보다 다수의 편에 서있습니다. 연민보다는 자랑이, 위로보다는 질타가 먼저이고, 반성보다는 매장을 원합니다. 그리고 담배를 피든, 술을 마시든, 아기를 키우든, 인생에서 실수를 한 적이 있든, 그 무엇이든, 다수의 편에서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은 참지 못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을 자신과는 다른 종으로 몰아세우고, 다수의 목소리로 뭉게버립니다. 이러한 행동이, 내가 비판하고 있는 그 행동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면서요. 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진짜 맛집을 알려주는 블로그가 있는 것처럼요.

 

우리 모두는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의, 일부는 내게도 소중했던 사람들의 죽음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각합니다. 내가 쓰는 이 글을, 그 사람도 본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글은 때론 송곳이 되어 그 사람을 찌르고,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요. 사실 우리 모두가 겁쟁이이고, 또 범죄자입니다. 네 저를 포함해서요.

 

정의, 좋습니다. 그래서 정의가 뭔데요? 경찰도 좋고, 판사도 좋고, 꼰대도 좋습니다. 그런데 정말 TOO MUCH입니다. 경찰도, 판사도, 꼰대도 너무 많습니다. 다들 잘했니 잘못했니만 말합니다. 그냥 판단을 보류할 수는 없나요. 친구까진 됐습니다. 그냥 신경을 끄던지, 아무 말도 안하면 안되나요.

 

김C가 이혼 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 이혼이 당신의 어디를 아프게 했냐?" 그리고 그 말을 하고 악플을 엄청나게 받았습니다. 온갖 이유를 대며... 바람피워서 이혼한 사람이 할말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습니다. 나는 그의 아내가 아니고, 그는 나를 아프게 하지 않았으니, 내게는 비난할 자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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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0-14 19:33:21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십니다.

2019-10-14 19:41:08

슬프네요

2019-10-14 19:59:33

그렇게 한 마디 던지면 뭐가 달라지는지.. 이기적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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