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감상
원작 소설은 3인칭 시선에서 매우 건조하게 서술됩니다. 김지영이 직접 서술하는 부분도 없고 김지영의 시선이나 감정이 투영되는 부분도 극히 적습니다. 한 마디로 본인 목소리가 없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개별성이 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야 하니... 헌데 이 가장 중요한 미션을 그럭저럭 성공해냅니다. 저는 정유미라는 배우에게 놀랐습니다. 오롯이 본인 역량으로 --- 본인 얼굴로 ---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현실화해냅니다.
원작에 비해서 축소된 파트는 김지영의 학창 시절입니다. 여아 낙태와 학교에서의 차별 파트가 생략됐습니다. 후자는 아마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공격 받았던 내용일 겁니다.
그 대신,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지만 30대 후반 김지영의 현재 --- 경력단절과 육아, 복직에 관한 내용이 늘어났습니다.
저는 원작 소설에서 가장 잘 풀어낸 부분이 30대 여성의 경력단절이었다고 생각했던지라 이 지점도 반가웠습니다. (역시 인터넷에서 가장 덜 공격 받은 내용으로 보입니다) 원작과 달라지는 결말도 한 발짝 더 나아갔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히 급진적인 선택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저는 원작 소설에 대단히 특별한 차별 사례가 담기지도 않았고 대단히 급진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도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래도 좋은 남자들이 더 많아요'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구태여 붙이는 작품이고... 바로 그 지점이 120만 부 이상 팔리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우 건조한 원작 소설에 신파를 섞은 온건한 휴먼 드라마...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설 한 번 읽어볼까, 마음이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내용에 반감 있으신 분들은 영화도 마찬가지로 불편할 거란 생각이 드네요.
빼어난 영화는 당연히 아니지만, 저는 소설 원작과 이 영화가 던지려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 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특히나 연인이랑 같이 보기에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마치고 나와서 할 얘기도 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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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궁금해서 한번 봤는데 김지영보다는 김지영 친정어머니 한테 더 공감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김지영은 살짝 피해망상에 절여있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