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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키신저 주니어님 글 보고 드는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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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01:19:05

간만에 글 쓰는 것 같네요. 원래 글 잘 안 쓰긴 하지만. 아래 키신저님 글 중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말을 너무나 거칠게 해버리면 뒷일은 어찌 되려나 싶습니다"

이 한 문장에 꽂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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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은 중1, 나이는 14살 때였습니다.

그때 방과후 자율활동이라 해야하나? 하여튼 독서반을 했었어요.

그때 제가 무슨 글을 써서 선생님께 제출했는데 그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글 잘 썼는데 표현이 너무 극단적이야."

네. 저 말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되게 충격이었거든요. 볼드체로 표시할 정도로.

극단적이라는 말을 저때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 전에는 그런 생각 전혀 해본 적 없고요. 내가 극단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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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며 느꼈습니다. 나란 인간은 중간이 없다는 걸.

제가 기본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걸 되게 싫어해요. 타고난 성정이 그렇더라고요.

무조건 이거 아니면 저거, 삶 아니면 죽음, 아군 아니면 적,

저도 모르게 이렇게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혀 세상을 바라봤달까요.

그래서 단정짓는, 예단하는 말들을 굉장히 많이 했었습니다.

물론 그 말들대로 이뤄진 건... 제 기억에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 반대로 되더라고요.

제 삶에는 참 언행 불일치가 많습니다. 스스로 청개구리라고 많이 느껴요.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요.

지금은 전보다는 덜한 것 같다는 냉정한 자기 평가 혹은 주관적인 자기 위안을 해봅니다.


어느 순간부터 굳이 이거 아니면 저거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까

제 꿈은 '회색 분자'가 되더라고요. 실제로 친구 몇몇한테 그렇게 말한 적도 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굳이 흰색 아니면 검은색일 필요는 없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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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성어들 중에 인과응보, 자업자득, 사필귀정이 있는데

요새 느끼는 게, 저 말들이 감성에 기댄 것이 아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말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다보니 제 언행에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되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렇다고 타고난 기질을 숨기며 살 수는 없는 거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경계해야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 독고다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실제로는 더불어 사는 삶이니까요.

도움을 주지 못 할 거면 민폐라도 끼치지 말아야죠. 1인분 착실히 해야죠. 뭐 그렇습니다.

결론이 이상하게 나네요. 그래서 잡생각이라고 제목에 미리 깔아놨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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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2-25 01:21:41

저도 스스로를 회색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보면 그냥 회색 검은색이 뒤범벅된 거 같단 생각도 들고 잘 모르겠습니다 제 자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성장이 맞는지..

내일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OP
2020-02-25 01:23:45

갑자기 제 친구가 저를 보면 밝은 보라색이 떠오른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저 말 생각하면 정말 기분 좋습니다. 보라색,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거든요.

소개좀님도 내일... 아니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0-02-25 01:22:56

인방 밈중에 '(스트리머 말에 토달지 말고)그냥 ㄹㅇㅋㅋ만 쳐라'라는게 있습니다

살다보면 그게 실생활에서도 적용할만한 말 같습니다
그냥 관망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OP
2020-02-25 01:24:33

나와 상관 없는 사람과 일일지라도 그걸 목도하면 생각과 감정이 자연스레 들게 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표현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니... 그냥 관망하는 게 정말 어렵죠.

Updated at 2020-02-25 01:33:16

경계는 희미해져가는 세상인데, 명확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선택은 신중하게 해야하고 회색은 최대한 배제하는 편이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생각하지만 요즘은 회색을 인정못하고 입장에 따라 표현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OP
Updated at 2020-02-25 01:34:46

회색이 최악의 선택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게 미덕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제가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데, 실제로는 제게 그것들이 결핍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경계는 희미해져가는 세상인데, 명확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것 같다는 말씀이 참 와닿습니다.

근데 어쩌면 경계가 희미해져가니 역설적으로 명확한 걸 원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어중간한 것보다는 확실한 게 스스로에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Updated at 2020-02-25 01:45:35

저도 한 극단하는 사람으로 많이 공감가는 글이네요. 다만 명확한 것을 추구하는 것에 반발감을 가져서 그것을 깨고자하는 욕망도 있고 빛보다는 그림자에 가까운 성향이라 이러다가 미치는 거 아닐까 고민도 하는데 삶은 이해하기 어려운 거 같습니다.

OP
Updated at 2020-02-25 01:47:34

저도 견유님처럼 저 자신을 빛보다는 그림자에 가깝다 생각하고

하지만 명확한 것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반발 심리는 딱히 없는데... 음. 어려운 게 맞네요 ㅎㅎ

2020-02-25 02:05:29

고독이 안겨주는 성찰

OP
Updated at 2020-02-25 02:06:38

오랜만에 나홀로 방구석 개똥철학자 모드가 되었습니다.

새벽이라 그런 것 + 어제 하루가 녹록치 않았기에 그런 것 같네요 ㅎㅎ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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