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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이 보는 서울 집값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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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16 10:29:11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저는 다음 달 수도권 도시로 이사를 갑니다. IMF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셨던 아버지가 상계동에 있는 집을 파신지 무려 23년 만에 집이라는 것을 다시 사게 됐네요. (그때 상계동 집을 안 팔았으면 ㅠㅠ)

 

운 좋게도 아직 집값이 생각보다 높게 뛰지 않은 수도권 도시가 있어서 이번에 30년 융자를 끼고 집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부모님과 제가 갚아나가야 할 금액이지만, 집을 샀다는 것 때문에 기뻐서 부모님이랑 저 모두 울었네요. 30년 융자지만, 향후 10년 동안 저희 가족 모두 진짜 뼈 빠지게 일해서 빨리 상환하려고 합니다.

 

현재 저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이제 이사를 하게 돼서 곧 떠나지만), 지난 12년 동안 전세로 강북구~도봉구 빌라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쪽은 서울임에도 개발이 잘 된 곳이 아니었기에 그나마 집값이 싼 편에 속했는데, 이곳도 이제 아파트 값은 물론이고, 빌라 가격도 확 뛰었습니다. 경전철 생기고, 또 이번에 방학동 비롯한 도봉구 일대를 재개발하거나, 혹은 전철 생긴다는 계획이 생기면서 값이 폭등하게 됐습니다. 특히, 창동 일대는 어마어마하게 올랐더군요.

 

강북구나 도봉구 일대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그만큼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이제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들도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가는 추세입니다.

 

18평짜리 빌라가 대충 2억 원대 후반에서 3억 원 정도 한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특히, 우이동과 쌍문동 쪽은 북한산 때문에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건물을 짓는 게 제한됐기 때문에 빌라를 많이 짓습니다. 당연히 신축 빌라들이다 보니까 집값이 높습니다. 지은 지 오래된 빌라조차 불과 1년 전만 해도 1억 원했던 건물이 지금은 역세권이다, 올 수리했다 등 조건이 붙어 3억 원대에 가까워지면서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공교롭게도 몇 년 전만 해도 강북구와 도봉구 아파트 가격이 1억 원대 후반에서 3억 원대 중후반에 달했습니다. 이제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6억 원 정도를 생각해야하는 시점이죠.

 

갈수록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로 사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최저 시급이 올라가면서 전체적인 소득이 예전보다 올라갔다고 해도 집값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물가 자체가 전체적으로 올라간 상황입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제 또래 친구들의 연봉으로 이런 물가를 감당하는 게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간 사람들은 좀 낫겠지만,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죠)

 

사회 초년생인 20대들이 서울에서 전세를 구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대출 규제까지 있는 상황이기에 융자를 받아서 집을 사는 것도 어렵습니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가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 친구 중 몇몇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친구들은 부모님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서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게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남양주, 구리, 의정부, 양주 같은 주변 수도권 도시들로 터전을 옮기기도 하고요. 제 친구 중 대다수가 작년이랑 올해 그쪽 도시로 많이 이사했습니다.

 

친구들이랑 연락을 하면서 다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이제 우리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는 힘들겠구나

 

사람이 오랫동안 사는 터전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건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그렇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저보다 이곳에 계신 분들이 더 잘 아실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이제 그 정들었던 곳을 떠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제 서울에 돌아오는 게 힘들어졌지만, 이 미친 상승세가 빨리 꺾여서 안정세에 돌입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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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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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16:15:25

정든 곳을 떠나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집 구매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OP
2020-07-12 16:19:30

감사합니다. 월마다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이제 가족들이 버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네요.

1
2020-07-12 16:21:50

앞으로 다 잘 풀리시길...

OP
2020-07-12 16:41:27

감사합니다!!

1
2020-07-12 16:22:21

저 역시도 친구들이나 제 나이 또래의 직장동료들 결혼하고 하면서 다 서울 외곽으로 쫒겨난...
30초중반이 서울에서 자기 힘으로 집 구하는건 정말 이제 불가능하더라구요
간혹 집에 돈이 좀 있는 경우엔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긴 한거 같던데

저나 친구들은 지방에는 아예 회사가 없는 업종인 경우라 서울을 벗어날 수는 없어서 답 없더라구요
한시간 넘는 거리를 출퇴근을 해야해서 안쓰럽던

OP
2020-07-12 16:42:38

그러게요ㅠ 출퇴근 시간이 길면 진짜 힘들죠 ㅠㅠ

1
Updated at 2020-07-12 16:50:41

남의 일이 아니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힘내시고 잘되길 빕니다

OP
2020-07-12 16:42:46

감사합니다!!

2020-07-12 23:20:17

앞으로 좋은일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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