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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넋두리 장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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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01 23:29:04

안녕하세요. 인생 막장 스키너입니다.

워낙 아싸라 눈치 못 채신 분들이 대다수겠지만 최근 세랴질이 매우 뜸했습니다.

월요일에 집을 나왔거든요.

나이 스물아홉 처먹고 쫓겨날 일이 무엇일지 궁금하실 분들 많으실텐데 구구절절 설명 못 하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그저 제 과거의 과오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2020년 가을 출가하고자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워두었습니다. 다만 며칠 전 짐 싸들고 쫓겨나듯 나오며 제가 그간 출가 후 월세 보증금으로 쓰려고 모아뒀던 적금과 통장 생활비까지 다 상납하고 나오는 바람에 알거지 신세가 되는 것은 계획에 없었죠.

2박 3일은 음악하는 친구의 작업실에서 지냈습니다. 신축이라 아주 좋더군요. 친구는 여행 가 있었고..어쨋든 수요일부터는 다른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밤에 일 하고 낮에 자는 친구라 그나마 흔쾌히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뭔 생각이었는지 "토일 만큼은 네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라며 주말엔 나가 있겠다고 선언함..

오늘이 그 토요일이었네요. 양재 끝(과천쯤..)에서 알바 알바를 끝내고 검색해둔 사우나로 향했습니다. 어차피 일요일 오전에 또 알바가야하니 걍 사우나에서 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일하는 내내 잔 땀을 흘려 온몸이 찝찝한데 마을 버스는 올 생각을 않더군요. 차고지에서 25분을 서있더라구요.. 사우나까지 걸어서 30분이었는데..어쨋든 그 사이를 못 참고 다른 버스를 타는 바람에 신나게 돌아갔습니다..버스 환승도 하고..걸어서 30분 거리를 1시간만에 도착했더니 사우나가 없더군요. 에..그냥 폐업했대요.

처음 와본 동네에 안경도 친구집에 놓고와서 뭐 보이지도 않고..수중엔 전재산 2만 8천원이 전부인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군요..빙신마냥 우산을 또 알바하는 곳에 놓고 온 덕에 비 쫄딱 맞고 이젠 이게 땀인지 비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돈이 없으니 모텔은 못 가고 사우나도 근처에 없고..숨막히는 습기가 제 멘탈을 으스러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오전 일 나가야하는데..신발도 젖었고..갈 곳은 없고..

평소 이런 일이 았어도 대수롭지 않았던 것은 집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아 빨리 들어가서 빠르게 빨래하고 자야지"라는 생각. 목적지가 있다는 게 이렇게 사무치게 행복인 일인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음악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작업실에서 하루밤만 재워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마을버스 - 시내버스 - 3호선 - 5호선 환승을 거쳐 마침내 도착을 햤네요...

오는 길에 버스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막..뭐랄까..극한의 분노 같은 게 끓어오르더라구요.."남들은 이제 다 잘 살기 시작하는데 왜 나만 이모양 이꼴이 된 거지"라는 생각.. 물론 제가 ㅈ된 탓은 무조건 제 탓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더 화가 났습니다. 제대로 매듭지을 깜냥도 없는 게 일만 벌려놓고 스스로를 시궁창에 몰아넣은 꼴이니 말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강력한 혐오와 분노로 뜔똘 뭉친 채 버스에서 땀을 닦으며 창밖을 바라보는데 창밖 풍경이 막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더군요. 단 몇 초였지만 정말 만취한 상태같았어요..알코올 한 방울도 먹지 않았는데.. 뭔가에 취한 알딸딸한 기분도 들고 그러다가 정신병 걸리겠다는 걱정도 들다가 갈 곳없는 처지에 신세한탄 하다가 왜 하필 장마철인지 짜증도 냈다가 결국 마무리는 자기혐오..

지금은 쾌적한 작업실입니다..공용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팬티랑 양말 급한대로 바디워시로 빨래하고 누웠네요..수건이 없어서 편의점에서 4900원짜리 산 게 흠입니다..요즘 돈 아낀다고 담배도 사흘째 안 태우고 밥도 1일 1식하는 와중에.. 근데 아까 작업실에 막 도착했을 때는 너무 지쳐서 돈을 아끼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빨리 제 보금자리를 찾고 싶은 하루였네요..이렇게 개차반처럼이라도 살아가려고 아둥바둥 하는 제 모습을 객관화하니 더 ㅂ.ㅅ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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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08-01 23:37:24

    개빡치다가도 샤워하고 누우면 행복해지는게 인생인듯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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