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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짤막잡설)알렉산드로스 3세의 통치 정당성 주장의 신화적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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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9 14:44:48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 왕위 계승의 신화 기반 명분 : 나는 아이가이 왕가의 헤라클레스로부터 내려져오는 혈통에 근거하며 부왕 필리포스 2세의 적장자로써 마케도니아의 적법한 계승자이다.

알렉산드로스의 에피로스 장악의 신화 기반 명분 : 나의 모후 올림피아스는 에피로스의 아이아키다이(아이아코스) 왕가의 왕녀였으며 아킬레우스 혈통의 후손인데 그녀의 피를 물려받은 나는 아킬레우스의 후손으로써 에피로스의 충성을 받을 권리가 있다.

알렉산드로스의 헬라(그리스) 장악의 신화 기반 명분 : 사분오열되어있는 그리스 폴리스들은 하나의 동맹기구(코린토스 동맹)를 기반으로 통합되어 페르시아에 대한 복수를 해야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행할 자는 헤라클레스와 아킬레우스의 후손으로써 제우스, 테티스의 권능을 부여받은 본인이다.

알렉산드로스의 트라키아 정복의 신화 기반 명분 : 그리스인들이 트라키아인들을 야만인 취급하지만 그들 역시 같은 올림포스의 신들을 모시는 자들인데 제우스와 테티스에 의해 세계 지배를 인정받은 내가 역시 그들을 통치해야하지 않겠나. 적어도 그들은 페르시아인처럼 이질적이진 않다.

알렉산드로스의 이집트 장악 및 파라오 취임의 신화 기반 명분 : 리비아 시와 지역에서 나는 이집트의 최고 태양신 아문-라의 아들이라는 신관들의 선포를 받았다. 나는 제우스와 테티스의 후손이자 아문-라의 아들이므로 이집트와 세계를 지배할 권리가 있다.

알렉산드로스의 아나톨리아 장악의 신화 기반 명분 :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내는 자는 아시아(소아시아. 즉 아나톨리아 반도를 의미.)의 왕이 된다는 전설이 있는데 내가 매듭을 잘라서 풀어내자 천둥 번개가 울렸다. 이는 제우스가 나의 지배권을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알렉산드로스의 페르시아 정복 및 샤한샤 취임의 신화 기반 명분 : 페르시아의 아케메네스 왕가는 위대한 그리스 영웅 페르세우스의 후손인데(적어도 당대 그리스인들은 그렇게 믿었던)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다. 그 페르세우스의 후손들이 그리스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으니 우리는 복수를 행한 것 뿐이며 이는 제우스께서도 인정한 정당한 복수이다. 거기에 최후의 왕중왕 다리우스 3세가 죽어가며 나에게 '페르시아 샤한샤의 직위는 그대가 이어라.'라고 말하였다. 이는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의 혈통 권리가 나에게 옮겨짐이 인정되었음을 의미한다.

 
알렉산드로스의 이와 같은 주장들은 물론 억지춘향이 반은 넘지만 최소한 당대 그리스인들이 신화에 기반한 명분론에서 '과연 그의 말이 맞지'라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기반 논리로 작용하기는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알렉산드로스 최후의 원정이자 최초로 실패한 원정인 인디아 원정에서는 딱히 병사들에게 먹힐만한 신화적 기반도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제우스와 아문-라로부터 인정받은 이 내가 세계를 지배하는게 당연한데 인디아도 그 대상이지 않으냐'가 전부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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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9-19 14:54:30

역설사 게임들의 클레임 위조는 사실 그 지역을 침범하기 위해 했던 종교 및 역사 공부였던 것임 ㄷㄷ

OP
2020-09-19 14:58:24

원래 위조도 뭘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후후

2020-09-19 15:06:58

왕아 집에 좀 가자!
알대왕이 페르시아까지에 만족했으면 열병도 안걸렸을 거고 역시 명분에서 벗어나자마자 탈났네요

OP
1
2020-09-19 15:09:49

연대장이 전술훈련 이주일하다가 갑자기 이주일 더 연장하면 극도의 울분과 분노가 치밀 수가 있는데 마케도니아 병사들 심정 대강은 이해가 갑니다 ㄲㄲ 말씀대로 ㄹㅇ '집에 좀 가자!'가 인디아 원정 시기 병사들 생각이었을 듯

2020-09-19 15:15:47

저정도면 나름 신경써준건가 싶으면서도 미묘하게 일제시대 생각도 나고 그러네요

OP
Updated at 2020-09-19 15:24:07
근대 이후의 조직적인 착취를 위한 국가 단위의 명분 구축 행위에 비하면 아무래도 고대의 것이라 어설프고 애매한 것이긴 한데 정복당한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알렉산더를 따르는 산하 그리스인들은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개념이기는 했지요ㅋㅋ

다만 알렉산드로스는 측근에 페르시아인, 박트리아인 등을 기용하기 시작한다던가, 자신의 세계 제국의 수도를 펠라에서 바빌론으로 옮겨버릴 것을 계획한다던가, 자신의 마케도니아-그리스 베테랑 병사들과 장교들을 강제로 페르시아 여자들과 혼인시킨다던가 하는 식으로 피정복민들에게 유리한 쪽의 통합책, 융화책을 펼쳤는데 그래서 이런 점을 보면 알렉산드로스는 어느 정도는 언행일치되는 면모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케도니아-그리스 지배층, 장군들은 알렉산드로스의 저러한 명분을 어디까지나 겉치레용 명분으로만 생각했고 알렉산더가 추구한 세계제국이라는 개념에는 동의하지 않았기에(우수한 그리스인이 열등한 피지배 타민족들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구조가 옳다고 생각했으므로. 유명한 철학가이자 알렉산드로스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도 결국 이것이었구요.) 결국 알렉산드로스와 그의 부하 마케도니아-그리스인들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다고 봐도 좋겠고 결국 알렉산더가 죽자 그가 계획한 매우 급진적인 통합융화책은 그대로 물거품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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