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카페에서 뉴비가 배척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흐름
사실 아예 학위를 따내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해당 분야를 취미삼아 마구 파고든 매니아-아마추어 쯤 되는 정도라면 이미 해당 분야에 관해서 '뉴비일 때에 어떠한 방식으로로 이 분야에서 지식을 얻고자 접근해야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얼추 알고 있기 마련입니다만 '정말로 뉴비라면' 그냥 무작정 자신의 견해만을 던진다거나 매우 기초적인(이미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질문을 반복한다거나 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아마 이것은 비단 역사 커뮤니티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고 꽤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문제일 것 같긴 합니다만 저의 그러한 커뮤니티 내 활동 속에서 보았던 일반적인 패턴을 고려하여 뉴비가 배척되는 정서가 발생하는 장면을 대충 연출해보라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입문 뉴비의 질문글' : '히데요시는 학살자 아닌가요? 전범재판 받아야하는거 아닌가요?'
'커뮤니티 활동자들의 답글' : '에.. 현대의 윤리관, 판단으로 전근대 당시 사회의 전쟁 상황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전쟁범죄라거나 전범재판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 때에 없기도 했구요.'
'입문 뉴비의 질문글' : '사람 죽인거 똑같은데 왜 전쟁범죄가 없어요? 전범재판은 왜 그 때 없었나요?'
'커뮤니티 활동자들의 답글' :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가지는 윤리관이 달랐기 때문이며 국제적으로 윤리관을 일치시키고 일정한 선을 넘지 말자고 선을 그어놓을 정도로 합의할만한 기술적, 관념적 위치에 이르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보통 처음에는 나름대로 이렇게 괜찮게 답변해주는 편이지만 문제는 이후 뉴비 회원들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한다거나 무의미한 인과 찾기식 질문을 반복하며 피로도를 누적시키게 되고 이러한 피로도가 일정 이상 누적될 때에 본격적으로 반 뉴비 정서가 폭발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온 대표적인 용어 중 하나가 '닥눈삼'(닥치고 눈팅 삼년하세요)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다른 입문 뉴비의 질문글' : '히데요시는 학살자 아닌가요? 전범재판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커뮤니티 활동자들 : 아 또 이런 글이네. 이보세요. 검색은 폼으로 있는게 아닙니다. 커뮤니티 내 관련된 역사글들을 검색하고나서 질문하더라도 늦지 않습니다.'
또 그 와중에는 그냥 본인의 견해만을 주장하기 위해서 가입하는 종자들도 더러 있는데 이 경우가 더더욱 피로도를 배가시킴으로써 다수의 선량한(?) 신입 회원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노피드백 자기주장 뉴비의 주장글' : '제 생각에 나폴레옹하고 히틀러 똑같음요. 어차피 전쟁하고 다 사람죽이잖아요. 히틀러는 전범 취급인데 나폴레옹도 전범 취급 받아야합니다. 둘이 똑같아요.'
'커뮤니티 활동자들' : '히틀러는 현대 도덕 윤리에서 선을 완전히 넘어간 케이스입니다. 민족, 인종에서 우열을 지정하고 누구는 학살당해야한다고 규정한 다음에 학살을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는데 단순한 이득 또는 기타 정치적 명분(나폴레옹의 경우 혁명)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과 저러한 우생학 주장을 동일선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뉴비' : '아 어쨌든 사람 생명이 제일 중요한데 침략하고 학살하고 죽이고 다닌 거 맞잖아요. 전쟁 일으킨 인간들은 다 쓰레기죠.'
'커뮤니티 활동자들' : '현대 윤리에 입각해서 전쟁은 분명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이고 좋지 않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행위이나 그것에도 평가가 이루어지는 기준이라는게 있고 학설들을 통해 정립된 평가라는게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과거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을 단죄하려고 역사를 공부하는건 아닙니다.'
이후 뉴비는 피드백을 하지 않거나 자신의 지식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조롱조의 글을 쓴다거나 이상한 논리를 펼친 뒤 잠적,(example : '아 ㅇㅋ 전쟁하고 사람 죽인 인간들도 급 차이가 있나보네요ㅋ' or '그럼 저는 히틀러도 전범 취급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네요!' 등)
이런게 여러번 반복되면 해당 역사 커뮤니티는 반뉴비 정서로 점차 들끓게되는데(공부 좀만 해도 저딴 X소리는 안 쌀텐데 알못들이 가만히나 있으면 중간이나 가는 것도 모르고 쥐똥 아는 걸로 저리 설치다니 ㅂㄷㅂㄷ 등등의 반응) 그 와중에 또 오래 활동한 원로들이 함께 노는 채팅방(네이버 카페가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좀 폐해가 있었습니다.)이 카페 내에 입김이라도 크면 여길 중점으로 뉴비 배척, 매우 까다로운 등업 활동제 시스템 등의 안건이 거의 십중팔구 나오게 되고 이후 해당 커뮤니티는 고인물들끼리 서로 주거니 받거니 놀다가 뉴비 흐름 막히고 그대로 흐지부지 쇠퇴하는 길을 걷는..
뭐 여하간 이런 정황을 꽤나 여러번 본 편입니다. 결국 커뮤니티의 다양성, 활동성, 지속성을 위해 함부로 뉴비를 배척해서는 안되겠지만 어떠한 분야에 첫 발걸음을 내딛은 뉴비라면 먼저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보고 왜 그러한 보편적인 견해들이 존재하는지를 인지하고서 활동을 개시해야하는게 아닐런지 뭐 그런 두서없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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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취미보다는 공부의 느낌이 강해서 그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