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순위 

매우잡설)개인적으로 보면 로마 공화정 말기 원로원-기득권층이 웃긴게

 
5
  378
Updated at 2020-10-19 00:21:15


물론 사회 현상과 그 흐름의 방향성을 고려하면 로마가 전제 군주가 지배하는 체제로 나아가는 것은 어쩔 수없었다고 보는 편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사르-아우구스투스의 때에 그렇게나 급격한 전환이 이루어질 정도로 원로원, 로마식 공화제가 기초가 없는 체제는 아니었단 말이지요.


당장 카이사르조차도 정말 최후의 최후에 가서 경쟁자란 경쟁자 싸그리 무너진 이후에야 원로원을 찍어누를 수 있었지 그 이전에는 제 아무리 역대급 최연소 출세 가도였네 역대급 정치 유망주네 해봤자 원로원과 기득권층에 단독으로 맞서기에는 역부족인 모습만 보였고 심지어는 갈리아 원정 성공 이후에조차도 원로원에서 정치적 압박 들어오니까 먼저 한 발 물러서서 절충안 제안할 정도로 원로원과 기득권층들한테 머리 좀 숙여주는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안하고 강경하게 맞서면 상대가 안되리라는 것을 카이사르 스스로 인지했다는 것이죠.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 성공 직후 시점보다도 더 대단한 명망과 위세, 군사력을 손에 쥐고 있었던 시점의 폼페이우스(지중해 전체 총괄 관할권을 쥐고 [지중해의 모든 해적을 한방에 소탕] + 폰투스 정벌전 성공 직후 시점)조차도 원로원이 "저 놈이 '루비콘'해버리면 어떡하지? ㄷㄷ"(루비콘은 훗날의 일이긴 합니다만 여튼)하는 걱정을 했을 정도의 위세를 보유했었음에도 알아서 군대 해산하고 적당한 선의 요구만 하며 복귀할 정도로 로마 원로원과 옵티마테스 기득권층의 위세는 정말 막강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 절충안을 제안하며 굽혀주면 이에 맞춰서 적당히 콩고물 떨궈줄건 떨궈주고 했어야 자기네들 명줄도 오래가는 법인데 그냥 상대방들이 먼저 굽히니까 대충 상대방을 마냥 호구로 보고 거의 말도 안되는 딜을 협박에 가깝게 넣질 않나 아주 정치적으로 개판을 쳐댔는데 이러니 카이사르, 폼페이우스가 일종의 대안책으로써 기사, 상인 계층을 대변하는 크라수스와 손을 잡은 것이고, 변화한 로마의 군제 시스템 속에서 군단병들을 사실상 사병화하는게 가능했던 당시 로마 지휘관들로써 지니는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이 이 선택 덕에 따따블이 되었으니 이를 기반으로 정계에서도 서로 밀고 당겨주기해서 급격하게 원로원의 페이를 빼앗아내는데 성공했지요.


원로원 기득권층들이 말만 번지르르한 작자들이 아니라 나름대로 견식있는 정치꾼들이었다면 여기서 폼페이우스, 카이사르 같은 명망 높은 자들을 서로 계속 이간질로 공작하면서 적당히 그들이 한발 물러서면서 절충안으로 요구하는 소소한 것들은 들어주고 하면서 공화정 체제를 훨씬 오랜기간 유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최소한 카이사르-아우구스투스 대에 원수정 전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


그냥 무조건 '쟤네들 호구네?ㅋ 니들 요구는 일.절.거.부'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양반들이 아무리 제각기의 전문 분야(행정이라던가 문학이라던가 사법이라던가)에서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고 해도 공화정을 위한 장기적인 견식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을 따름. 하기사 뭐 그 정도로 견식이 있었으면 한참 옛날에 그 그라쿠스 형제를 그렇게 없애버리지도 않았겠지만서도..

6
Comments
Updated at 2020-10-19 00:27:00

역시 일절거부는 유구한 전통이 있군요

OP
1
2020-10-19 00:03:52

일절거부한 입장의 사람들치고 좋은 결말은 다들 못 본 것 같습니다ㅋㅋ

2020-10-19 00:04:25

개인으로 보면 사회적 명사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인으로서 인식은 꽝이었죠. 어찌보면 지중해 패권을 틀어쥔 이후 그라쿠스 형제와 마리우스&술라의 변혁기를 거치며 1인의 영웅에게 휘둘리는 본인들의 모습을 알면서도 로마 공화정의 의사결정은 허울이든 뭐든 원로원을 거친다는 점과 명문가 출신이라는 자부심때문에 현실을 외면한 것에서 기인한 필연적 결과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1인자 시대가 아닌 로마 공화정이 유지되었을 경우 광대해진 영토에 비해 소프트웨어적 취약점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과 멸망이 더 앞당겨졌을지도 모르져.

OP
Updated at 2020-10-19 00:10:04
사실 공화정으로써의 체제를 안정적으로 장기 지속하려면 그라쿠스 형제가 주장했던 것처럼 토지 재배분으로 중산층 역할을 할 자영농 집단을 재배양해서 이러한 자영농들의 의무 복무로 군단을 편성하는 형태로 회귀하는 것이 선제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정작 기득권층은 이러한 장기적인 대목보다는 당장의 본인들 사유재산 약간 빼앗아가는 것에 그저 화내면서 그라쿠스 형제 쳐죽였고 마리우스는 어떻게든 상황 타개하려고 무산자들의 지원 복무 체제로 군대를 개편했고 이런 현상 속에서 전제정으로의 발걸음은 계속 내딛어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ㅋㅋ

다만 그 때까지는 그간 보여준 옵티마테스의 로마 사회 내 경제, 정치적 위력을 고려하면 카이사르 대에 그렇게 급속도로 무너질만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데 계속 본인들이 일절거부에 근시안적인 모략만 짜대다가 도리어 제 꾀에 제가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했고 결과론적이지만 거의 카이사르한테 알아서 권력을 가져다 바치는 꼴이 되어버린 모습;
2020-10-19 00:11:34

크라수스 사망이후 폼페이우스 이용한건 절묘하지 않았읍니까? 폼페이우스도 20년간쉬는동안 군사적 업적을 카이사르가 쫓아왔으니 초조하기도 했을거고

결국 크라수스가 문제입니다?

OP
2020-10-19 00:16:03
원로원이 그나마 나름 머리 짜본 수라면 수라 하겠습니다ㅋㅋㅋ 크라수스는 뭐 거기서 가만히 있으면 본인이 쩌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그야말로 무리수를 둔 셈..
 
여담으로 폼페이우스의 행보를 보면 본인도 원로원 기득권층한테 꽤 데인 전적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에는 카이사르와 대적하고 옵티마테스들과 손을 잡은 점을 보면 카이사르나 옥타비아누스의 길보다는 과거 옵티마테스의 수장과도 같은 존재였던 권력자 술라의 방식을 따르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폼페이우스 본인부터가 술라 부하로 일했던 적도 있고)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