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지 않아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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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20:00:25
지난 번 스테이크는 정말 수학의 정석만큼이나 단단한 모양새였어요
그래서인지 고기가 익은 정도도 매우 균등했는데요, 오늘 고기는 이 날 구웠던 고기보다는 고르지 않았어요
예쁘고 반듯한 고기를 구울 때는 걱정없이 구웠지만요
오늘은 '두꺼운 데는 안 익고 얇은 데는 바짝 익어버리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을 하면서 구웠어요
그래서 뒤집어놓고 왼손으로는 집게로 고기한테 꾹꾹이를 해주고 오른손으로는 파슬리랑 버터를 넣은 기름을 고기에 쉴새없이 끼얹어줬어요
나름 신경을 썼는데도 고기를 굽고서 보니 고기가 고르지 않은 탓에 부위마다 익은 정도가 다르더군요ㅠ
제일 두꺼운 곳은 레어, 덜 두꺼운 곳은 미디엄레어 얇은 곳은 미디엄, 무지 얇은 곳은 미디엄 웰던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했어요
맛도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무지 좋더군요
레어 정도로만 익은 곳도 칼, 가위 없이 뜯어먹기에 불편하지 않았고 제일 많이 익은 곳도 육즙이 팡팡나왔어요
그렇게 고기를 뜯어먹으면서 이번에는 어느 정도로 익었을 지 랜덤박스를 여는 듯한 기분도 들더군요
정석모양 고기도 물론 맛있었고 먹는 것 만으로 절로 웃음이 배어나오는 맛이었는데 오늘도 그랬어요
거기에 다양한 굽기 정도인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무지 좋았어요
고르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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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500의 비결은 고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