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난 김에 또 써보는 무서웠던 헌팅 썰
고등학생 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삭발을 했던 적이 있었읍니다.
진짜 별 생각없이 한번 해봤던거 같은데, 해보니까 머리감고 말리는거 너무 편하고
머리 신경안써도 되고 너무 좋아서 2학년 말까지 계속 3미리로 밀고 다녔었죠.
암튼, 그 당시 유행하던 다모임이란게 있었는데 말이죠ㅎㅎㅎ
초등학교 때 동창들 연락하느라 가입되어 있었는데 오랜만에 로긴해보니,
웬 쪽지가 2통이 와 있더군요?
내용은, 자기가 버스에서 저를 봤는데 마음에 들어서 쪽지보낸다 뭐 대충 이런 내용....
당연히 누군가 장난치는거라 생각해서 무시했는데, 한 3,4일 정도 뒤에 다시 쪽지가 오더군요.
장난치는거 아니고 진짜라고 뭐라뭐라.... 그래서 토요일 합성동 모 커피숍에 몇시까지 나와라 기다리겠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호기심삼아 나갔는데 진짜 여성분을 만나게 되었읍니다.
버스에서 제가 그 분 앉아있는 자리 바로 앞에 서있었나봐요. 제가 입고 있는 교복으로 학교를 특정하고, 이름표와 이름표 색깔로 학년, 이름을 알 수 있으니 기억해 놓았다가 다모임에서 찾아냈다고 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좀 다르게 느낄 수 있었을텐데, 그땐 왠지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진짜 무서운건 그때부터였습니다.
분명히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문자와 전화가 계속 오고, 집 주소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학교가려고 집을 나오니 근처에 와있고, 학교에도 찾아오고.... 1달 정도 그랬던거 같읍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시내 모처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했죠. 누나 예쁘고 나 좋아해줘서 고마운데 나는 마음이 없다, 그냥 친한 누나동생으로는 몰라도 이성으로서는 아니다 라고 말을 했죠.
그랬더니 그때부터는 다른 것들로 유혹?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지금은 한 5이상 쪄서 그렇지 서울에서 6개월 정도 잡지모델도 했었다(사진도 보여주긴 하더군요)며 자기 외모자랑부터, 아빠가 차가 2대 있는데 회사에서 별도로 또 차를 줘서 나한테 한대 준다더라는 말을 하지 않나, 고향은 전라도라서 지금 창원에서는 혼자 살고 있다고 계속 강조하지 않나, 그 집도 자기 명의라는 것도 강조, 저 고3때 공부하는동안 얌전히 기다릴테니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자고 하질 않나....
지금 생각해봐도 이상하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안그래도 무서운 사람인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을 계속 하고 제가 움직이는 동선에 계속 나타나는게 넘모x100 무서웠습니다.
뭐 물론 결정적으로 그 누나의 외모가 못생긴건 아니었지만 제 스타일이 아니었던게 크기도 했지만요.
암튼 그렇게 3달 정도를 더 저를 괴롭히다가 우연히 제가 친한 아는동생이랑 있는걸 본 이후로 조금씩 잦아들더니 고3 2학기에 완전히 연락이 끊어졌었습니다.
당시 친구들은 차니 집이니 모델이니 하는 이야기들만 듣고선 저더러 미친놈이라고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거라고 했는데 참나, 지들이 겪어봐야 아는거 아니겠습니까. 어쨌건 헌팅당한 중에 가장 강렬했던 기억이었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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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막줄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