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라졌다
오늘은 엄마가 왠일로 4시 반에 퇴근하셨어요
저는 수업중이라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요, 밖에서 들리는 고기굽는 소리로 보아 엄마가 배가 고프신 모양이었어요
그렇게 5시에 수업이 끝나고 엄마를 만나러 제 방을 나섰는데요, 식탁에 맛있게 구워진 고기와 한 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엄마는 사라져있었어요
엄마 방에 있나 화장실에 있나 찾아봤지만요 엄마가 사라진 건 분명해보였어요
'배고픈 줄 알았더니 이렇게 한 상을 차려놓고 어딜 갔지?' 싶은 생각도 잠시 스르륵하고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았어요
그렇게 엄마가 차려놓으신 밥을 맛있게 먹었는데요, 다 먹고 치우고 나니까 엄마가 돌아오셨어요
그제서야 엄마가 배고파보였다는 게 기억이 났어요
"읭! 고기 내가 다 먹어버렸는뎅"
당황스러워 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다르게 엄마는 "맞다! 고기 구워놓은 거 시녜가 먹었구나! 잘했네-"라고 하셨어요
엄마가 먹으려고 밥상을 차리신 게 분명해보였는데 어째서인지 제가 먹은 걸 잘한 일처럼 여기고 계시더군요
저는 궁금해서 엄마한테 밥상은 차려놓고 어딜 갔다 온거냐고 물어봤어요
오늘 엄마는 당근마켓에서 잡은 약속이 있어서 일찍 퇴근하셨다고해요
그런데 점심을 빵으로 때우셔서 퇴근하는 지하철에서부터 배가 고팠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퇴근하는 지하철에서부터 '퇴근하면 뭘 먹을까? 고기를 사뒀으니까 고기를 구워먹으면 되겠다! 야채는 미나리 저번에 사뒀으니까 그거 무쳐서 고기랑 같이 먹어야지..' 이런 생각을 하셨대요
그렇게 당근마켓 약속은 깜빡 잊은채로 고기를 굽고 밥상을 차리셨는데요, 딱 먹으려는 찰나에 당근마켓 약속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려서 급하게 다녀오셨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단순히 당근마켓 거래를 하고 오는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오래걸려서 왜 그렇게 오래걸렸냐고 물어봤어요
엄마는 돈이 생긴 김에 마트를 찬찬히 둘러보셨다고 하더군요
저희 엄마는 장 보는 걸 무지 좋아하셔서 마트를 '이것도 맛있겠다.. 저건 이렇게 해먹으면 맛있겠다..'하면서 둘러보시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셨던 거였어요
그렇게 둘러볼 거 다 둘러보시고서 집에 돌아오고나서야 밥상을 차려뒀던 걸 기억하셨대요
제가 엄마가 배고파서 차려놓은 밥상을 당연하다는듯이 먹어치운 건 생각이 짧은 행동이었지만요 이번 만큼은 옳은 일이었어요
제가 그 고기를 먹지 않았더라면 고기가 식었겠지만요 제가 따뜻할 때 먹어둔 덕분에 저도 엄마도 따뜻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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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