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로아를 삭제합니다

 오픈 때부터 지금까지 근 1년간 꾸준히 즐겼습니다. 친구창에 등록되어 있던 분들 대다수가 이미 예전에 게임을 접었고 저도 매일매일 접속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양해를 구하고 길드를 탈퇴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계속 플레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 둔한건지 많은 분들이 이미 예전에 느꼈던 감정, 이 게임 지겹다는 느낌이 이제서야 들면서 결국 로아를 삭제하게 됐네요.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 줄 몰라요. 이게 제 결론입니다. 출시 당시 금강선 PD 피셜 게임을 이루는 3대 축, 레이드/생활/항해 중 사실상 생활과 항해는 스마게가 버린 컨텐츠가 됐습니다. 애초에 독립적인 컨텐츠라 부를 정도로 즐길거리가 풍부하지도 않았거니와 특별한 메커니즘이나 긴장감 없이 그냥 자원이 있는 장소에 가서 버튼 하나 눌러서 캐기만 하면 되는 핵 노잼 노가다 컨텐츠이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생활과 항해 컨텐츠를 플레이했던 건 첫째, 여기서 들어오는 다양한 수입(생활- 배템, 골드 / 항해- 각종 주화 및 설계도, 룬상자) 둘째, 향후 생활과 항해에서 상위 컨텐츠가 열리면서 이 지겨운 노가다를 보상받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 때문이었죠. 안타깝게도 어느것도 바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패치를 거듭하면서 항해와 생활로 얻을 수 있는 템들의 가치는 떨어지거나 아예 제로가 됐고 태생부터가 지겨웠던 플레이 방식은 전혀 개선되거나 상위 컨텐츠가 추가되지도 않았죠. 항해/생활 유저들은 가성비가 안 나와서 떠나고 지루함에 지쳐 떠났습니다. 항해 유저들이 기대하던 유령선 컨텐츠는 이제 항해와는 전혀 상관없는 해상 칼렌더섬이 됐고 생활 유저들이 기대하던 원정대 영지는 1년 가까이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업데이트 로드맵에도 없습니다. 아마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둘만 버려진게 아닙니다. 출시 전 기대했던 여러 컨텐츠들, 카드배틀 배틀, 아바타 제작, 다양한 선박의 업그레이드 및 활용 등 전부 스마게가 손 놓고 게이머들도 딱히 찾지 않는 컨텐츠가 됐죠. 잡다하게 여러 컨탠츠를 출시하긴 했는데 실상 까놓고보니 재미도 없고 밸런스도 똥망이고 딱히 게이머들에게 해야할 동기부여를 주지도 못 하는 컨텐츠였던거죠. 

 결국 스마게가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컨텐츠는 레이드 및 던전 뺑이였습니다. 다른 컨텐츠는 다 버렸지만 적어도 이 두개는 꾸준하게 업데이트 해줬으니까요. 사실 저도 이런걸 좋아하기 때문에 딱히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만 어느순간 매일매일 똑같은 던전을 3번(추가 이용권을 사용하면 4번)씩 돌고 똑같은 미궁을 수 백번씩 돌고 똑같은 구성에 난이도만 일반/하드로 나눠진 던전을 원하는 템이 뜰 때까지 뺑이돌고 안타레스 던전 단 2개를 백번 넘게 도는게 너무 지겹다고 느껴지더군요. 레이드 좋죠. 파티 짜서 헤딩하고 첫 클리어 했을 때의 성취감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레이드도 익숙해지고 똑같은거 하루에 3번씩 매일 돌면 지칩니다. 어느순간 재미도 없고 양심없는 파티원들 만나면 짜증과 스트레스만 쌓이고요. 로아는 여기서 일탈할 수 있는 컨텐츠가 없습니다. PVP요? PVP 밸런스는 이미 오래전에 붕괴됐고 개발진들도 PVE에 집중하느라 사실상 손 놓아버렸죠. 유저들도 이제는 포기했는지 밸런스 욕하는 글도 예전처럼 없더군요. 

 로아는 정말 여러모로 너무 아쉬운 게임입니다. 여전히 이 게임의 뼈대는 정말 튼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적화 잘 된 아름다운 세계, 타격감 넘치는 호쾌한 액션, 저것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개성있는 직업들(밸런스와 상관없이.....), 훌륭한 연출, 스토리는 분명 진부하고 아직까지는 벌려놓는 단계라 딱히 놀라운 반전이나 드라마는 없지만 향후 얼마든지 더 흥미진진해질 가능성이 열려있고요. 훌륭한 게임 디렉터, 게임 디자이너와 함께 한다면 얼마든지 더 위대해질 수 있는 게임이라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게 문제겠죠. 아마 스마게는 제가 열거한 이 모든 단점을 로스트아크 M을 위한 포석으로 깔아놓은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항해 지켜워요? 생활 지켜워요? 똑같은 던전 뺑이 지겨워요? 로스트아크 M에서 자동으로...........크흡........

 이상 로아를 삭제하면서 지껄여본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