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3경기는 굉장히 묘한 경기네요.

왜 묘하냐면, 한화가 지향하는 점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한화가 왜 상위권으로 올라오기 힘든 팀인지 보여줬고, 그리핀은 왜 망한 시즌이 되었는지 다 보여준? 이긴 팀의 저점과 고점을 동시에 보여주고 진팀은 강팀 몰락이 왜 일어나는지 제대로 보여준? 

스타일리쉬한 조합은 사실 굴리기 힘들거든여. 특히 드러눕는게 예나 지금이나 습관화가 된 lck에선.

어제 정확하게 기억 안 나는데 듀렉스도 루시안, 이즈리얼, 럭스로 하체 구성하는, 라인전 단계부터 박살내지 못하면 후반에는 너무 애매해지는 조합을 꺼내들었다가 망하기도 했고. 

한화 3경기 조합 딱 보는 순간 이거 못 굴리면 무조건 망한다 싶었거든여. 

세트-리신-탈리야-이즈-쓰레쉬

하드 이니시에이터도 없고 소위 말하는 폭딜러도 없고, 초반 성장차이를 계속 굴려가고 기동성 활용해서 난전 못 일으키면 망하는 조합. 각 라인 시너지가 있다기보다는 속도 경쟁이랑 어그로핑퐁이 좋은 조합이니까 싸움 걸고, 합류하고, 죽을거 같은 애들은 빠지고 라는 전형적인 입롤 조합.

반면 그리핀은 지극히 lck식 라인전도 무난, 한타는 강한 후반 지향 조합이었습니다. 모데가 잘 큰 상대편 딜러 물고, 자르반 이맛이야에 오리아나 궁팡, 그 위로 미포 궁, 타릭 wer이용한 어그로 흡수. 

그런데 한화가 초반에 득점을 해냅니다. 다소 억지에 가까웠던 갱을 리헨즈가 유체화 키고 합류해서 달려들어서 정글 풀어주고, 상대편 무리한 다이브 시도를 탈리야, 세트 합류로 극복하고. 쓰레쉬 랜턴 이용해서 적절히 잘 살아가고.

물론 그리핀 전략이 실수의 연속이었기에 가능한 상황이긴 했습니다. 눕기만 하고 3000 이내로 차이나는 가정에 용만 적당히 1-2개 뺏어오고 30분 넘어가면 무조건 이기는 조합인데, 예전 그리핀 시절로 착각해서 초반 4-5렙 단계에서 다이브 치고 속도전 하려다가 망했져. 6렙 이전 타릭은 적극적으로 쓰는건 넘 힘든데, 거기서 말아먹었고, 세트 텔 없는거 뻔히 알면서 의사소통 미스? 숫자계산 미스?로 소드가 그 귀중한 텔로 미드 합류하면서 5:5 잘 넘어가던 탑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져. 소드가 미드 합류후에 머리 긁적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아, 얘네, 이거, 뭔가, 망했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여.

그런데, 한화가, 약체팀의 한계를 보여준 구간도 분명 있었습니다. 숫자싸움 부족한데 위치 못 잡고 허무하게 미드에서 한방에 비벼질만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그 와중에 합류 구간에서의 속도 차이를 잘못 계산한 소드의 딱 한발자국 더 나간 부분에서 세트, 탈리야 갑작스러운 이니시로 허무하게 횡사. 실제로 딱 한타이밍만 버텼으면 되려 타릭 제대로 합류하면서 타릭 궁으로 역카운터 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져.  

이야기 늘어놓다 보니까 잘 정리가 안되네요. 글을 워낙 못 써써..

정리하자면, 

좋았던 점

1. 한화가 스타일리쉬한, 초반 스노우볼링, 합류전 조합을 짜서 30분 전에 끝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나쁜 의미의)lck답지 않은 스피디하고 화끈한 경기.

2. 노장 탑라이너, 서폿의 적절한 합류와 이니시 사라지는듯한 스노우볼링을 다시 승리로 이끔. (전 리헨즈가 쬐금만 덜 잘했어도 큐베 단독 pog라고 봅니다. 1차 타워 옆에 숨어있다가 미포 무는 이니시는 진짜 미친 소름)

아쉬웠던 점

1. 그리핀은 신흥 강호가 내부적인 문제로 팀이 와해되었고, 그래도 남아있던 멤버들도 경기 내 호흡을 전혀 못 맞추고 있다는 점. 물론 2세트 막판에 서로 피드백하고 서로 미안하다고 하는 부분도 보이긴 했지만, 이건 감정적인 교류고, 아직은 팀 내 플랜을 수행하는 부분에 있어서 소통이 거의 안되고 있는것 같아요. 좀 심각함. 

작년에 적어도 가자미 역할은 하던 소드와, 소드가 쳐맞는 사이에 정확한 숫자싸움과 적절한 호응으로 미드, 바텀에서 이득을 보던 타잔-바이퍼가 평범은 커녕 하위권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등 다음 세대의 에이스가 되어야 할 선수들이 한방에 몰락 중이라는 거. 1세트 타잔 퍼포먼스는 좀 많이 슬펐네요.... 정말.... 저게 작년에 우리 (이제는 느그 ㅠㅠㅠ) 클리드랑 맞짱까던 라이벌의 모습인가...........? 

1-1. 팀 컨셉을 전혀 이해못하고 지네들이 되려 달려들다가 망한 경기라는거. kt가 그리핀보다 강한거 같은데........ 

2. 한화는 호흡 문제라기 보다는 가끔 팀 컨셉을 까먹은듯한, 빠른 합류로 치고 빠진다는 개념을 좀 잊은듯한 1-2명으로 무리하게 운영하려 하고 교전에 싸먹히면서 1-2번 망할만한 위기를 줬다는 점. 라이너들의 수준이 확연히 올라오는게 아니고서야 상위권 도약은 어려울것 같다는 느낌. 

뭐 그렇습니다.

다른건 모르겠고, 되려 그리핀에서 소드가 제일 정상적으로 보인다는게 참으로 슬프네여. 소드는 걍 항상 하듯이 중하위권 탑라이너인데 최상위권이던 타잔이랑 바이퍼는 왜 같이 중하위권으로 떠밀려 내려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