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 관련해서 & 향후 운영에 관한 제 생각입니다
안녕하세요
자고 일어나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코로나 이후로는 많이 바빠 짬을 내기가 어렵기도 하고 저 나름대로는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공지를 올리지 않기 위해 공지 작성 후 운영진에게 피드백을 받고 올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저번 사태이후 제가 소통없이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피드백을 받았으므로 저 나름대로는 저 혼자 생각하지 않고 올리기 위해 이번에도 공지를 작성 후, 운영진에게 확인 후 올려달라고 말했습니다. 읽어본 분들이 글의 논지가 조금 애매해 조금 더 확실하게 이렇게 쓰겠다고 얘기하셨고, 저는 별 생각없이 알겠다고 말했습니다. 저의 원래 뜻은 이렇게 두 게시판부터 해보면 좋을 거 같은데 게시판의 반응을 듣고싶다는 요지였으나, 읽어본 분들이 제가 이렇게 시행하겠다고 생각하고 쓴 글인줄 알고 문단을 수정하여 제가 당초 생각했던 바와는 공지가 조금 다르게 전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저와 함께 일하는 운영진들마저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했을거라고 생각한 걸 보면 어쨌든 그동안 저의 운영이 독단적임에서 일어난 참사라고 생각이 듭니다. 부운영자시절부터 운영자로써 불필요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항상 짧고 최대한 드라이하게 목적만을 전달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게 회원분들이 제가 어떤 생각을 통해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공감대 형성을 힘들게 한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몇분들이 얘기하시지만 실제로 저는 부담이 많습니다. 제가 물론 뭘한다고 해도 이 사이트가 큰 반향을 일으키거나 내일부터 엠엘비파크처럼 대형사이트가 되지 않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이 사이트는 더 작아지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제가 회원시절부터 보았던 일이니까요
제가 그동안 느끼기엔 사이트의 활력이 많이 죽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운영자가 되고나서는 한동안 어떻게 하면 칼치오게시판을 살릴까, 어떻게 하면 세리에 특화라는 경쟁력을 살릴까 고심했습니다. 팟캐스트도 해보고 칼럼도 써보려고 하고 유투브도 해보려고 하고 하이라이트 채널도 만들려고 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건 일단 다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고정 팬층이 확보되지 않는 비인기영역에 단발성이 아닌 고정적으로 뭔가를 하기엔 여건이 너무 안좋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고심끝에 방향성을 수정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세리에스탯통계사이트를 만들려고 준비도 해보고 해봤는데 저도 시간이 부족하고 재정적인 문제도 그렇고 해서 여러모로 다 흐지부지 되버렸습니다.
그런 와중에 자유게시판은 점점 비슷한 종류의 글만 늘어나게 되고 징계는 갈수록 회피하는 사람들때문에 규정이 늘어나고 유의가 잦아지게 되고 그런 일들로 인한 피로감은 계속 느는 형태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징계를 하면 할수록 개인 간의 주관적인 의견나눔을 제가 판단하고 징계한다는 사실에 모순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특정정당이 정치를 잘하고 특정정치인이 흠결없다고 사이트에서 암묵적인 인지가 있을 경우 그에 반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은 보통 회원들에 의해 어그로로 취급받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사이트의 분위기에 따라 징계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차후 이 특정정당이나 정치인이 문제가 있음으로 판명난 경우, 이 당시 징계받은 회원이 "저 이 사람 욕했다 징계받앗네요"라고 했을 시 할 말이 없어집니다. 이 분이 틀린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한국정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제가 늘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알아가며 징계를 결정해야되는 부분에서 늘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차 저, 운영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보편적인 인류의 감성을 반하지 않는 한 주관적인 의견을 판단하긴 어려운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점차 징계를 줄여나가는 방향이 모두에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일베, 디씨, 펨코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당연히 저 개인의 성향에도 반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으나 더이상 이를 징계로 제재하는 것보다는 유저들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게 더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이트들을 둘러보아도 존댓말을 기본으로 규정하는 사이트는 못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이트들이 디씨, 펨코처럼 행동하진 않고 존댓말하는 분위기 속에 반말이 나와도 질타받지 않는 분위기들을 보았습니다. 이게 예전의 세리에매니아에 조금 더 흡사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분위기가 조금 더 자유게시판의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운영방침에서 상호간 존대 방침을 삭제하고 기스게 겜게에서만 한시적으로 운영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써본 것이었는데 이게 이런 일이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더불어 제가 그동안 전후 사정을 너무 생략한 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추후로는 소통이 부족하지 않도록 더 신경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저 스스로 굉장히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마음들이 불통아닌 불통으로 저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여러 사이트들을 보면서 저는 인터넷 세상도 제가 한창 한국 커뮤니티를 즐기던 00년대 후반과는 많이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이제 저도 30대가 되면서 축구의 주소비층인 10~20대들과는 세대가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저도 제가 하던대로, 익숙했던 대로가 다른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향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일 줄 알았습니다. 근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10~20대들도 끌어 올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세리에매니아 사이트의 운영자입니다. 저도 오래된 회원으로써 예전부터 알던 회원분들 다 어쩌면 실제 아는 친구들만큼 친숙하고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도 많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이트의 운영자고 이 사이트가 존속되기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신규유저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유한, 이 사이트에 처음 온 사람으로써 글쓰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괜히 욕먹을까 두려움 없이 쓸 수 있는 분위기 정도를 형성하고 싶은 게 제 목적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과 제가 현재 어떠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없이 그 목적을 향한 방법만을 얘기하다보니 회원분들과의 오해와 마찰이 생긴 것 같습니다. 지금 위에 제가 얘기한 부분들은 제가 이렇게 생각한 것이 맞으니 제 생각대로 하겠습니다가 아닙니다. 제가 현재까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글로 서술한 것이며, 이에 대해 제가 잘못 생각한 부분들이 있거나 대화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면 제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제가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보니 전처럼 댓글로 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다시 시간이 나면 글을 열어서 댓글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글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사과드리며, 앞으로는 좀 더 자세한 전후사정과 피드백을 통해 사이트에 대해 함께 의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으로 느끼는 부분과 회원으로서 느끼는 부분은 확실히 다를수 밖에 없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점 개인적으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거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