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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과 귀화혼혈선수들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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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6 09:57:16

현재 KBL에는 SK 김민수, KCC 전태풍, 삼성 문태영, 현대모비스 문태종 총 4명의 귀화혼혈선수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그 숫자가 7명에 달했다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남아있는 선수들도 그야말로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인데요.. 추가적인 유입이 끊긴 현 시점에서 본다면 몇 년 되지 않아 귀화혼혈선수가 리그에서 자연스레 사라지겠죠.

 

이 귀화혼혈선수들이 KBL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에 이동준(다니엘 산드린)이 연세대학교에 편입하고, 김민수(훌리안 파우스토 페르난데즈 김)이 경희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후 이동준이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오리온스에, 김민수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에 지명이 되면서 프로무대에 입성하게 되죠.

 

사실 그 이전에도 해외국적으로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던 사례는 몇몇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효범(브라이언 김)이 있는데 어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거기서 농구를 배워 현지대학을 졸업하고 KBL의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한 사례였죠. 근데 이 때 1순위로 미국 NBA의 구 하부리그였던 NBDL에 진출해서 활약하던 방성윤이 KTF에 지명된데 이어 2순위로 모비스가 김효범을, 여기에 3순위마저 SK가 미국교포이자 고졸신분이었던 한상웅(리처드 한)을 지명하자 분개한 국내대학감독들이 단체 보이콧을 선언, 선수들을 데리고 드래프트장을 나와버리는 일도 있었죠. 30여분 가량 대치하다가 드래프트가 재개되기는 했습니다만.. 근데 사실 이 때 드래프트풀이 올 해와 비견될 정도로 가뭄이어서 1라운드의 순수국내파 중에서는 김일두가 가장 성공했을 정도.. 오히려 최고의 아웃풋은 2라운드에서 삼성에 지명된 포워드 김동욱이 되었죠.

 

그러나 혼혈로서는 이동준과 김민수가 최초격이다보니 그 주목도가 더 컸는데요.. 이동준의 경우 아버지가 주한미군 출신이었고 김민수는 아버지가 아르헨티나 사람이었죠. 둘 다 2m의 신장에 동사이즈의 순수 국내선수들보다 비교적 우수한 힘과 탄력을 가지고 있다보니 기대를 많이 모았죠. 게다가 혼혈이라는 신분으로 군 면제라는 엄청난 메리트도 있었고.. 그리고 두 선수는 KBL 입성 후 이동준은 전성기 때는 나름 블루워커형 빅맨으로 평균 10점과 5개 정도의 리바운드를 잡아주는 준수한 활약을 했었고, 김민수는 올 해로 10시즌 째 SK에서 활약하면서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지만 3.5번형 포워드로 나름 꾸준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죠. 안에서 비비는걸 싫어하고 수비에서 약점이 있는 것이 고질병이기는 하지만..

 

이후 KBL에 우수한 기량의 선수들을 더 들여와 경기수준을 높이고 또 국가대표 경쟁력도 올리기 위해서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던 대한민국과 관계가 있는 혼혈 농구선수들을 끌어모아 특별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게 되는데요.. 그 방법은 아래와 같았죠 :

 

- 픽 순서는 추첨으로 선택.. 지명권을 행사하면 국내선수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소멸

-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다음 해 귀화혼혈선수 트라이아웃 픽 추첨 참가자격이 주어짐

- 지명한 귀화혼혈선수는 최대 3년을 보유할 수 있으며 3년 후에는 해당선수들에 대한 트라이아웃을 다시 실시하여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구단들을 상대로 추첨권이 주어짐

 

그리하여 개최된 첫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는 허재 감독의 복코가 또 다시 빛을 발하며 KCC가 1순위를 뽑으며 유럽 각지를 돌며 활약하던 가드 전태풍(토니 애킨스)을 지명했고, 2순위 삼성이 과거 모비스에서 용병으로 활약한 적도 있는 이승준(에릭 산드린)을, 여기에 3순위 LG가 문태영(그레고리 스티븐슨)을 지명하면서 빅3의 거취가 결정되었죠.

 

그리고 이듬 해에는 진짜 최대어가 등장하는데 유럽에서도 꽤 이름날리는 포워드였던 문태종(재로드 스티븐슨)이 참가를 신청한 것.. KBL 첫 시즌 때 나이가 34살로 이미 전성기를 지나는 시점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직전 해에 귀화혼혈선수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5개구단 중 불운의 아이콘 전자랜드가 이번에는 1순위에 당첨, 문태종을 지명하고 여기에 서장훈과 허버트 힐이 조합되어 역대 최고순위인 2위에 올랐죠. 이 때 문태종은 순수활약으로는 MVP에 가장 가까웠으나 KBL 역시 쇄국정책이 심각한 리그라 순수 국내선수 중 가장 돋보인 박상오가 MVP를 받았죠.

 

근데 이 문태종 드래프트 때 왜 5개 구단만 참가를 했느냐.. 첫 드래프트 때 두 팀이 지명권을 거의 허공에 날리다시피 했기 때문인데.. 4순위 KT&G(현 KGC 인삼공사)가 가드 포지션의 원하준이라는 선수를, 5순위 KTF(현 kt)가 역시 가드인 박태양이라는 선수를 지명하였는데 두 선수는 1년 간 벤치만 지키다가 팀을 떠났죠.

 

이후 전태풍, 이승준, 문태영은 첫 지명팀에서 3년 간 활약한 뒤 재지명 대상이 되어 모비스-SK-동부-오리온스 4개구단의 경합 끝에 전태풍이 오리온스, 이승준이 동부, 문태영이 모비스로 갔고, 여기서도 고배를 마신 SK는 대신 이듬 해 네덜란드리그 등지에서 활약하던 포워드 박승리(데이빗 마이클스)라는 선수를 발견해서 단독지명권으로 확보해서 3년 간 써먹었죠. 근데 이 선수는 애초에 한탕하고 떠날 속셈이었는지 귀화시험에 별 의욕을 안보내다가 결국 3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도 귀화를 하지 않고 그대로 팀을 떠났죠.. 사이즈가 있는데다가 나름 수비에서 평가가 좋았고 기량도 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서 귀화를 했으면 그래도 돈을 꽤 받으면서 계속 뛸 수 있었는데.. 그리고 SK까지 10개 구단이 모두 지명권을 행사한 이후 기존에 남은 전태풍, 문태영, 이승준, 문태종은 추가적인 국내선수와 같은 FA 신분을 얻게 되었죠.

 

다만 전태풍과 이승준, 동준 형제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많이 느껴지고, 또 한국말도 나름 유창하게 구사해서 팬들도 거의 한국선수와 다를 바 없이 생각하는 반면에 문태종, 태영 형제는 아직도 한국말이 좀 서툰 것으로 알려져서 뭔가 아직도 용병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그리고 국내선수들 사이에서도 알게모르게 귀화혼혈선수에 대한 약간의 차별같은게 존재하는데.. 선후배 문화에 열외되는 것은 그렇다쳐도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귀화혼혈선수에게도 반말, 욕설을 해서 코트 내에서 갈등이 일어난 사례도 간간히 있었죠..

 

그리고 이 귀화혼혈선수들은 KBL 입성 이후 국가대표도 돌아가며 뛰었는데.. 축구의 FIFA와 같은 단체인 FIBA 규정 상으로 귀화선수는 1명 만이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보니 2~3명 씩 국대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대회마다 1명 씩만 발탁되어 활약했죠. 그 중에서 이승준과 문태종이 돋보이는 활약을 남겼는데 이승준은 KBL에서는 BQ와 수비가 좋지 않고 용병들과 매치업을 많이 해야되다보니 기대치에 비해 활약이 썩 좋지 못했던 것에 반해서 국대에서는 달리는 농구에 최적화 된 빅맨이라는 특성 덕에 꽤 잘맞았고.. 2012년에 올림픽 예선에서 알 호포드가 주전으로 나선 도미니카 공화국을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도 김선형-이승준 콤비의 활약이 대단했죠. 4쿼터 막바지에 리드까지 잡았는데 마지막에 호포드가 각잡고 빡겜하면서 석패했었고.. 문태종은 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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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1-01 12:22:17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 잠시뿐이긴 했지만 동부에서 이승준 뛸때 눈은 정말 즐거웠던 추억이 있네요 (수비는 그말싫...) 개인적으로는 외국인선수 및 혼혈선수 최대 3년계약제가 크블의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네요... 근본적으로 우리 팀의 선수라기보다는 언젠가 떠날 용병으로밖에 바라볼 수 밖에 없는지라... 팬층 유지에는 정말 악수라고 보여져서 ㅠㅠ

2019-01-01 12:22:47

문태영은 뭔가 용병하나 더쓰는 느낌 진짜 ㄷㄷ

2019-01-01 12:46:07

박승리가 사이즈도 되고 운동능력도 좋고 그래서 현재 리그에서 뛰었으면 어느 팀이든 큰 영향력 발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SK와 계약 끝나고 미련없이 한국 떠나버릴줄은 몰랐네요 ㅋㅋ 지금은 뭐 하고 있는지 ㅋㅋㅋ 아직 농구하려나

2019-01-01 13:22:41

문태종 뽑아서 챔결도 못간 전자랜드 당신들은 도덕책...

2019-01-01 13:34:58

- 김민구가 문태종한테 하는거라던지 양희종이 문태영한테 하는거라던지 보면 인성 견적 딱 나오는.... - 김효범 국대 안뛰고 군대도 안가면서 FA는 빨리 취득하니 욕 엄청 먹던 기억 나네요. - 문태종 있었을 때 챔결 갔었어야 ㅠㅠ.... 허버트 힐 덕분에 체력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읍니다. 조루체력 - 귀화선수/외국인선수 3년룰 폐지 했었으면 리그 흥행이 더 잘되었을 텐데.... - 전성기 문태영은 진짜 2점귀신이라 심판이 콜 박하게 주고 + 양희종 같은 선수들이 성질 긁어야 겨우 제어되던....

2019-01-01 15:50:19

문태종은 딱 10년만 젊었어도...

2019-01-01 16:06:28

3년 룰... 전태풍은 kcc 떠나기 싫어했었죠 ㅜㅜ 결국 다시 돌아왔지만...

2019-01-02 11:13:34

아무리 리그 평준화가 중요하다지만 3년 룰은 좀 비인간적이었던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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