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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판 탱킹사태를 초래한 재능 : 경희대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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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6 09:59:52

모비스 쓰리핏의 시작이던 2012/13시즌은 하위권 팀들의 탱킹사태로 잘 알려진 시즌이기도 한데요.. 경희대학교 졸업반의 가드 두경민, 김민구, 센터 김종규 3인방이 모두 역대급 재능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었고, 또한 고려대학교 가드 박재현 역시도 높은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 로터리픽을 가져가 이 4명의 선수 중 하나를 뽑을 확률이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었죠. 당시에는 직전시즌 7~10위팀이 각 23.5%, 3~6위팀이 각 1.5% 만의 1순위 지명확률을 가져갔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면 무려 94%의 확률로 로터리픽을 가져가는 것이었죠.

 

일단 KCC는 애초에 팀 전력 자체를 플레이오프에 갈 수 없는 수준으로 맞춰놓으며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전태풍이 귀화혼혈선수 3년보유제로 인해 강제로 KCC를 떠나 오리온스로 갔고, 강병현은 상무에 입대, 하승진 역시 공익으로 입대했죠. 그래서 임재현, 박경상, 신명호가 돌아가며 1,2번을 보고 노승준이 국내빅맨 중 주축으로 나오고 용병도 전쿼터 1인출전 시대인데 용병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은 심스도 썩 압도적이지 못하고.. 코칭스탭이 아무리 신묘한 귀책을 짜고, 선수들이 죽을 듯이 노력해도 대표적인 재능빨 스포츠인 농구에서는 이길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권으로 쳐졌고 시즌 중에 심스도 팔았죠. 어찌보면 순수한 의미의 탱킹을 한 팀이었고, 애초에 팀 전력 자체가 그러니 최선을 다해도 이길 수 없었기에 KCC는 비판의 대상에서도 벗어났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LG, kt, 동부 세 팀이었는데요.. 세 팀은 6강경쟁을 할만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플레이오프에 안가려고 한다는 의혹에 시달렸죠. 특히 LG와 kt 두 팀에 대한 의혹이 심했는데 예를 들면 경기내내 선수를 쓸데없이 많이 돌려쓴다거나, 승부처에 가비지에나 나올 선수를 낸다거나.. 더구나 LG는 6강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용병 1옵션 벤슨을 트레이드 해버리는 결정까지.. 것도 모비스의 2옵션이자 소위 '식물용병'이었던 위더스라는 선수하고 1:1로 바꿔버렸죠. 물론 시즌 후에 김시래가 LG로 넘어가기는 했습니다만.. 당장 6강경쟁 중에 주전센터를 사실상 댓가없이 팔아버린 것이었기에 말이 많았죠.

 

결국 이들은 나란히 플레이오프에 못가는데 성공했고, 6위의 자리는 그래도 최선을 다한 시즌전적 22승 32패의 삼성이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죠. 뭐 전력이 전력이다보니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전자랜드에 0:3 셧아웃.. 그렇지만 농구팬들의 박수를 받았죠..

 

그렇다면 이 경희대 3인방이 대체 어느정도였느냐.. 우선 그 중에서도 1순위가 유력했던 김종규는 207cm라는 사이즈에 엄청난 탄력까지 갖추고 슛까지 있어서 그 기대가 대단했죠. 사실 대학시절에는 굳이 슛을 쏠 필요도 없었고 슛을 잘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대학생 신분으로 국대도 꾸준히 발탁되던 선수였죠. 여기에 김민구는 그야말로 만능형의 가드.. 심지어 비교대상이 허재였을 정도로 완벽하고 결점이 없다는 평을 받던 선수였죠. 여기에 드래프트 직전의 2013년 아시아선수권 4강전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주가를 더 올렸는데.. 경기자체는 우리가 패배했지만 필리핀 가드진의 개인기량은 옛부터 아시아 내에서 수위급으로 유명한데 김민구가 그 가드들을 상대로 무쌍을 펼치면서 농구팬들의 뇌리 속 깊이 이름을 세겼죠.

 

두경민도 둘 보다는 한 수 아래이고 다듬어야 될 부분이 있지만 상당히 폭발력있는 단신가드로 기대를 모았고, 함께 로터리 유력후보로 거론된 고려대 박재현은 안정감있는 정통가드로 기대를 모았고.. 얄궂게도 박재현의 그 '안정감'이라는 타이틀이 지금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렇게 2013/14시즌을 앞두고 열린 신인드래프트.. 1순위 LG, 2순위 KCC, 3순위 동부로 만족스런 결과를 맞이한 가운데 4순위로 불린 것은 1.5% 확률의 삼성.. 그리고 5순위에 kt.. 농구 팬들은 삼성이 지난시즌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한 댓가를 얻었다, 반면 kt는 벌을 받았다.. 그런 반응이었죠. 이후 LG가 김종규, KCC 김민구, 동부 두경민, 삼성 박재현으로 예상된 픽이 이어진 가운데 kt의 전창진 감독은 한양대의 가드 이재도를 지명하고 똥씹은 표정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죠.. 그러나 이 것이 삼성에게 있어 함정카드가 될 줄이야.. 그 것은 좀있다가 설명하기로 하고..

 

그리고 김종규는 데뷔시즌 제퍼슨, 메시라는 리그 정상급 용병들과 번갈아가며 호흡을 맞추면서 상당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죠. 사실 기술적인 부분들은 아쉬움이 있다는 평이 있엇습니다만.. 용병파트너가 워낙 좋았고, 또 신인시절의 김종규는 그냥 피지컬하고 탄력으로 다 찍어누를 수 있었기에 골밑에서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었죠. 또 제법 좋은 슈팅능력으로 미들짤짤이까지 가능했으니.. 여기에 가드도 김시래라서 김종규를 잘 살려줬고, 특유의 탄력을 이용해서 엘리웁과 같은 화려한 플레이도 기회될 때마다 보여주면서 쇼멘쉽도 좋았죠.

 

다만 근래에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데뷔시즌부터 발전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던 BQ라던가 또 포스트업과 같은 기술.. 이런 부분들이 개선이 되질 못했고, 또 몇 차레 부상도 겪으면서 사실 여전히 국내빅맨으로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리그를 정복하는 수준의.. 그런 활약까지는 보여주질 못하고 있는데.. 또 올 시즌은 메이스 몰빵농구이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 젊고 차기시즌부터는 아무튼 다른 감독 밑에서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켜볼 여지는 있죠.

 

여기에 김민구도 KCC에 입단하자마자 주축선수로 자리를 잡아 활약하기 시작했는데.. KCC 팀 사정도 강병현이 복귀하고, 용병도 득점력은 리그 수위급을 다투던 윌커슨이 1옵션이어서 지난 시즌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포워드와 국내빅맨은 답이 없던 상황.. 그래서 플레이오프는 못갔지만 김민구의 활약은 상당히 임펙트가 있었죠. 듀얼가드로서 슈팅, 돌파, 리딩, 수비 등 뭐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국내가드 중 수위급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사이즈도 커서 더 메리트가 있었고.. 비록 신인왕은 김종규에게 갔지만 김민구도 웬만한 시즌이었으면 신인왕을 받았을만한 활약이었죠.

 

그러나 그 시즌을 마치고 비시즌 중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큰 사고가 나는 바람에 고관절의 기능을 크게 상실하는.. 농구선수로서는 아주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마는데.. 결국 다음시즌은 고스란히 날리고, 이듬 해 복귀하였지만 신인시절 이미 리그 최고의 가드로 평가되던 선수가 평범한 식스맨으로 전략해버렸죠. 아무리 BQ가 좋고 기술이 좋아도 몸이 따라주질 않으니..

 

그리고 두경민.. 사실 대학시절 평가처럼 신인 때는 확실히 폭발력은 있는데 안정감이 많이 떨어져 뭔가 날것의 느낌이 나는.. 그런 선수였죠. 그야말로 양날의 검과 같은 선수였는데요.. 그래서 팬들이 뒷목도 많이 잡았는데 시즌이 지나면서, 또 파트너로 자신과 다소 반대되는 성향으로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허웅이 들어오면서 두경민도 점점 안정감이라던지 시야, 패스 등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더구나 2017/18시즌에는 버튼을 만나면서 완전히 날개를 달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팀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고, 또 시즌 MVP까지 차지하며 크게 도약했죠. 그리고선 상무에 입대했는데 사실 지난 아시안게임에 당연히 뽑힐걸로 에상되었지만 허재 감독이 시즌 MVP 두경민을 외면하고 허훈을 뽑는 바람에..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4순위와 5순위.. 드래프트 전 박재현에게 가장 많이 붙던 수식어인 안정감.. 그러나 막상 프로무대에 들어와보니 안정감이라는 것 자체를 보여줄게 없었습니다.. 거의 무장점 가드 수준이었기 때문에.. 반면에 kt가 울며겨자먹기로 지명한 이재도는 입단 첫 시즌은 큰 의미없이 보냈지만 두 번째 시즌에 폭발, 엄청난 돌파력에 슈팅능력도 크게 개선되어 개인공격능력 하나는 상당히 무서운 선수가 되었죠. 팀의 주축이 조성민에서 이재도로 바뀔 정도로.. 비록 리딩이 많이 부족하다는 평은 상무 입대하기 전까지도 이어지기는 했습니다만..

 

원래 삼성은 5~6순위 쯤 걸리면 슈터 전성현을 지명할 계획이었다고 하는데.. 그러나 뜬금없이 4순위가 걸리며 박재현을 뽑았고, 이 것이 결과적으로는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죠. 결국 박재현은 트레이드를 통해 이현민으로 바뀌고, 그 것이 삼각트레이드로 진행되어 다시 김태술로 바뀌었고.. 전성현은 KGC가 뽑아 벤치슈터로 쏠쏠하게 써먹다가 현재에는 상무에서 복무 중이죠.

 

그리고 이 탱킹사태 이후로 KBL은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확률을 크게 조정하는데 이듬 해부터 직전시즌 3~10위 팀에게 똑같이 12.5%씩의 확률을 부여하다가 이 것이 모비스의 이종현 지명이라는 참사로 이어지자 이듬 해부터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조정해서 7~10위 팀은 16% 씩, 5~6위팀은 12% 씩, 3~4위팀은 5% 씩의 확률로 추첨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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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1-13 22:47:35

광간지 답게 정정당당한 농구 했었죠..ㅎㅎ

2019-01-14 09:03:48

이거 때문에 김진 전감독이랑 엘지 싫어하는 팬들 꽤 되죠

2019-01-14 10:38:54

동양 오리온스 때 김진 감독 좋다고 생각했어요. 야구가 엘지트윈스 팬이라 농구도 가끔 엘지 경기 봤는데 저 시즌에 진짜 일부러 지는게 너무 눈에 보여서 김진 극혐했네요.

2019-01-14 10:44:00

저번에 경희대 3인방 글 써주시면 좋겠다고 했는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주 극혐이긴 한데 김민구는 정말 아깝네요... 김종규 두경민 잘하는 것만 알았는데 박재현 이재도 얘기도 재밌네요.

OP
2019-01-14 13:02:20

여담으로 저 탱킹시즌에 LG가 벤슨팔려고 먼저 접촉했던 팀이 전자랜드였죠.. LG가 댓가로 다음시즌에 박성진 넘겨달라고 요구했는데 유도훈 감독이 고심 끝에 거절하고 그 다음으로 모비스가 콜해서 김시래 주는걸로 딜이 되었고.. 당시 전자랜드가 문태종 마지막 시즌이어서 달릴 명분이 있었고, 포웰, 벤슨 돌려썼으면 위력이 상당했을 것이고, 여기에 플레이오프 매치업 상대가 모비스였다는 점, 결과적으로 박성진은 내어주었어도 별 타격이 없었으리라는 점 등 생각한다면 상당히 아쉬운 일이었기에 지금도 '벤거박'이라 불리며 '버거셀'(버튼 거르고 셀비)과 함께 유도훈 감독의 양대실책으로 손꼽히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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