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보 경기력 수준- 흥행 떡밥에 한 숟가락 보태면
[야구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경기력 수준이 낮아져서 야구 열기가 떨어졌다]거나 [팬서비스 부족으로 리그 인기가 식었다], 나아가서 [팀이 많아져서 경기력 수준이 낮아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무언가 실증적인 근거를 갖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요. 아재들이 관중석에서 팩소주 먹고 관중석에서 담배 물고 달리기 하던 그 옛날 암흑기 시절부터 20년 넘게 크보를 보아온 저의 감입니다... 옛날엔 막 정말 경기장에서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말도 안되는 야구를 하고, 무려 중계 안 되는 경기라는 것도 있었고 그랬었죠. 인기가 있어진 다음에도 경기력 수준이 지금보다 못하면 못했지 더 좋았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주관이 많이 섞인 판단입니다만..
제 생각으론 그동안의 크보가 그 저변이나 성숙도에 비해서 과한(?) 인기를 누리지 않았나 합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회식을 야구장으로 가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쿨하기까지 한 일이었고, 인터넷에서는 한도 끝도 없이 야구단과 야구선수들에 대한 별명과 '밈'이 만들어지고 했었죠. 요새는 정말 이런 게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게 좀 이상한 것이 세월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리그 암흑기랑 맞닥뜨립니다. 특별한 연고팀이 없는 수도권 지역의 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반에서 야구를 보는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해외축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때는 그래서 야구나 해외축구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애 딱 한 명만 있어도 너무 반가워서 그 얘기를 엄청 했었죠. LG 김기범 아느냐.. 바조 아느냐.. 근데 그 친구들은 하나 같이 저만큼은 관심이 없었네요.
그 후 메이저리그에서의 한국 선수들 활약, WBC나 올림픽에서의 국내 선수들 선전이 야구 흥행의 도화선이 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명백하긴 한데.. 저는 사실 크보의 흥행을 생각하면 '운때가 맞았다'는 느낌이 더 듭니다..
친구들과 10년 전쯤에는 정말이지 매일 야구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에게 요즘 야구 얘기를 하면 제가 어렸을 때 교실에서 야구 얘기를 했을 때 느꼈던 그 분위기와 흡사한 감정이 듭니다. '어 나 요새 야구 안본지 한참 됐어...'
그 친구들에게 왜 야구를 안보게 되었는지를 물으면 아마 저마다의 이유를 대겠지만 저는 그 이유를 뭉뚱그려서 하나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야구가 인기 없을 때가 됐지.." 예전에 스타리그 망하는 것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로 이유가 궁금했지만 결국 돌아보면 "스타리그가 망할 때가 됐지.."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완연한 하락세이긴 하지만, 야구는 황금기 때 벌어놓은 것이 많아서 그럭저럭 이 암흑기를 지나가리라고 봅니다. 그러면 한 10년 후에 다시 황금기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팬 입장에선 리그의 암흑기도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보네요. 지금 암흑기의 극치인 크블을 엄청 쾌적하게 보고 있어서...
글쓰기 |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누적된거겠죠. 내부적으로는 일찍 순위싸움이 갈리고 인기구단인 롯데나 기아의 침체(그래도 기아나 롯데나 상황 봐서 5위를 차지할 확률이 없진 않지만), 사생활 관련 여러 이슈, 탱탱볼 공인구가 있겠고 외적으로는 침체기였던 축구의 인기몰이나 근 몇 년간 계속된 국제대회 성적 저조 등이 있겠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야구 외 즐길 대체제(유튜브 등)가 많아진 것도 복병 요소겠죠. 이번 프리미어 대회-20년 도쿄 올림픽이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