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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칼럼] 프리미어12가 더 인정받는 국제대회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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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2:23:50

지난 2015 프리미어12 대회당시에는 중계석이 관중석 한복판에 있었고 관중석과 중계석이 거의 구분이 가지를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현장 담당피디는 대한민국이 준결승에서 일본에 역전승을 거둔 이후 퇴장하는 일본 관중들의 폭력적인 행동과 언사에 험한 꼴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담당피디가 몸으로 복도쪽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아마 생중계방송의 마무리 중이었던 중계진이 그 험한꼴을 그대로 당했을 겁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계석은 관중석에 있었습니다. 1회 대회때 보다는 그래도 좀 구색을 갖춰줘서 칸막이 비슷한 거라도 만들어줬어요.

대회 주최사의 입장은 각 부스들이 모두 정규시즌 중 다른 방송사의 부스로 사용되고 있어서 함부로 닫혀있는 부스를 열고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IS(국제신호방송) 해설진들은 분명히 저희 중계석 위편의 중계부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일본의 TV아사히나 TBC의 중계진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위치 때문에 불편함이 적잖았지만 저는 이 경험이 두번째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즐기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결승전 1회초 김현수 홈런 때 제 목소리가 좀 컸는지 절 째려보는 살기어린 눈빛이 여기저기서 느껴졌지만 굴하지 않고 격앙된 톤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한 일본인 관중은 야마다가 역전홈런을 치자 벌떡 일어나서 득의양양하게 웃으면서 제게 눈을 맞췄습니다. 저도 함께 웃어줬습니다. ‘야구 처음 보세요? 아직 초반이예요.’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다시 우리가 역전했다면 그 관중과 또 한 번 눈을 맞췄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또 본격 적진 한복판 중계방송에 나름 재미를 붙였는데 대회가 끝난 것도 아쉬웠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투수들의 구속차이가 아니었나 합니다. 1회 대회 당시에도 느꼈던 차이였습니다. 일본의 투수들은 선발과 사이드암을 제외하고는 경기 중후반에 나오는 투수들은 시속 150km 이상을 가볍게 던졌습니다. 특히 7,8회에 마운드에 올랐던 카이노와 야마모토는 140km 후반대의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160km에 가까운 공들을 꽉 차게 던지면서 아웃카운트를 올렸습니다. 우리는 제구가 되는 155km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조상우 한 명인데 그쪽은 두 명. 추후 올림픽에 160km 가까운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 센가와 노리모토까지 가세한다면 우리는 내년 올림픽에서 매 이닝 155km 이상의 공을 상대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여기에는 확실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타자의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오더라도 일본의 타자들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고전했습니다. 1번타자 야마다도 4번타자 스즈키도 9번타자 기구치도 대처가 한결 같았습니다. 회심의 변화구가 헛스윙이 되지않고 계속 파울이 되다보니 투구수가 늘어났습니다. 물론 공인구의 차이로 변화구의 변화각이 국내리그에서보다 적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차이는 일본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143과 144. NPB 한 시즌은 143경기이고 KBO리그는 144경기입니다.

슈퍼라운드를 앞두고 양팀 선수들의 라인업을 기록지에 옮겨적는 과정에서 한가지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경기에서는 일본의 타자들 9명 가운데 5명이 올시즌 143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반면 우리 선수들 가운데 전 경기 출전 선수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요일 결승을 앞둔 라인업에서는 일본 타자들 9명 중 4명이 전 경기 출전선수였습니다.

전 경기 출전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 중에도 야마다는 142경기에 나섰고 스즈키는 140경기에 출전했습니다. 포수 아이자와를 제외하고 가장 적은 경기에 출전했던 야수는 곤도와 기쿠치로 그들도 각각 올시즌 138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야구기자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제 질문이 무슨 질문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주전의 전 경기 출전은 당연한 것처럼 인식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대표선수에 선발된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팀내에서도 주전에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죠. 이들은 자신들이 많은 경기에 출전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을 당연하게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게 주전이고요. 주전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 팀에도 좋죠. 그를 보러오는 관중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만일 아프거나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날에 그 선수 대신 나온 선수가 4타수 4안타를 기록한다면 다음날에도 그 선수는 선발로 출전하지 못할거예요. 자기자리를 위협할만한 선수들이 팀내에 있으니 컨디션이 좋건 나쁘건 악착같이 출전을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 리그는 한시즌 144경기체제가 된 이후 주전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이 감독의 최고 미덕이 됐습니다. 야수들의 로테이션을 통해 주전들의 체력을 비축시키는 것이 현 감독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죠.

우리 리그에서 올시즌 144경기 전 경기를 소화한 야수는 김성현(SK), 박해민(삼성), 페르난데스(두산) 단 세 명입니다. 심지어 14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도 8명에 불과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도 전 경기 출전은 큰 미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팀내에 주전을 위협하는 확실한 대체 자원이 없다보니 조금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휴식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겠죠. 여기에 감독이 ‘이 악물고 뛰어.’라고 할 경우 꼰대취급을 받는 환경이 된 것도 큰 이유가 될 같습니다.

여전히 일본은 개근이 주전야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었고 슬럼프가 오더라도 경기에 출전하면서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것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번 대회기간 중 대회사무국에 두차례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비디오판독심의 공개여부였고 두번째는 투수 로진백교체 요구에 대한 심판의 대응에 대한 문의였습니다.

비디오판독심의 경우 우리의 슈퍼라운드 첫경기 홈에서의 비디오판독 오심이후 이튿날 SNS에 공개를 했습니다. 방송사의 경우 각 심판진을 미리 받게 되니까요. 이후 WBSC측에서 그 포스트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심판진의 공개여부에 대해서는 이전까지 방송사측에는 어떤 원칙도 이야기를 해준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어필을 하자 그들은 내부 숙의 이후 ‘심판진은 전광판에 공개되어 있는 심판만을 공개한다.’고 최종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축구도 VAR도입 이후 판독심을 주심과 함께 공개합니다. 국가대항전으로 열리는 경기에서 비디오판독심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원칙입니다.

또 슈퍼라운드 2차전 대만과의 경기와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는 우리나라 투수들이 로진백을 교체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주심은 응해주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한 방송사측의 질의에도 WBSC 측은 내부 숙의 이후 ‘투수는 로진백의 교체를 주심에게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심이 로진백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로진백을 교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이 답을 듣고 궁금했던 점은 왜 로진백을 더 쓰고 안쓰고를 주심이 판단하느냐는 겁니다. 로진백을 주심이 쓰나요? 투수가 더 못쓰겠다는데 왜 주심이 더 쓰라고 하는거죠?

방송사의 입장에서 WBSC 측과 대회기간 동안 상충했던 부분이 이 정도인데 직접 대회를 치른 KBO는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부딪혔을 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WBSC도 더 인정받는 국제대회가 되기 위해서 새롭게 논의를 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 바랍니다. 특히 비디오판독심의 경우는 공개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은 리그가 일찍 시작했고 프리미어12까지 있었기 때문에 캐스터 정우영의 2019시즌은 유독 길었고 그 길었던 시즌 만큼이나 마지막 컬럼도 길었네요.
아무튼 야구 오래 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2019년이었습니다.
2019년 끝까지 야구와 함께해주시고 이 컬럼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SBS스포츠 캐스터 정우영
https://sports.v.daum.net/v/20191119161743730?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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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1-19 22:36:25

좋네요

2019-11-19 22:40:20

정우영 가끔 별론데 이 글은 좋네요.
140경기 이상 출전 저렇게 없다니 충격이네요.

김성현 144경기는 더 충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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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2:59:26

팬들이 오지환 김선빈 원하는 이유가 이거죠.. 김성현이 전경기 출장하는 팀임

2019-11-19 22:43:10

중계자리는 사실이라면 치졸하네요

2019-11-19 22:52:43

좋네요. 왕자님들 몸관리는 어느정도 생각은 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네요 ㅋㅋ
기본적 수준을 갖춘 선수가 팀수에 비해 적으니 잘하는 선수는 정말 편하게 야구하는리그
유소년 풀도 한결같고 애들도 얼마 없으니 앞으로도 별 변화는 없겠네요.

2019-11-19 23:22:20

갓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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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3:40:41

 선수들 출전수는 조절해줘도 좋다고 보네요. 단, 전제는 S급 선수가 쉬면 A급 유망주가 그 자리를 채우고, Aㄱ 급은 주전경쟁의 기회를, S급은 재도약을 위한 휴식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야구 유스풀이 많이 떨어지다보니 그렇게 되지 않아서, 일부 표현처럼 '크보 도련님화'가 되는것처럼 보여서 문제구여. 

2019-11-20 00:12:59

 정우영 좀 더 시끄럽게 중계한다 싶엇는데 

 

저런 자리라면 더 오버해서 할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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