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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감독 열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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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6 10:19:18
경기 중 감독이 가장 주목받는 구기종목이라면 단연 농구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농구경기장의 특성 상 감독이 지휘를 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카메라에 정면으로 잡히는데다 KBL 기준으로 경기마다 한 팀이 5번, 두 팀 합쳐서 총 10번의 타임아웃을 요청하고 작전지시를 내릴 수 있는데 9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전달해야 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그 광경이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농구감독은 경기 중에도 상당히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죠.

물론 그 짧은시간 안에 새로운 전술을 구상해서 짜고 그럴 수는 없고 기본적으로 각 팀에는 기존에 훈련해왔던 약속된 패턴이 수십가지가 있고 감독은 그 패턴 중에 하나를 선택해 세부내용을 다시금 전달하고 각 선수의 역할을 정확히 인지시켜 주거나 살짝 변형을 주는 정도가 기본적인 작전타임의 용도죠.. 다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안일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을 질책하기 위해서, 경기의 흐름이 상대로 넘어가는 것을 끊기 위해서, 또는 주축선수를 잠시 쉬게 해주기 위해서도 타임아웃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죠.

아무튼 그런 특성 상 KBL도 감독들의 주목도가 꽤나 높은 편인데요.. 다혈질인 감독들이 있는가 하면 신사라고 불리오는 감독들도 있고, 또 선수들을 호되게 질책하는 감독들이 있는가 하면 안될 때도 안되는 것을 조곤조곤 설명하거나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주안점을 두는 감독들도 있는데요.. 그러한 KBL의 감독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SK 문경은 감독 : 농구대잔치의 전성기를 수놓았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대한민국 농구역사에 슈터 다섯 명을 꼽으라면 무조건 들어갈 선수였죠.. 연세대 졸업 후 실업팀 삼성전자에서 시작해 2010년까지 삼성, 전자랜드, SK를 거치며 꽤 오랜 기간 선수생활을 하고 은퇴 후 SK 2군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가 1년 만에 1군 감독대행의 자리에 오르는데요.. 그런데 그 때 SK가 어떤 상황이었느냐.. 2001/02시즌 준우승 이후 매 시즌 화려한 이름값의 선수진으로도 6강 플레이오프 조차 김태술-방성윤 시절, 단 한 번 밖에 나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안되는 집이었다가 2010년대 접어들어서는 끝내 뎁스마저 황폐화된 답이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그 팀에서 신인 김선형, NBA 출신의 용병 알렉산더 존슨 두 선수를 중심으로 시즌 중반까지 5할 승률을 이끌어냅니다. 끝내 존슨이 부상으로 쓰려지며 추락하고 말았습니다만.. 문경은 감독은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정식감독으로 임명되고 이듬 해 영입한 용병 애린 헤인즈를 중심으로 3-2 드롭존 수비를 완성시켜 수비를 단단히 하고, 또 헤인즈를 중심으로 김선형, 박상오, 김민수 등 국내선수들의 공격력을 적극 살려주어 정규리그 우승 및 챔프전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루게 되고 이후에도 2017/18시즌 챔프전 우승 등 SK를 상위팀으로 등극시킨 일등공신으로 볼 수 있죠.

사실 겉보기에는 푸근한 인상에 목소리도 부드러운 편이라 전형적인 명장의 상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모습인데요.. 그러나 선수들의 개인능력을 존중해 김선형이 화려한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가 하면 최준용에게도 이런저런 역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도록 해 다재다능함을 살려주는 등의 모습도 있고, 또 한 편으로는 몸관리에는 매우 엄격해 자신의 기준에 어긋나면 혹독하게 대한다고도 하더군요.. 한 때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가 커서 문애런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명도 있었지만 사실 선수를 그렇게까지 활용할 수 있는 것 또한 어찌보면 감독의 능력이죠..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0년대 후반 현대전자 실업농구단에 입단해 프로화 이후에도 2년 정도 활약한 가드 출신으로 이후 신선우 감독 아래서 코치생활을 하게 되는데 2000년대 중반 즈음부터 KCC에 능력있는 코치가 있어 감독감으로 노리는 팀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나돌곤 했었죠. 이후 신선우 감독을 따라 LG로 건너갔다가 2007년 KT&G(현 KGC인삼공사)에서 김동광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죠.

당시 KBL판 웨스트브룩급 활약을 하던 주희정과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하던 포워드 마퀸 챈들러를 앞세워 정규리그 4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보였습니다만.. 2009년 석연찮은 이유로 경질되었고 이후 전자랜드에서 박종천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갔다가 12경기 만에 1승 11패를 거두고는 사임하자 감독대행으로 임명, 나름 팀을 잘 추스리며 정식감독으로 승격해 전설이 시작되었죠.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박성진이 아까워 로드 벤슨을 트레이드로 얻을 수 있는 거절하는 바람에 결국 우승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등 상위권까지는 가능하지만 우승까지 가기에는 부족한 감독이라는 평가도 있었는데요.. 그러나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에 이어 올 시즌도 상위권의 성적을 이어가는 등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정효근, 강상재, 김낙현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국내선수들을 잘 키워내고 있기도 하고..

사실 진지한데 팬들이 보기에는 뭔가 웃긴 명언도 많이 날리고 전자랜드 팀 자체도 유머소재로 많이 쓰이다보니 유도훈 감독도 이제는 마치 KBL의 마스코트처럼 팬들에게 상당히 친근한 이미지가 되었는데요.. 사실 선수들에게는 엄한 편이고 필요할 때는 거센 질책도 하지만 또 수위를 잘 지키는 편이고 잘 들여다보면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순수하게 잘못에 대해서 질책하는 모습이고 또 심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면서도 존댓말은 꼬박꼬박 하는 등 선을 넘지 않는 가운데서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죠..

DB 이상범 감독 : 연세대 출신의 가드로서 실업농구 서울방송 농구단에 입단한 뒤 KBL 출범 이후 안양SBS에서 쭉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 오랜 기간 코치생활을 하다가 2009년 유도훈 감독의 사임으로 감독대행을 맡게 되고 시즌 이후 정식감독으로 임명되었죠. 이후 트레이드와 신인드래프트로 소위 말하는 '인삼신기'를 완성, 2011/12시즌 챔프전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륙하게 되죠. 그러나 이후 오세근 등 주축선수들이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하고, 용병선발로 영 시원찮은 때가 많아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지 못했고 결국 2014년 경질되고 말았죠.

이후 농구대표팀 코치를 잠시 맡았다가 3년 가까이 야인생활을 했고 2017년 LG와 동부(현 DB)의 러브콜을 받고 고심하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DB를 선택, 맡게 되어 부임 첫 해 하위권으로 예상되던 동부를 두경민과 버튼을 중심으로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끄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게 되죠. 이후 지난 시즌 잠시 쉬어간 뒤 올 시즌 김종규의 영입 등을 다시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사람이 유한 편이고 선수들의 개인능력도 꽤나 존중하는 농구를 하는 편인데다 김종규에게도 적극 3점슛을 권장하는 등 최신농구 트랜드에도 깨어있는 감독이라는 평가죠.. 다만 얼마 전에 작전타임 중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용병 오누아쿠에게 욕설을 해 벌금을 내는 등 가끔 욱할 때도 있기는 한 편..아무튼 감독커리어가 긴 편이 아님에도 성과도 있고 (정규리그 우승 1회, 챔프전 우승 1회) 하다보니 현재 현역감독들 중에는 높은 평가를 받는 편이죠..

2부의 인물 : 전창진 (KCC), 김승기 (KGC), 이상민 (삼성), 유재학 (모비스), 서동철 (kt)
3부의 인물 : 추일승 (오리온), 현주엽 (LG), 허재 (전 KCC), 안준호 (전 삼성), 강을준 (전 LG)

그리고 감독열전 다음의 주제로서는 상당히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습니다만.. 한국농구는 정말로 퇴보했는가라는 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스탠스 상 어느정도 현대의 한국농구에 대한 변호 성격의 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기회가 되는대로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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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1-25 16:52:59

최근에 크블 종종 보기 시작했는데 재밌게 읽었습니다ㅎㅎ 2부에는 그분이 있군요 ㄷㄷ

2019-11-25 17:18:23

 재밌게 잘봤습니다 ㅎㅎ 2부 3부가 더 기대되네요

2019-11-25 17:20:57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화도 기대되네요 !!

2019-11-25 17:37:20

믿고 보는 쌈무님 글에는 추천을

2019-11-25 18:38:45

이 정도면 웹진에 고료 받고 올리셔도 될 것 같은 퀄리티네요 ㄷㄷ

2019-11-26 00:42:08

문경은 감독되기전 스크 꼴을 안다면 문경은보고 선수빨이라고 못까죠... 선수빨이 아니라 좋은 선수를 적절하게 잘쓰는 감독.

2019-11-26 11:13:49

잘 읽었습니다.

3부는 어록있는 감독들 특집인가요 ㄷㄷ

2019-11-26 12:51:12

정성글~!!!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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