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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는 과연 퇴보했는가 : (상편) 슛과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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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6 10:22:37

빈번히 림을 외면하는 슛과 어이없는 턴오버, 느리고 볼품없는 플레이.. 현재 KBL에 대한 대표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더구나 근래에는 일반 농구팬들의 NBA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좋아져서 네이버에서 클릭 몇 번이면 하루에 NBA 한 경기 씩을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KBL의 경기력은 농구 팬들의 눈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그리고 함께 나오는 이야기가 한국농구의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퇴보하였다는 것인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의견에는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물론 범국민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에 비한다면 인기 자체는 분명 큰 수폭으로 하락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수준 자체가 하락했느냐고 한다면 갑론을박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죠.

 

우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3점슛 성공률입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양궁농구로서 세계무대에서도 활약했는데 이제는 노마크 오픈도 넣지 못한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곤 하는데요.. 기록 상으로 보면 KBL의 실질적인 원년이라고 볼 수 있는 1997/98시즌 3점슛 성공률이 35.5%이고 이후 KBL의 3점슛 거리가 종전의 6.25M에서 6.75M로 늘어난 2010년대에 들어서까지도 리그 평균 3점슛 성공률은 35% 전후로 유지되다가 2011/12시즌 33.4%로 처음으로 33%대를 기록했고 2013/14시즌 34.6%로 다시 회복되었던 것이 이후 33~34%대를 왔다갔다하다가 지난 시즌 32.9%로 사상 첫 32% 대로 추락, 올 시즌은 31.6%로서 유래없는 최악의 성공률이 기록되고 있죠.

 

한 시즌에 리그 전체 3점슛 시도 횟수는 보통 1만개를 살짝 넘어서는 수준이고 지난 시즌에는 13,000개의 가까운 시도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2%의 차이라면 대략 2~300개 정도의 슛이 더 빗겨나간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치는 아니죠.. 다만 한 가지 생각해봐야 될 부분은 3점슛 시도 횟수입니다. 1997/98시즌 실질적 원년의 한 경기 팀 당 평균 3점슛 시도횟수는 19.3개였고 2000/01시즌 20.1개가 기록된 뒤 쭉 평균 19~21개 수준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에는 평균 17개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2017/18시즌 21.3개로 늘어났고 (성공률 33.5%) 2018/18시즌에는 역대 최다인 23.8개까지 늘어났죠. (성공률 32.9%) 올 시즌도 23.9개의 시도 횟수가 기록되고 있죠.

 

아무래도 예전에는 감독들이 믿을만한 슈터들에게만 3점슛을 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지만 최근의 국제농구추세인 얼리오펜스와 적극적인 3점슛을 받아들이는 국내감독들도 많아지면서 슈팅능력이 평균 이상이 아닌 선수들.. 예를 들어 예전같으면 골밑에서 튀어나오는건 스크린설 때만 허용되던 빅맨들도 이제는 슈팅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기회가 있다면 망실이지 않고 3점슛을 시도하는 것이 리그의 추세가 되고 있고, 성공률의 하락은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올 시즌의 31%대 성공률은 심각하게 받아들일만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만..

 

더불어 올 시즌 69.6%에 머무르고 있는 자유투 성공률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우리 리그의 자유투 성공률은 출범 초창기에는 70~72% 수준을 유지하다가 자유투를 많이 던지는 용병들의 수준이 크게 높아진 2000년대 중반 74~75%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던 것이 2010년대 중반부터 점점 내려가서 올 시즌의 사상 첫 60%대 성공률까지 추락하게 된 것이죠.. 자유투가 한 골에 1점짜리지만 하나 둘 흘리다보면 승부처에서 상당히 뼈아프게 느껴지는 부분인데요.. 그러다보니 각 구단에서도 자유투 성공률이 하락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고 하죠. 슈팅이라는 것이 물론 노력도 중요하지만은 이 외에도 자세나 손목스냅 등 기술적 요인이 많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하루에 천개 씩 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정밀한 분석을 통해 슛폼 등의 부분부터 개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도 사실이죠. 근데 사실 농구가 다 그렇지만 슛도 기본적으로는 재능의 영역이라 애초에 손 끝 감각을 갖추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리고 슛과 또 한 가지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수비입니다. 슛이라는 것은 자유투를 제외하면 대게 수비의 압박과 견제를 이겨내고 쏘게 되는데요.. 이 수비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이죠. 단순 선수들의 기량을 넘어서 농구의 수비전술 자체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농구가 전체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륙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더구나 KBL은 프로 출범 초창기에 당시의 NBA 규정을 따라 지역방어를 금지한 적도 있었고, 2002/03시즌부터 지역방어는 허용했으나 수비자가 페인트존 안에 3초 이상 있을 수 없는 수비자 3초룰은 10년 더 유지되다가 2012/13시즌부터 수비자 3초룰까지 폐지되어 규정 역시도 점점 수비자에게 유리한 방향.. 또 FIBA 룰과 같은 방향으로 변화해왔죠.

 

지금 수비자 3초룰이 있는 농구리그는 NBA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여기에 NBA가 쿼터 당 12분 경기를 펼친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NBA는 100점 120점이 기본인데 KBL은 6~70점 밖에 안난다며 단순 스코어로 둘을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실제 유럽리그를 봐도 6~70점대 경기는 많이 나오는 편이고 인간계 최고의 리그라는 스페인 리가 ACB의 2018/19시즌 경기 당 한 팀의 평균득점은 81.5점으로 기록이 되어 있는데요.. KBL의 경우 단신가드용병들이 활약하던 지난 시즌의 평균 득점이 84.1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 용병 1인출전으로 환원되어서는 78.3점으로 하락하기는 하였으나 유럽 등의 타 리그와 큰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경기력 자체는 유럽 상위리그의 경우 NBA처럼 화려한 맛은 없어도 기본기가 상당히 탄탄한 플레이를 하고 최근의 농구월드컵만 봐도 강호들을 보면 한 눈에 봐도 화려하지는 않아도 농구를 참 간결하게 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는데요.. 반면 KBL은 기본기가 부족해보이는 플레이가 많이 연출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다만 이 것이 순수 선수기량이 과거보다 하락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전술발전이나 규정변경 등의 요소로 발전을 이륙한 수비에 비해 개인기량이 중요한 공격능력은 수비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이 아닌가라고 풀이할 수도 있겠죠.

 

아무튼 상편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하편에서는 국제경쟁력과 사이즈(신장)을 중심으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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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2-05 16:38:08

적어주신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어떤 스포츠건 간에 현대의 선수들이 이전 시대의 선수들보다 퇴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네요. 여러가지 이유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요.

 

농구대잔치부터 본 세대로서, 말씀하신 부분 중에 수비의 발전 언급하신 부분이 공감이 가는데 그 옛날 옛적에는 간단한 패스 몇 번으로 와이드 오픈이 나오는 경우가 정말 많았죠. 픽앤롤 수비에서의 순간적인 헷지 압박 같은 것도 없었고요. 기껏해야 '파울로 끊는다'가 수비전술(그것도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면)의 전부이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다만, 수비 부문이 강화되면 그에 대한 극복으로 공격에서의 발전도 뒤따라야 하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그 답이 잘 안보이는 상황 아닌가 하고요. 수비 수비 수비만 외치는 국내 풍조가 좀 영향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리그에 관심과 애정이 쏟아질 때는 못하는 모습마저도 귀엽게 보이는데, 리그가 비난 받고 초라해 보일 때는 조금만 못해도 더 못나 보이는 법이라.. '농대 때가 더 나았으니 프로 반납하고 농대로 돌아가라'는 말도 그런 관점에서 나오는 얘기 아닌가 싶습니다. 



OP
2019-12-05 19:57:26

사실 농구에서 수비는 전술적인 부분으로 크게 상향이 가능한 측면인데 공격은 결국 개인재능빨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FIBA 룰을 버리고 옛날처럼 공격자 친화적 규정을 도입하기도 그렇고.. 유소년 육성환경 자체가 어릴 때부터 개인기량을 더 펼칠 수 있도록 변화하는 것이 그나마의 해답으로 보여지네요.. 요즘은 좀 덜해졌는지 모르겠는데 학생농구에서는 개인기 한 번 치면 바로 감독이 뺨때기 날리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하니.. 

2019-12-05 18:13:38

선수들이 못해진거라기보단 천상계 선수들을 너무나도 쉽게 보니까

 

그 괴리감때문에 더 못해보인다가 정답인듯.

 

축구도 마찬가지잖아요.

 

바르샤 맨시티 레알 뭐 이런팀들 하는거 보다가

 

K리그 평균적인 팀들이 하는거보면 차이가 날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 

 

아침에 찌찌신 릅신 털신 등 각양각색의 농구의 신들이 신선놀음하는거 보다가

 

국농을보면 아무래도 ...ㅠㅠ

2019-12-05 18:39:24

K리그는 근데 월드컵 특수 빼면 해외축구 보기 어렵던 시절에도 인기가 없었죠.

OP
2019-12-05 19:59:43

또 축구는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가 K리그 팀과 맞붙었을 때 K리그 팀이 몇 번은 이길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정도인데 농구는 NBA 팀 하나가 KBL에 오면 전승우승에 전재산 몰빵해도 편안할 정도로 그 격차가 어마어마하니.. 근데 이건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어서 유럽에 웬만큼 농구 한다는 리그도 자국리그보다는 NBA가 더 인기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군요 ㄷㄷ

2019-12-05 18:40:46

수치가 떨어지기는 했으나

진짜 인식처럼 완전한 퇴보수준이냐 하면 그건 애매하다 정도려나요.

전술, 수비, 규칙등의 변화가 확실히 있었을테니까요.

 

NBA에 대한 접근성이 확실히 한 몫 하긴 하지 싶네요

 

 

 

OP
2019-12-05 20:03:45

옛날 그 시절이야 NBA는 AFKN에서 녹화방송 해주는걸 알음알음 볼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한 번의 TV와 인터넷 중계 뿐만 아니라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으로 시즌패스를 구입하면 전 경기를 볼 수 있기도 하니.. 아무래도 비교가 더 될 수 밖에 없죠.

2019-12-05 19:11:43

득점 이런건 예전에도 수비의 발전으로 줄어든적이 있었고 용병 2명 나오던때보다 1명으로 다시 줄은 이번시즌에 득점이 줄어드는거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자유투죠

OP
2019-12-05 20:04:15

자유투는 정말 문제입니다.. 2번 쏴서 2번 다 넣는걸 보기가 참 힘들 지경이니..

2019-12-05 19:54:47

득점 적은건 말씀하신대로 40분룰이면 생각보다 더 적음. NCAA나 유렵리그도 저득점이고

OP
2019-12-05 20:08:44

중국 CBA가 NBA와 함께 세계에서 유일하게 12분 경기 하는 리그인데 지난시즌 경기 당 한 팀 평균득점이 109점에 달했고 반면에 유럽리그 중에 스페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이런 리그도 KBL과 크게 차이 없는 평균득점을 기록했죠.. 총 8분 차이인데 1분에 한 팀이 2점짜리 한 골 씩만 더 넣어도 16점이 더 추가되는 셈이니 ㄷㄷ

Updated at 2019-12-06 06:25:42

유럽리그 같은 경우 편차가 좀 크더군요. 대충 우리나라 용병 둘 나올때의 많은 점수 나오는 팀들도 있고

우리나라 점수 잘 안나는 팀들 경기 수준인 경기도 있고

점수가 적은건 아니죠.

위에서 말했듯이 자유투가 점점 고장나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

느바도 50% 나오는 선수들 한개는 거진 넣는데 장재석 같은 선수는 연속으로 둘다 안들어가는 것도 보여주고...

2019-12-05 23:49:49

원래 K뭐뭐가 만만해 보이기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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