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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는 과연 퇴보했는가 : 아마추어로의 회귀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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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8 18:10:26

근래 한국농구에 대한 다소 극단적인 의견 중 하나가 아예 프로농구를 폐지하고 농구대잔치 시절의 아마추어로 돌아가 몸값거품도 줄이고 용병제도도 다 없애고 우리 식으로 아기자기하게 하자는 것인데요.. 과연 그 것이 한국농구를 위한 길인가.. 제 의견은 정반대입니다. 한국농구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관뚜껑에 못질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무엇이든 쌓아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쉽습니다. KBO만 하더라도 2000년대 후반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위기에 몰렸을 때 7개구단으로 축소되면 발을 빼려는 구단이 추가로 나와 점점 구단 수가 줄어들고 결국은 프로야구판 전체가 크게 축소될 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로서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된 적이 있었죠. 그 때문에 결국 이장석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신생팀 창단을 승인하고 현대 유니콘스의 선수단을 인계받을 권한을 주기까지 했고.. 농구 역시도 한 번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날개없는 추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만약 그렇게 해서 국내선수들끼리 아웅다웅하는 농구를 하더라도 정말 인기가 올라갈지도 의문입니다.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이야 NBA 등 세계농구와의 접근성도 상당히 멀었고, 또 젋은이들이 즐길만한 컨텐츠도 제한적이던 시절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또 용병폐지론 역시도 인기와 결부시키기 어려운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KBL의 황금기라 불리는 시절은 2000년대 초중반.. 자유계약제에 언더머니가 난무하며 유럽리그에서도 이름 날리던이던 용병들이 대거 유입되던 시절입니다. 구 현대 다이넷, 현 KCC 이지스의 역사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선수는 이상민과 추승균이 아닌 맥도웰이고, 안양의 농구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것은 2011/12시즌 우승 시즌이 아닌 2004/05시즌 후반기 단테 존스 신드롬이 일어났을 때였죠. 또 2000년대 초반 대구 오리온스의 전성기는 김승현의 패스를 멋있게 잘 받아먹은 마커스 힉스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아무래도 농구라는 종목의 특성 상 특히 아시아 리그 수준에서는 용병들이 수준도 더 높고 화려한 플레이도 할 수 있는 선수들이죠. 물론 국내선수 중에도 김선형과 같은 남다른 탄력과 기술을 갖춘 선수가 문경은과 같이 자유로운 감독을 만났을 때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보편적으로는 멋있고 화려한 플레이는 주로 용병들로부터 나오고 그 화려한 플레이가 농구라는 스포츠의 주 흥행요소로서 볼 수 있다는 것.. 사실 유럽만 봐도 리그에 따라서는 미국인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KBL에서 뛴 마커스 랜드리는 몇 년 전 이탈리아 1부리그인 레가 바스켓 세리에 A에서 득점왕과 MVP를 차지했던 선수였으니.. 그나마 스페인 쯤 되면 미국인 용병을 롤플레이어처럼 운영하기도 하지만요. 올 시즌 LG에서 활약하며 리그 최고의 용병 중 하나로 분류되는 캐디 라렌이 스페인에서는 수비위주의 롤플레이어로서 활약하던 선수라고 하죠. 결국 용병의존도는 전 세계 많은 리그에서 일어나는 공통된 현상이라는 것이죠.

 

올 시즌을 앞두고 김종규가 연봉 13억 2천만원의 FA 계약을 맺으면서 큰 화제가 되었고 또 KBL의 선수들이 기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거품론이 대두된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여름 농구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햇던 리투아니아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국선수 중 김종규의 연봉이 120만달러에 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다만 KBL은 FA 다년계약을 맺어도 계약연수만 보장될 뿐, 매 년 연봉계약을 새로 해야되고 또 샐러리캡(25억원)이 하드캡이라 1원이라도 넘을 수 없고 부정하게 샐러리캡을 넘어서게 될 경우에는 추후 신인지명권 박탈 등의 징계를 받게 되죠. 즉 국내선수단 전체 연봉규모는 결국 매 시즌 25억원 안쪽이고 김종규도 특이케이스로 올 시즌만 많은 연봉을 받을 뿐 다음시즌부터는 7~8억원 선으로 연봉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아직은 우리보다 수준 자체는 한 수 아래라는 일본리그에도 얼마 전 1억엔 연봉을 돌파한 국내선수가 나온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연봉규모에 거품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것..

 

아무튼 리그 규모 축소나 용병폐지 등의 디플레이션성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인기가 늘어나는게 아니라 그래도 지금 리그를 꾸준히 봐오고 있는 팬들.. 또 매 경기 경기장을 채우는 수 천명씩의 관중들마저 등을 돌리며 정말로 회생불능의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요.. 더구나 안그래도 심각한 출산율 감소가 고민인 나라에서 키 큰 인재도 많이 안나오는데 그런 인재들을 농구로 끌어들일만한 유인도 크게 줄어들테고.. 또 농구는 현재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스포츠로 구기종목 중에서 세계적으로 고른 인기를 자랑하기로는 축구에 이어 확고한 넘버 투라고 할만한 스포츠인데 그런 종목에서 우리가 알아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더구나 옆나라 일본은 큰 규모의 투자와 1~20년 뒤를 바라보는 장기계획으로 아주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판국에서..

 

그렇다면 한국농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모두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일단은 현재 일본농구의 장기계획을 어느정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유소년 농구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또 신체적인 강점이 있는 혼혈인재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단순 투자 뿐만 아니라 마인드도 달라져야 되는데 아무래도 농구는 물론 기본적으로는 팀스포츠지만 개개인의 역량 자체가 그 어떤 종목보다 중요하기도 하고 개인기술, 멋있고 화려한 플레이에 가장 관대한 스포츠죠. 그러나 우리는 어릴 때부터 크로스오버같은 잔기술이라도 한 번 치면 뺨때기 날라오고 덩크슛도 다친다고, 힘 많이 빠진다고 하지말고 레이업 올리라고 하고.. 그래도 요즘은 빅맨도 3점슛 쏠 수 있게 하고 그런 마인드의 지도자들이 아마추어 단계부터 꽤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는 합니다만.. 아직은 세계농구의 추세와는 거리가 좀 있고 계속 달라져야죠.

 

또 김영기 총재 시절부터 순차적으로 진행 중에 있는 KBL의 연고제.. 물론 지금도 연고지는 다 있지만 선수들 숙소나 연습시설 등은 죄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죠. 그나마 원주 DB가 원주에 모든 시설을 두고 있고, 반면 서울의 두 팀도 각종 시설은 경기도의 이천과 용인에 위치하고 있는 언밸런스한 상황인데요.. 이 것을 순차적으로 연고지역으로 모두 이전시켜 2023년부터는 구단의 숙소, 연습시설, 사무실 등 모든 것이 해당 연고로 이전을 완료해야 되는 상황이죠. 아무래도 그간 관리의 편의성에 더해 대학농구팀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만큼 연습경기를 위해서라도 수도권에 대부분의 농구팀 시설이 몰려있던 상황이었는데 때문에 당분간은 불편함이 크겠습니다만.. 그래도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연고와 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게 맞죠. 더욱이 연고제를 강화하면서 각 구단 별로 연고 내 유망주를 선점해 육성을 지원하고 성인이 되었을 때 우선지명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수연고제 역시 도입해 각 구단 별로 적극적으로 활용 중에 있는데 이 역시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겠죠.

 

여기에 더해서 팬서비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데 사실 근래 KBL의 선수들은 아무래도 인기 고픈 줄 아는 선수들이 많아 팬서비스가 나름 좋은 편이라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다만 근래 KCC 선수단이 한 어린 팬의 하이파이브 요청을 무시하는 영상이 크게 논란이 되고 여기에 왕년의 인기스타였던 김승현의 실언이 더해져 KBL 전체의 팬서비스에 대해서 이미지가 크게 격추되고 말았죠.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모두 경각심을 지니고 선수들 뿐만 아니라 구단과 리그 전체의 차원에서도 더 잘해야 될 필요가 있겠죠.

 

또 용병에 있어서도 축소할 것이 아니라 보유 및 출전규정은 현행 2인보유 1인출전 정도로 하더라도 연봉상한선 은 조금 더 올려서 더 수준높은 용병을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되는데요.. 어차피 수준낮은 용병이나 수준높은 용병이나 우리 리그의 한계 상 용병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은 아싸리 수준높은 용병들을 받아들임으로서 팬들은 더 수준높고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또 국내선수들은 그 선수들과 직간접적으로 부딫혀가며 좋은 경험을 하는 것 역시 괜찮은 방향이라고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KBL의 경기 숫자도 줄일 수 있다면 아예 두 라운드 정도.. 총 18경기 정도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현행 한 시즌에 54경기를 치르는 KBL이 제가 알기로 NBA에 이어 경기 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시즌에 16~20개팀 정도가 참가하는 유럽 1부리그가 홈&어웨이로 3~40경기 남짓을 치르고 NBA를 따라 12분 경기를 치르는 중국 CBA 역시 경기 수는 한 시즌에 46경기인데요.. 물론 유럽은 축구처럼 컵대회 같은 것도 하고 또 상위팀은 유로리그나 유로컵 등을 병행하기 때문에 실제 경기 수는 더 많기는 합니다만.. KBL이 국내선수진의 뎁스는 얇은 편인데 경기 수는 세계적으로 봐도 유독 많다는 것.. 경기 수를 줄이고 경기를 주말 위주로 배치하면 경기력이라는 측면에서도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다만 이게 방송사 광고수익이나 스포츠토토 지원금 등이 걸려있어서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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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2-08 15:22:56

정성글 ㅊㅊ

2019-12-08 17:39:25

러다이트 운동 스포츠판 버전 썰이라고 생각합니다ㅋㅋㅋ공멸이쥬ㅠㅠ

2019-12-08 23:37:39

 옛날에 농구볼때 서장훈 덩크하면 그 경기는 진다는 말이 있었던 기억 나네요... 소위 보여주기용 덩크하느라 힘 빼서 경기력은 하락한다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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