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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MLB에서 오타니 이도류가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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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14:28:30

운동 선수들에겐 미묘하긴 해도 정말 [사용 매뉴얼]이라는게 존재하는 타입들이 있다.

오타니도 엄밀히 말하면 사용 설명서가 있는 타입이고 니혼햄은 그걸 확립을 시켜서 잘 썼다.

미국과 일본의 투수 운용 차이는 다르빗슈 유(컵스)가 극명하게 지적한바 있다. "6일 휴식후 등판하면 팔꿈치의 염증은 완벽히 사라진다. 그래서 120~130구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4일 휴식후 등판은 염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올라가야 하고 그게 누적되면서 결국 부상을 낳는다"라고.

그러나 다르빗슈는 다른 동양인 투수들이 지적하는 부분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NPB나 KBO에 있을땐 쉬어가는 구간이 있었기에 경기를 70~80%로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만 100%로 가동하면 됐지만 MLB에선 그랬다간 무조건 두들겨 맞으니 항상 100% 기어를 유지해야 한다고.

그리고 여기서 이도류 오타니의 첫번째 상충이 일어난다.

1. 일본에서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하면서 1주일에 하루 등판하는 타입이었다. 물론 이는 6인 선발제가 채택된 NPB에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가장 활약한 2016년에도 오타니는 단 21번밖에 선발로 등판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9월에 승부를 걸기 위해 8월 한달 내내 부상 치료 겸 휴식을 준 쿠리야마 니혼햄 감독의 결단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오타니는 9월부터 가을 야구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수 있었다.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니혼햄의 재팬시리즈 우승이다.

그런데 이때 오타니는 100% 기어 상태로 항상 던진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타자로서의 체력 부담이 가해지더라도 주 1회 등판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오타니도 시즌 중반에 체력이 부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부상도 당한 김에 - 큰 부상은 아니었다. - 휴식을 줬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100% 기어를 항상 유지해야 하는 곳이다. 주 1회? 타자로서의 부담감도 더 심한데 그걸로 팔이 버텨내기 어렵다. 정말로 일본 때의 위력을 보여줄거면 주 1회가 아니라 10일당 1회로 등판을 했어야 했다.

2. 루틴의 문제다. 1번에서도 언급했지만 NPB에서 오타니는 주 1회 등판이었고 등판일을 제외하면 지명타자였다. 그리고 이는 MLB 역시 같다. 오늘 올라온 칼럼에 나온 자료로는 다음과 같다.

토 : 휴식
일 : 선발등판
월~금 : 지명타자
토 : 휴식
일 : 선발등판

이 포인트에서 니혼햄 팬들이라면 바로 들고 일어나야 한다. 왜냐고? 오타니가 니혼햄에 있을때 루틴은 이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토 : 휴식
일 : 등판
월 : 휴식
화~금 : 4경기중 2~3경기만 타자
토 : 휴식 또는 타자
일 : 등판

2016 시즌, 오타니가 MLB처럼 등판 다음날부터 타자로 나선 경기는 단 한경기도 없다. 그리고 등판 다음날 휴식을 취하고 4일 연속 지명타자로 나선건 딱 1주뿐이다. - 9월 중순 천적 치바 롯데 때려잡고 소프트뱅크를 누르던 바로 그 때다 - 즉, 일본에서, 100% 기어를 쓸 일이 별로 없을때도 오타니는 충분한 휴식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MLB는 그게 아니었다. 당연히 NPB 시절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몸에 부하가 쌓일수 밖에 없고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팔꿈치 폭탄이 터질수 밖에 없다. 그걸 버텼다면 오타니는 인간이 아니라 그냥 야구의 신이다.

3. 이게 제일 중요한데 메이저리그가 얼마나 탐욕에 찌든 리그인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여기까진 이해한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다.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 보통 재활 기간을 10~12개월을 잡는 걸로 알고 있다. 그것도 잘 되었을때 이야기. 본격적으로 투수로서의 감각을 재건하는건 8~10개월때부터고 확실하게 투수로서의 감을 잡아가는게 10~12개월부터로 알고 있다. 그리고 실전 감각을 올리려고 하는게 바로 그게 끝난 뒤부터다.

여기서 주의할것. 토미 존 수술은 인대 재건술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평소에 잘 안쓰는 인대를 갖다 붙인것]이다. 즉, 투수로서의 재활 과정이란 이 인대를 [투수의 인대]로 서서히 길들여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LA 에인절스와 오타니 쇼헤이는 여기서 엄청나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수술 후 8개월차가 시작된 2018년 5월 7일부터 타자로, 그것도 풀타임으로 기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타자로서 토미존 수술은 6~7개월이면 회복되니까. 그리고 2019년, 오타니는 타자로서 .286/.343/.505에 18홈런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걸로 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끝장났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후 재활할때 가장 중요한 기간이 바로 8~12개월차다. [투수로서의 인대]로 적응하는 기간이기 때문. 그러나 오타니는 바로 이 기간이 시작될때 타자로 뛰었고 그의 오른쪽 팔꿈치 인대는 [타자로서의 인대]가 더 익숙해져갔다. 중간중간에 롱토스등 재활 코스를 거치긴 했지만 그걸로 [투수로서의 인대]로 돌아오진 않는다. MLB에서 타자는 Everyday player다.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후 재활할때 재활 운동 못지 않게 휴식도 대단히 중요한데 오타니는 8개월차부터 휴식이 없었다. 그럼 그 인대가 과연 투수의 인대가 될까?

그 결과가 바로 금년의 투구다. 구속도, 제구도 모두 잃었다.

오타니의 몸은 정말 하늘이 준 신체다. 특히 투타 모두 겸할수 있는 발목은 신의 발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대는 신이 아닌 인간의 인대였고 최소한 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쓰고 싶었다면 최소한 인대 재건만큼은 투수의 재활 루트를 따라가야했다. 그러나 LA 에인절스는 당장이 급하다고 - 트라웃 전성기때 우승해야 한다 - 오타니를 당겨 쓰는 실책을 저질렀고 지금의 오타니는 좋은 [타자]일지는 모르지만 더이상 [이도류]를 할수 있는 오타니가 아니다. 최근 부상 역시 투수라면 3~4주 휴식이 필요한 부상이었지만 3일에 부상을 당한 뒤 2일 쉬고 타자로 올라왔다. - 금년엔 등판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 타자로는 쓸수 있다면서. 그리고 오타니는 홈런을 터트렸다.

더 이상 이도류 오타니도, 투수 오타니도 없다. 다만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 시절, 오 사다하루(소프트뱅크), 타부치 코이치(한신)와 같은 전설들과 동급의 재능으로 찬사를 받은 타자 오타니 쇼헤이가 남아 있을 뿐이다.



너무 무리한 도전이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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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8-07 14:34:10

근데 투수들 막굴리는건 일본이 더 심하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이 글을 보면 미국이 더 심하게 굴리는 거 같은 인상을 주네요. 일반 선수들 기준으로는 일본이 더 심하게 굴리는데, 오타니 같은 탑스타급은 미국이 더 심하게 구르고 그런건가요?

Updated at 2020-08-07 14:38:24

일본은 등판 한번할때마다 많이 던져서 그렇지 주로 6인 로테인데다가 (항상 일본야구에 비판적인 달빛도 이부분은 오히려 많이던지고 6인로테이션이 낫다고 하더군요 ㅋㅋ 이건 개인차겠지만 ㅋㅋㅋ)

오타니는 걔중에서도 특별관리 받던 선수죠 (투구수 관리나 이닝 측면에서)오타니 컨디션 지켜준다고 억지로 로테이션 지켜주고 한적도 있었던걸로 기억하네요

OP
2020-08-07 14:40:01

NPB MLB 다 뛰어본 선수들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한번 던질때 많이 던져도 오래 쉬는게 낫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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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7 14:44:03

애초에 두개다 소화는 너무무리

2020-08-07 15:15:28

니혼햄이 일본에서 가장 원정거리가 길다고는 하지만 에인절스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원정거리 길기로는 top5 안에 들어가고 전세계에서 야구로는 날고 기는 선수들이 모인곳이니 근육 사용이나 그에 대한 피로도 훨씬 더하겠죠. 저 말대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지타로 뛰면서 근육이 손상됐으니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이도류는 끝났다 봐야겠네요.

2020-08-07 15:51:01

투수로서 재활할 시기에 빠따 치고 있었으니 탈이 안 나는 게 이상... 너무나 명확한 미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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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07 16:07:41

이도류 시도자체가 무리였다고봅니다.
그냥 타자전념하고 가끔씩 패전처리로 1년에 50~60이닝 소화할수있으면 베스트라봅니다.

Updated at 2020-08-07 16:17:43

내구도가 랜디존슨이나 놀란라이언 정도가 되도 가능할까말까 한데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자신만만했던게 원인이었다 생각합니다

특히 이동거리가 가장 먼 걸로 알려져 있는 AL서부에서 말이죠

2020-08-07 16:48:13

그리고 일본에서는 80%로 던져도 되는데 메이쟈에서는 공 하나하나 100%에 혼을 실어서 던져야 하기때문에 체력소모가 더 클듯...

2020-08-07 16:51:08

부활 불가능할까요 ㄷㄷ
160에 150포크 간지 그자체였는데 ㄷㄷ

2020-08-07 17:27:19

적은 이닝 던지는 불펜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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