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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표는 2개의 마구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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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00:01:46

오바하는 표현은 잘 안 하려고 하는데, 박준표의 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한 번 멈췄다가 우타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커브와 지면을 타고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꺾여서 들어가는 140km/h의 싱커(투심) 그리고 이 구질들을 모두 포수 미트에 정확도 높게 집어 넣는 뛰어난 제구력. 박준표 이전까지 제가 본 최고의 타이거즈 소속 사이드암 투수는 유동훈이었는데 이제 박준표로 바뀌었습니다. 유동훈도 엄청난 제구력과 엄청난 움직임의 싱커가 있었지만, 박준표가 던지는 커브 같은 공은 없었습니다. 

 

올해 KIA가 유독 안 풀리는데 에이스는 가족의 교통사고로 이탈했고, 리그 최고의 위압감을 보여주는 불펜투수는 웨이트하다가 다치고;; 그래서 박준표 공백이 너무 힘들었는데 박준표가 복귀하자 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잘 잡는 마무리 투수가 다치고;; 이런 걸 보면 긴 야구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키는 '선수 관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수 관리가 기초가 되어야 부상 선수가 발생해도 전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체력 소모가 큰 투수와 포수가 특히 관리가 많이 필요합니다.

 

오늘 경기는 모처럼 홍상삼이 제구가 되는 모습을 보이면서(올 시즌 들어 가장 제구가 잘 된 경기가 아니었는지ㄷㄷㄷ) 7회를 마치고 내려갔는데 8회에 바로 위기가 찾아왔죠. 8회에 올라온(비록 위기는 맞았지만 멀티이닝 안 가져간 서재응 투수코치의 선택이 좋았습니다.) 정해영이 원아웃 잘 잡고 로하스 상대로 투구했는데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이했죠. 그리고 이준영이 올라왔는데 강백호가 좋은 뱃 컨트롤로 절묘하게 라인선상에 떨구는 안타를 쳤고.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아웃 카운트 5개 남은 상황에서 올라온 박준표. 부상 복귀 이후 실전 감각이 부족해서인지 제구력이 좀 흔들리는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좋은 투구였습니다.

 

첫 타자를 몸쪽 잘 떨어진 싱커로 평범한 투수 땅볼로 잡고, 최근 감이 좋은 문상철(갑자기 타격폼이 바뀌어서 깜짝 놀랐네요. 참고로 우타 거포 부족한 팀 사정 때문에 타팀에서 가장 탐나는 유망주)을 상대로 몸쪽 파고드는 싱커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불을 껐습니다. 이후 9회에도 잇달아 범타를 만들어냈고 커브 하나가 높게 들어갔다가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배정대가 커브에 전혀 타이밍을 못 잡으니까 결정구로 다시 커브를 던져서 헛스윙 삼진으로 경기를 끝냈죠.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싱커, 가장 뛰어난 백도어(?) 커브까지 던진 줄 아니까 이렇게 마무리가 쉽습니다.

 

하지만 전 그래도 마무리 투수는 전상현이 맞다고 생각해요. 마무리 투수는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하는 비율이 낮아야 하고, 그러려면 삼진을 잘 잡아야 합니다. 박준표도 삼진을 적지 않게 잡아내는 선수지만 전상현보다는 삼진 비율이 떨어지죠. 그리고 땅볼 보다는 빗맞은 뜬공이 더 안정적으로 아웃을 잡아냅니다. 박준표의 투구를 보다보면 너무 빗 맞아서 내야안타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위력적인 투구를 하는 반대급부랄까 ㄷㄷㄷ 그래서 전상현이 완벽히 돌아오면 전상현이 마무리를 맡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볼넷 비율이 조금 높은 게 아쉬운 부분이지만, 아직 젊은 선수, 그리고 풀타임 첫 해라는 걸 감안해야 겠죠.

 

일 하느라 경기 중반부부터 봐서 가뇽의 투구는 유심히 보지 못했지만, 오늘도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면서 kt 강타선을 QS로 막았습니다. 초반에 투구 수가 많았고 5회까지 90개가 넘는 공을 던졌음에도 6회까지 올라와서 이닝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좋았네요. 가뇽도 이제 직구 위주로 적극적으로 던지면서 이닝을 먹는 법을 깨우친 것 같습니다.

 

전 올해 KIA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지 못하더라도 (할거면 3위로 올라가서 우승 가능성 조금이라도 높여야;) 시즌 끝나고 브룩스, 터커, 가뇽 모두 재계약을 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내년에 젊은 투수들이 제법 돌아와서 조각을 잘 하면 좋은 성과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형우가 더 나이 먹기 전에 대권 한 번 더 잡아봐야죠.

 

타자들은 지난 일요일부터 슬럼프에 빠진 기미였는데 오늘 많은 안타를 치면서 슬럼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김선빈과 최형우의 타격감이 아주 좋아 보이고, 그동안 최악이었던 나지완이 홈런성 3루타를 때리는 등 조금은 나은 모습이었네요. 그리고 오늘 황대인이 역전타를 때렸는데, 사실 잘 맞은 타구도 아니었고, 마지막 타석에서 찬스 상황에서 나온 스윙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황대인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써봤으면 좋겠어요. 상무에서 클린업을 쳤던 문상철도 슬슬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데, 황대인도 존재감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반면, 김태진과 터커는 좀 안 좋아 보입니다. 특히, 터커는 계속 타이밍이 어긋나는 모습이네요. 이상하게 3번으로 간 이후에 부진한 느낌입니다. 김태진도 안타 하나 치긴 쳤는데 조금 더 강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자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브룩스가 사실상 시즌 아웃으로 이탈한 상황이라 어차피 남은 시즌 기대는 크지 않고- 부상 없이 완주하고 위에도 적었듯이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재계약에 성공하면 그걸로 만족할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내일 장현식이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고요. 아직까지 이번 시즌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파 선발투수들을 여전히 키워내지 못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이민우와 임기영이 조금은 시즌 초의 모습을 회복하면 좋겠습니다. KIA가 남은 시즌 최대한 높은 순위를 차지하려면 양현종, 이민우, 임기영, 장현식, 김기훈 등 국내파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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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9-25 00:02:44

기아가 그래도 투수 키우기 중간은 가는듯... 타자를 사서 써야 해서 그렇지...

OP
2020-09-25 00:11:44

어느 팀이나 그렇지만 선발 키우는 게 정말 힘겹네요. 타자도 좀 육성했으면ㅠ 2009년에 키운 나지완 김선빈 안치홍 이후로 자리 잡는 선수가ㅠㅠ 최원준이 올해 컨택에서 눈을 뜬 게 그나마 소득이네요

OP
2020-09-25 00:04:32

글 다 적고 나서 최고의 타이거즈 출신 사이드암 투수 한 명을 잊고 있었네요... 임창용 다음으로 박준표인걸로...

1
2020-09-25 02:48:29

정말 잘 읽었습니다.

2020-09-25 08:47:28

박준표가 확실히 좋더군요

강Fe형님은 몇 순위이므니깡

2020-09-25 09:11:09

이강철은 사이드암보다는 언더핸드라서 빼신 게 아닐까요?

2020-09-25 11:27:40

사실 전 이강철 투구를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언던지도 몰랐네요

OP
2020-09-25 09:12:46

이강철은 언더핸드라서 뺐습니다만... 사실 깜박한 것도 있습니다. ㅎㅎ 사이드암-언더핸드까지 포함하면 임창용 - 이강철 - 박준표=유동훈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2020-09-25 11:30:18

또 하나 여쭤볼게 있읍니다..

이강철 감독으로서는 어떤거 같으신가요
예전에 수석코치 할때는 언젠가 기아 맡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기아투코로서 키운게 그나마 손영민밖에 없다 듣고 이번 시즌 주권학살자로 불리면서
아 기아 왔으면 진짜 강Fe 댔을지도 ㄷㄷ 하고 있었는데
요즘 치고 올라가는 거 ㄷㄷ 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헙니다

OP
2
2020-09-25 12:12:21

저도 처음엔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는게 지극히 올드스쿨형 감독이라서 꺼려지더군요 초반에 김민혁이나 심우준을 태이블 세터로 쓰려한 것과 작전 구사가 많은 것 보곤 이해가 안 갔습니다 어제 투수교체도 전 이해가 안 갔네요 주권 공 나쁘지 않았는데 왜 하준호로 밀고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2020-09-25 14:15:13

 3일정도 쉬고 등판하니

준표가 다시 돌아왓습니다ㅠㅠ

저번등판에선 폼회복이 안된게 보엿는데

어제는 뭐.. 그저 갓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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