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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MLB일기-5 진통제 맞고 나선 마지막 한 타석, 잊지 못할 순간들,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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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8 17:02:25

안녕하세요

 

추신수 선수 내년에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512&aid=0000000062

어제(27일) 경기 후 우드워드 감독이 자신의 방으로 저를 불렀습니다. 먼저 몸 상태가 어떠한지를 묻더군요. 아직 스윙하는 건 무리지만 기회를 준다면 한 타석이라도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우드워드 감독이 깜짝 놀랄 만한 제안을 했습니다.

“추, 나는 내일 경기에 너를 1번으로 선발 라인업에 넣을 예정이다. 너는 우리 팀에서 오랫동안 리드오프로 활약했고, 최고의 리드오프로 인정받은 만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네 이름이 가장 위에 있는 게 당연하다.”

정말 놀랐습니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 탈락이 확정된 상태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시즌 최종전에 스윙도 제대로 못하는 저를 선발 라인업에, 그것도 1번 타자로 이름을 올리다니요. 그래서 저는 팀을 위해서라도 한 타석만 서고 빠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스윙을 못하는 대신 볼넷이나 번트를 노리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오늘 아침 7시에 야구장으로 출근했습니다. 먼저 치료를 받은 후 서너 시간 동안 비즐리 코치와 번트 연습만 반복했습니다. 야구하면서 이토록 오랜 시간을 들여 번트 연습을 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선수들은 제 몸 상태를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망이도 들 수 없고, 스윙도 할 수 없는 몸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번트를 대고 전력질주해서 세이프 판정을 받은 저를 진심으로 존중해준다는 걸 느꼈습니다.

경기 후 저는 몇 가지 일들로 또 다시 눈물을 쏟았습니다. 우리 팀 기록원이 제게 다가와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제가 오늘 번트를 대고 1루까지 달린 시간이 4.4초인데 그 시간은 올시즌 가장 빠른 기록이었고, 제 야구 커리어 통산 13번째로 빠른 시간이었다는 겁니다.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세이프 판정을 받고 싶다는 간절함이 온전치 못한 몸 상태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로 주루플레이를 가능케 했던 겁니다.

우리 팀에 왼손 투수인 웨스 벤자민이라고 있습니다. 경기 후 벤자민이 제게 다가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나는 추를 생각하면 ‘땡큐’라는 단어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 캠프가 중단되었을 때 내 통장에는 잔고가 50불 밖에 남지 않았다.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네가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보내준 돈이 통장에 들어와 있는 걸 보고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마치게 된 건 추, 네 덕분이다. 그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었는데 오늘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벤자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클럽하우스 매니저가 저를 부르더군요. 트레이너실로 와 보라면서요. 따라 들어갔더니 클럽하우스 직원들과 트레이너들이 준비했다면서 제게 상패를 건넸습니다. 그들이 직접 만든 상패였습니다. 그러면서 “추 너랑 벨트레는 우리들한테 영구결번 선수들이야”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엄청난 감동을 느꼈습니다.

로날드 구즈먼은 “앞으로 야구하면서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걸 네가 몸으로 보여줬다”면서 “오늘 네가 보여준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제가 더 고마운데 말이죠.
저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젊은 선수들이 야구의 소중함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매 경기, 매 타석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터라 한국 팬들한테 추신수라는 이미지는 심리적인 거리감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가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는 7년 동안 욕도 많이 먹었고, 때로는 칭찬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한 마디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구단, 선수들, 팬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내년 시즌은 어떤 기약도 할 수 없습니다. 아직은 멈추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비시즌에 이전과 똑같은 개인 훈련을 이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정해진다면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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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20-09-28 17:35:30

로날드 구즈먼은 “앞으로 야구하면서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걸 네가 몸으로 보여줬다”

 

구성근.. ㄷㄷ

2020-09-28 18:33:41

감동

2020-09-28 19:57:27

메이저에서 더 모습 보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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