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KIA 경기 후기 - 이의리 데뷔 첫 선발

 기대가 정말 큰 이의리가 등판했는데 직구의 힘도 좋고 생각보다 변화구가 좋습니다. 전 오히려 직구보다 변화구 위력에 더 놀랐네요. 직구는 초반에는 150까지 찍히긴 했는데 투구수가 누적될 수록 구속이 급격하게 떨어지더군요. 아직까지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버틸 정도로 완급 조절이나 지구력을 보유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만...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한 투수에게 첫 경기부터 100개까지 안정적인 구속으로 이닝을 먹어달라고 하는 건 무리죠. 그건 류현진이나 가능한 거고요. 

다만, 첫 해 모습만 보면 류현진보단 못하지만(응?) 양현종보단 낫다고 봅니다. 투구수 누적되면서 제구 흔들리는 건 누구나 그런 법이죠. 공 좋을 때 꾸준히 스트라이크존으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던지는 능력을 갖춘 걸 보면 시즌 끝까지 선발 기회를 줄 잠재성은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1주일에 1번 등판으로 제한한다고 했는데 시즌 끝까지 잘 마무리하면서 많이 배웠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뒷 타석에서 홈런 친 박병호를 삼구 삼진으로 돌려 세운 장면이었는데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모두 좋은 위치에서 잘 들어갔죠. 양현종이 농담으로 한 소리겠지만, 신인 시절 자기보다 낫다고 한 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양현종 신인시절이야 뭐ㅎㅎ 

첫 경기에서 좋은 피칭 했으니 이 자신감을 토대로 오늘처럼 간결한 투구 간격으로 자신있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모습을 계속 해서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의리 다음으로는 장민기가 나왔는데 슬라이더 각도가 좋고 직구가 생각보다 힘있게 뻗긴 했는데 아직 1군감은 아니네요. 제구력이 너무 흔들려서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올해는 퓨처스에서 담금질 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경기는 타자들의 부진으로 무난하게 지는 흐름이었는데 9회 키움 마무리 오주원이 난조를 보이면서 빅이닝을 만들면서 경기를 잡았네요. 이 때 너무 웃겼는데 지난 2경기 잘 잡았으니 뭐 져도 어쩔 수 없단 생각으로 보니까 웃음만 나오더군요. 

무사 1, 2루에서 최형우의 홈 아웃은 이정후가 잘 한 겁니다. 중전안타가 바운드로 나갔는데 거기서 안 돌릴 코치는 아무도 없죠. 이정후의 송구가 정말로 정확했습니다. 이건 상대 수비를 너무 잘 해서 우리를 탓할 수 없는 플레이죠. 문제는 류지혁이죠.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나갔다고 밖에 표현이 안 되는 플레이죠. 설령 뜬공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귀루하긴 늦었는데 왜 귀루하는 자세를 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두산에 있을 때도 나사 빠진 플레이를 종종 한다고 들었는데 그냥 선수 종특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타격은 참 마음에 듭니다. 수비도 튼튼하고요.

박찬호가 이 모든 삽질을 무마하는 역전 2루타를 쳤는데 사실 운이 좋은 타구였습니다. 비교적 잘 맞은 타구이긴 했는데 힘이 모자라서 잡힐 수 있는 타구였죠. 그런데 키움 외야 수비수들의 위치가 안 좋았습니다. 절묘하게 그 위치로 떨어져서 결승타가 됐네요.  사실 박찬호는 수비가 오늘도 너무 좋았습니다. 포구, 송구, 대시, 수비에서 흠 잡을 데가 없네요.

9회말에 이준영을 낸 건 아쉽지만, 그래도 박준표, 정해영 등을 쓰지 않은 선택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준영이 고생이 많았는데 남은 타자들을 잘 잡아냈고요. 김재열은 좀 많이 아쉬운 투구였고. 믿음이 잘 안 가네요. 이용규한테 맞은 타구는 이용규가 한달만 일찍 태어났으면 넘어갔을 타구였습니다. 그 이후에도 힘만 들어가는 투구하면서 제구가 전혀 안됐고요.

타자 중에서는 김호령이 가장 별로 입니다. 상체가 너무 빨리 넘어오고 한가운데 들어오는 137km/h의 공에도 헛스윙 하는 모습 보고 한숨이... 이창진이 지금 대타로 2타수 2안타인데 언제까지 김호령한테 기회를 줘야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외야수는 수비력보다는 공격력보고 써야죠. 정 김호령 쓰고 싶으면 후반 나지완의 대수비로 쓰는 게 베스트입니다.

아무튼 두산 개막전에서 늘상 패하는 공식으로 경기 내줬는데 키움과의 3연전에서 좋은 승부 끝에 스윕을 달성할 수 있었네요. 일단 지금을 즐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