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순위 

[장문, 번역] 마티스 타이불 탄생기

 
7
  460
Updated at 2022-01-27 04:38:12

[The Ringer] 마티스 타이불 탄생기

The Making of Matisse Thybulle

 

 

 

지난 포스트시즌, 타이불의 악몽 같은 레이업은 벤 시몬스의 모든 것을 바꿨다. 그것은 또한 세븐티식서스의 한 젊은 수비수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시몬스가 트레이드의 늪에 잠겨 있는 동안, 이번 시즌 타이불은 더 큰 롤을 떠안았던 것. 비록 필리스가 지난 시즌만큼 높은 지점에 있진 않지만 3년 차 윙 디펜더는 역경 속에서도 위안을 찾는 법을 배웠다.

 

 

 

 

[The Ringer = Kevin O'Connor]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모든 것을 바꿔버린 ‘그 패스‘를 받은 이가 바로 마티스 타이불이다. 톱 시드 식서스는 애틀랜타 호크스에 2-3으로 시리즈를 끌려가는 등 여러모로 불안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7차전 3분 30초가 남은 상황, 포스트 업을 치고 들어오다 수비수를 따돌리는데 성공한 벤 시몬스는 오픈 레이업 찬스를 맞았다. 림은 비어 있었고 그 주변엔 6피트 1인치(185cm)의 트레이 영 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몬스의 선택은 타이불에게 볼을 건네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2개의 자유투 중 하나를 넣는 데 그치며 1점을 쌓을 뿐이었다.

 

GIF 최적화 ON 
9.6M    1.8M

 

악몽 같았던 타이불의 레이업 찬스는 그의 필리 선수 생활에서 나빴던 모든 것들을 대변하는 장면이 됐다. 기복이 심한 공격력, 조엘 엠비드와의 불협화음 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의 트레이드 요구와 끝없는 드라마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일으킨 원인이었다.

 

어쩌면 타이불은 시몬스가 날린 기회가 그의 실수를 가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경기 말미 케빈 허더에게 3점 파울을 범하며 4점 차로 벌어지는 원흉이 된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경기 후 며칠 뒤, 타이불은 식서스 단장 대릴 모리와의 통화에서도 그 실수를 상기했다.

“만약 네가 케빈 허더에게 파울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경기 초반 보여줬던 굉장한 플레이들로 상쇄하고도 남을 거야”

 

모리 단장이 전화 너머로 그를 위로하며 한 말이다. 그 파울 몇 분 전, 타이불은 뒤에서 영을 블락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좋은 면들이 나쁜 면을 덮고도 남음을 안다고”

 

 

 

타이불은 정규 시즌에만 점퍼나 플로터를 53회나 블락해내며 이 부문 NBA 전체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2년 차 시즌 만에 올-디펜시브 팀에 드는 영예를 안았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실수 이후 타이불에겐 혼란과 자기 통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너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알면,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책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모리가 물었다.

"제가 시간을 되돌려 그 실수를 바로잡을 순 없겠죠”라고 타이불은 답한다.

 

타이불에게 있어 타이밍이란 것은 참 중요하다. 워싱턴 대학에서의 4년간 그는 디펜시브 엔드에서의 자유도를 익혔다. 하지만 NBA의 공격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며 그의 코치들은 도박적인 수비를 덜 하기를 바란다. 타이불은 신인으로서 ‘second-guess’ 본능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제대로 읽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틀렸는지를 고민한다. 그는 실수를 했다. 여전히 또 그렇다.

 

타이불은 과거와 현재 위대한 수비수들의 장단점을 짚어내는 영상을 보곤 한다. 자신의 경기를 공부하기도 한다. 특히 과거 올-디펜시브 팀에 들었던 대니 그린 같은 팀 메이트들로부터 상대 성향을 연구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그의 리커버리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요. 스크린에 걸리거나 포지션이 무너져도 공을 건드릴 수 있죠. 그리곤 볼을 따내고 우리 포제션으로 만들어 놓는다고요"

“하지만 가끔 경기 중에 그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말리기도 합니다, 도박적인 수비를 해선 안 되는 선수들도 종종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번 시즌 타이불의 파울 비율을 보자. Second Spectrum에 따르면 그는 36분 환산 기준 커리어-로우 수준의 3점 파울을 내주는 한편, 상대가 공격을 풀어나가는 데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점퍼와 플로터에는 50개의 블락을 기록할 페이스다. 2013-14 시즌 이후로 타이불 외엔 어느 선수도 넘본 적이 없는 기록이다.

 

 

 

 

타이불의 팀 메이트 토비아스 해리스는 “선수로서 의욕이 꺾이는 세 가지 상황이 있죠. 덩크슛을 당했을 때, 1대1에서 패했을 때, 점퍼가 블락 당할 때입니다. 특히나 배구에서나 볼 법한 스파이크 블락을 당하면 그 기분이란 말할 수 없을 정도죠”

 

시몬스가 팀을 떠나있고 엠비드가 부상과 코로나 프로토콜로 결장하면서 타이불은 수비적으로 큰 책임을 떠안게 됐다. 두 시즌 연속 동부 8위 안에 들긴 했지만 이번 시즌은 동부 7위(12/16 기준), 디펜시브 레이팅 20위로 썩 만족스러운 순위표는 아니다. 시몬스 딜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어 마땅한 전력 증강이 없는 상황, 식서스는 팀 내부에서의 증강 밖에 대안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선발 자원으로서 타이불은 역경 속에서도 위안을 찾는 법을 배웠다.

 

 

타이불은 식서스 같은 위닝 팀에서는 커 본 적이 없었다. 사마미쉬 스카이라인 고등학교, 워싱턴 대학교, 시애틀의 교외까지.. 전형적인 5할 미만의 팀들이다.

 

큰 패배를 당하고 나면 타이불은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와 대화를 하곤 한다. 그녀는 아들 나이 때는 운동을 했지만 농구 선수는 아니었다. 그녀는 마티스에게 ‘타이밍’이 틀렸다고 말한다.

 

“전 아주 못했다고요 엄마. 3점 슛이 뭔지도 모르잖아요. 타이밍 같은 소리 말아요” 사춘기 10대의 목소리로 푸념하는 타이불.

“사실 그때는 머리끝까지 열이 받곤 했죠. 지금은 그 일들조차 사랑스러워요. 엄마들은 아이가 행복해하는 걸 바라니까요. 마티스에게 늘 말했죠. 네가 행복하면 계속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법을 찾으렴”

 

 


 

 

타이불의 부모는 아들의 고등학교 시절 경기를 보러 가곤 했다. 아버지 그렉은 카메라를 든 채 체육관 구석에 서 있었다. 나중에 아들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지만 아들이 스틸 이후 속공 덩크를 성공시키더라도 그 장면을 담지 못했다.

 

“왜냐면 아버지는 항상 눈으로 덩크를 보시곤, 나중에야 카메라를 돌리셨거든요” 타이불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타이불은 인근의 이스트사이드 가톨릭 고등학교로 옮겨 가 농구 경력을 더 쌓았다. 그는 이제 6피트 5인치(195cm)에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존재였다. 타이불은 디비전 1에 속한 워싱턴이나 곤자가 같은 고등학교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자신의 쇼케이스가 될 AAU 서킷에 참가했다.

 

3학년이 끝나갈 무렵, 타이불은 주말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AAU 캠프에서 지냈다. 그곳에서 돌아올 때마다 가족들은 저녁 식사 내내 그곳에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시간은 타이불 가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여동생 클로이가 학교에서 어떤 것을 새로 배웠는지, 마티스가 프로젝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우리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축하하곤 했었죠”

“물론 좋지 않은 일도요”

그가 베가스에서 돌아온 어느 날, 특별한 일이 없는 것 같은 하루였다.

 

“하지만, 제가 짐을 풀자 부모님께서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하셨죠”

 

가족 모두가 거실에 모였다. 클로이와 그렉은 카우치에 앉았고 마티스와 엘리자베스도 다른 소파에 앉았다.

 

어렵게 입을 뗀 그렉. “엄마가 편찮으시다”

 

엘리자베스는 골수에서 시작돼 혈액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전이될 수 있는 암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네가 이것을 약속해 줬으면 좋겠구나” 그렉은 엘리자베스가 지난밤 그에게 이야기한 것을 재차 말했다. “우리가 마주할 이 전투는 우리의 전투야. 우리의 싸움이지. 애들 싸움이 아니라. 내가 겪는 일은 너희와 나를 위한 것이란다. 어린아이처럼 굴 틈이 없을 거야”

 

 

 

마티스와 클로이는 대체로 좋은 상태일 때의 어머니를 보았다. 그들은 시설에서 엘리자베스와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복도를 걸으며 간호사와 병실로 자전거 운동 기구를 들여놓을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우리는 엄마랑 경주를 했어요. 상황은 불행했지만 함께 웃을 수 있었죠. 그 순간들은 참 행복했습니다”

 

그녀의 금발 머리카락이 빠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렉은 그녀에게 “와, 참 멋진걸”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정말 보기 힘든 것은 그녀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었다. 항암치료의 흔한 부작용 중 하나는 미각을 잃는 것이었으니.

 

“입으로 넣는 것은 맛이 전혀 없겠지. 하지만 몸은 에너지가 필요해. 씹어 넘겨야 한다고"

“그녀가 먹는 것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죠. 내 아내는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 신임이 분명해. 원더우먼이 따로 없다고!"

 

이듬해 엘리자베스는 골수 이식을 받았고 그녀의 여동생인 에이미 세러가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타이불의 시니어 시즌이 끝날 무렵인 2015년 초에는 차도가 있었다. 타이불 가족은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마티스는 워싱턴 대학에 진학하고 클로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은 마티스가 태어난 애리조나로 이사해 정착하려 했다.

 

하지면 일부 암들은 장기적인 완화, 혹은 치료를 위해 모든 백혈병 세포를 없애야 했고 유지 화학 요법이 필수적이었다. 암 연구자들은 엘리자베스에 한 번 더 항암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항암치료는 그녀의 면역 체계를 떨어뜨렸고 재감염이 되는 바람에 다시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곧 엘리자베스는 혼수상태에 빠져 2월 2일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타이불이 어머니를 보낸 다음 날, 이스트사이드 가톨릭 고등학교의 마지막 정규 시즌 홈 경기가 열렸다. 상대는 그 지역 최약체 팀 중 하나인 Nathan Hale. 타이불이 경기에 나서지 않더라도 모두가 이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시간이 멈추길 기도했었죠. 하지만 아무것도 멈추지 않고, 느려지지도 않아요. 제게 파멸적인 사건이 일어나도 제 주변 세상은 계속 흐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타이불 가족은 엘리자베스라면 그녀의 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이어나가길 원했을 것이란 결정을 내렸다.

“저희 부모님들은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려주셨죠. 나의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아도 결국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고요”

 

타이불은 17득점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원 핸드 앨리 웁을 때려 넣었고 패스를 가로채 덩크를 꽂아 넣기도 했다.

 

“모두 무의식적이었죠. 그는 자동 조종 중인 것처럼 움직였고, 마치 엘리자베스를 위해 뛰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그렉이 그날을 회상하며 말했다.

 

GIF 최적화 ON 
11M    853K

 

그러한 상실의 충격은 절대로 가시지 않지만 타이불은 어머니의 사랑에서 오는 위안이 늘 존재한다고 말한다.

 

“모든 일에서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요. 늘 어머니가 곁에 있고, 떠나지 않았으며 저는 거기서 안락함을 찾는단걸요. 저는 어디론가 나아간다고 느낄 필요가 없어요. 그냥 (그녀와)함께 움직이는 겁니다”

 

타이불이 처음 워싱턴 대학교에 스카우트됐을 때, 사실 그는 큰 관심을 받진 못했다. 세 번째 게임에서 타이불은 보셀 고등학교의 잭 라빈과 맞붙었다. 라빈의 재능은 분명했다. 이 미래의 NBA 올스타는 워싱턴 주에서 제일가는 재능이었고 전미 50위권의 유망주였다. 물론 타이불은 순위에 없었다. 하지만 타이불은 라빈과 함께 코트에 있을 때면 스크린을 피해 쫓아다니며 라빈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긴 팔을 뻗어 컨테스트했으며 두 개의 스틸과 두 개의 블록을 기록했다.

그리고 워싱턴 대학교의 감독 로렌조 로마르도 라빈이 29득점을 기록한 현장에 있었다.

 

"그냥 공중으로 솟구쳤죠. 내려올 땐 마치 천장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니까요"

-로렌조 로마르

 

 

 

 

경기 후 주차장에서 로마르는 그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언젠가 대학 농구에서 뛸 수 있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렉은 “그때부터 마티스의 꿈이 살아나기 시작했죠”라고 회상했다.

 

타이불은 결국 워싱턴 대학교로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집과 가까운 면도 있었지만 로마르와의 강한 유대관계가 컸다. 마티스의 아버지 그렉은 이번에도 카메라와 함께 사이드라인에 자리 잡았고, 곧 큰 목소리로 응원하며 상대편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양반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타이불의 소포모어 시즌, 로마르는 경질됐다. 마티스는 전학을 고려했지만, 그와 아버지 그렉은 새 코치 마이크 홉킨스와 대화를 할 기회를 얻었다. 어떤 훈련 프로그램 속에 움직일 것인지, 존 디펜스에서 타이불의 역할은 무엇일지와 같은 농구에 관한 이야기 외에, 타이불 가족의 삶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었다.

 

그렉은 홉킨스와 만나 엘리자베스의 추도식에서 받은 카드를 그에게 주며 타이불 가족의 이야기를 전했다. “엘리자베스가 배를 드러낸 사진 보이죠? 마티스를 임신했을 때예요. 이건 우리의 속도위반 결혼식이네요. 이건 마티스가 어린 클로이를 안고 있는 거고요"

 

그렉은 홉킨스에게 엘리자베스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또 엘리자베스의 기일마다 가족들이 그녀가 치료를 받았던 암 병동을 방문해 간호사와 환자들에게 꽃, 카드, 농구 용품들을 가져다주었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시즌 중반 홉킨스는 타이불 가족에 초대되기도 했는데 그는

“제 커리어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 중 하나였죠”라고 회상한다.

 

 

팀에 새 물결을 정착시키려는 홉킨스 감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타이불은 새 감독 아래서 꽃을 피웠다. 어떤 상황이든 경기를 뛰는 레귤러였으며 수비의 핵이었다. 이제 그는 드래프트 레이더망에 오르내리는 위치에 있었다.

 

“우리는 2라운드에서 뽑을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었죠”

당시 로케츠 단장이었던 대릴 모리였다. 타이불이 워싱턴 대학 3학년일 즈음, 현재는 멤피스에서 일하고 있는 휴스턴의 스카우터 아리아나 안도니언은 모리에게 타이불을 보러 올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모리는 캔자스시티로 날아가 당시 무패를 달리던 캔자스에 워싱턴이 업셋을 이뤄내는 광경을 보았다.

 

“찾았어. 그는 아주 유니크해”

 

드래프트에서 타이불의 위상은 높아만 갔지만, 그는 대학을 졸업하겠다고 한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워싱턴에서의 4년 동안 그는 허스키스는 물론 Pac-12 컨퍼런스의 기록까지 깼다. NBA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게리 페이튼을 제치고 최다 스틸 부문 리더에 오른 것. 그리고 또 다른 명예의 전당 입회자, 제이슨 키드가 가지고 있던 단일 시즌 최다 스틸 부문에도 그의 이름을 새겼다.

 

 

타이불은 이 모든 일을 그녀의 어머니가 생전 좋아했던 숫자, 4번을 달고 이뤄냈다. 타이불의 워싱턴 대학 마지막 경기에서,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코트 중앙으로 나와 엘리자베스의 사진이 새겨진 옷을 입고 기쁨을 나눴다.

 

 

 

 

식서스는 2019 드래프트 이전부터 타이불을 높이 평가하긴 했지만, 그들의 24번 픽을 행사하기 전에 확인을 해 둘 필요가 있었다. 로마르는 필라가 타이불의 연습 습관에 대해 물었으며, 꽤 빈번하게 자신의 수비 범위를 넓혀 플레이하는 타이불이 제한적인 수비 시스템에도 적응할 수 있을지도 살폈다고 한다. 이에 홉킨스는 식서스 측에 대학 무대에서도 맨 투 맨 수비와 지역 방어를 자유자재로 오갔던 타이불의 적응력을 볼 때, 충분히 프로 무대에서도 상황에 맞춰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당시 식서스의 단장이던 엘튼 브랜드는 타이불을 만나 비밀리에 워크아웃을 가지기 위해 워싱턴을 찾았다. 타이불은 점심 식사 중, 브랜드가 자신을 떠 봤던 것을 기억한다.

 

 



 

 

“대학 3년 동안은 38%로 3점 슛을 넣었는데 왜 마지막 해는 30% 밖에 되지 않았을까요?”

“사진술 같은 당신의 다른 관심사들과 농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췄나요?”

“NBA에서 뛴다면 당신의 역할은 무엇일 것 같은지?”

 

식서스는 일찌감치 타이불에게 그를 드래프트할 것임을 약속했고 타이불 측은 드래프트 초기부터 다른 팀들의 워크아웃을 거절했다. 이것은 타이불의 가치가 너무 올라 필리의 순번으로 드래프트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와 타이불의 약속은 리그 내에 공공연한 비밀처럼 퍼져나갔다.

 

 

드래프트 당일, 보스턴 셀틱스는 20번 픽으로 타이불을 뽑았고 식서스가 타이불을 원한다면 픽 업을 해야만 했다. 셀틱스가 원한 것은 필리의 24번 픽과 33번 픽. 라이벌에게 주기엔 아까운 자산들이다. 하지만 식서스는 받아들였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론 중, 우리가 택한 것은 상대의 득점을 막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마티스와 함께라면 수많은 스틸과 디플렉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늘 농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슛 빈도를 자랑하는 트랜지션 득점이라는 옵션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이불을 손에 넣은 브랜드의 소감이었다.

 

식서스는 수비라면 팀이 원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모할 수 있는 타이불의 능력에 베팅을 한 셈. 그렉은 마티스가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와 닮은 측면이 꽤 있다고 말한다.

“그는 높은 지적 수준과 운동 능력, 상식을 꽤 가지고 있죠. 또 어떤 과제에 맞닥뜨리면 굉장히 몰두했어요. 우리 모두는 그걸 힐끗 쳐다볼 뿐이었죠.”

 

이런 특성 덕에 타이불은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길쭉한 그는 상대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부터 이미 무엇을 할지 다 알고 있다는 듯 수비하는 스토퍼다. 그는 상대가 점퍼를 쏘려 팔을 올리자마자 팔을 뻗는다. 상대가 스크린 쪽으로 돌아 나갈 것 같으면 코너로 돌 때 공을 쳐낼 준비를 한다. 심지어 상대에게 패스를 강요하도록 동료를 미끼로 삼아 인터셉트를 노리기도 한다.

 

 

 

"마티스는 참 부드럽죠. 고양이 같다니까요.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마티스를 보면 두 명이 떠올라요. 브루스 리와 마이클 잭슨이요"

-그렉 타이불

 

 

 

 

코트 밖의 타이불은 느긋한 편이다.

 

해리스는 “경기 전 라커룸에서, 팀 비행기, 버스 안에서 늘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려고 해요”

모리도 거들었다.

“책을 많이 읽더군요. 서른도 안 된 친구들 중에선 흔치 않은 편이죠”

 

타이불은 집에 있을 때면 여동생 클로이, 친구들과 독서 클럽을 함께하곤 한다. 매달 적어도 책 한 권씩. 맷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부터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까지 섭렵해버렸다.

책에도 빠져있지만, 그는 프리게임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따금씩 경기 시작 몇 초 전에야 입장 터널에 들어서기도 한다. 타이불을 루키로 여기는 해리스는 그가 늦게까지 스프린트를 하며 저지는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운동화를 꽉 묶고 있어야 한다고. 베테랑 축에 든 해리스는 타이불에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토비아스가 제게 ‘라커룸에서 나와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그래야 하지 않겠어?”라고 하더라고요. “그거 모두 시간 관리라고."

 

코트에 들어서기만 하면 타이불은 왜 식서스가 그를 손에 넣고자 분주했는지 곧바로 증명해 보였다. 베테랑들이 즐비한 식서스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에 들었던 것. NBA에 좋은 수비수들은 여럿 있었지만 그 누구도 타이불과 같은 갈래는 아니었다.

 

해리스는 “볼이 공중에 떴을 때 그의 반사 신경은 제 세 배쯤 되는 것 같아요. 만약 누군가 저한테 야구공을 던지면 전 몸을 수그리겠죠. 근데 타이불은 그걸 잡아버릴걸요”

 

GIF 최적화 ON 
14.9M    1.3M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돌입 전, 타이불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을 때 그는 자신의 최고의 순간 중 하나를 떠올렸다. 전반 종료까지 약 5초가 남은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전, 그는 인바운드 패스를 가로채 시몬스의 덩크를 이끌어냈다.

 

“코트에서 서로를 하나라고 느껴야 나올 수 있는 플레이였죠. 플레이 이상의 무언가라고나 할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에요. 상대가 볼을 빼앗기고 곧바로 실점하는 게 얼마나 좌절스러운지 알 수 있죠”

 

 

타이불은 시몬스와 뛰는 것이 그의 NBA에서 가장 멋진 일이었다고 하는데, 코트 위에서의 공생이 주된 이유였다. 여름 동안 타이불은 시몬스 없이 승리하는 법을 익혔고 호주 대표팀과 함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타이불은 호주 시민권이 있는데, 마티스가 어렸을 때 아버지 그렉은 HP에서 일했고, 단기로나마 가족이 호주로 건너가 생활했었기 때문이다. 시몬스는 멜번에서 태어났지만 고국을 위해 뛰는 것을 거절했다.

 

반면 타이불은 호주 대표팀으로 뛰는 것에 대해

“제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죠. 어렸을 때 제가 호주 시민이었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었지만 이제 호주 대표팀으로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이 됐죠. 사실 이게 가능하리라곤 생각조차 못 했었죠”

 

 

이제 그의 과제는 시몬스 없는 필리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시몬스, 엠비드와 함께 하던 시절, 타이불은 더 할 나위 없이 수비하기 좋은 상황에 있었다. 림을 지키는 엠비드의 존재는 퍼리미터 수비수들이 공격적으로 대인 마크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이 이점을 최대한으로 누린 이들이 시몬스와 타이불이었고 경기 내내 상대를 괴롭혔다. 지난 시즌 식서스는 아쉽게 디펜시브 레이팅 1위를 놓쳤고 시몬스, 엠비드, 타이불은 올-디펜시브 팀에 선정됐다.

 

부상으로 점철된 로스터와 시몬스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하는 식서스. 그들은 리그 12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5할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 중(12/16 기준). 실점을 막기 위한 수비는 팀으로서 끈끈함을 요한다. 라인업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타이불 개인의 수비 능력은 최소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전히 타이불이 스테판 커리를 락다운 해낸 바 있듯 그의 수비 능력을 팬들에게 상기시키는 데는 모자람이 없긴 하지만.

 

공격 면에서 타이불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커리어 3점 슛 성공률은 32.3%로 평균 이하이고 특히나 그는 캐치 앤 샷을 주로 던지는 선수다. 아마도 만약 시몬스가 플레이메이킹에 능한 가드와 트레이드된다면 타이불은 다른 롤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며 그의 부족한 슈팅 능력 역시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브루클린의 브루스 브라운이나 골든 스테이트의 개리 페이튼 주니어가 그렇다. 그들은 하위권 슈터지만 림을 노리는 빅맨들처럼 커터, 스크리너로써 뛰며 성공적인 활약을 거두기도 했다. 타이불은 인사이드에서는 엘리트 수준의 마무리를 선보이지만 현재 식서스에는 수비에서 타이불의 자리를 채우거나 외곽 슈팅 결점을 보완할 인재가 없는 상태다.

 

 

 

 

모리는 타이불의 삶과 농구에 대한 접근법이 아주 똑똑하다고 평한다. 농구에서 슛을 던질 때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타이불의 마음가짐은 코트 위에서 성공할 수 있는 류에 속한다.

 

식서스는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호크스에 패한 이래, 계속 불안한 상태에 있다. 시몬스 트레이드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길 고대해야 한다거나, 최근엔 로스터가 코로나 프로토콜이나 부상으로 크게 타격받았던 일이 있었다. 하지만 타이불은 불안 속에서도 안락함을 찾아내는 타입이다. 일생 동안 그를 고무시킨 점이랄까. 시몬스는 떠날지도 모르지만 다른 식서스 팀원들은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타이불 역시 마찬가지다.

 

 

 

 원문 링크

https://www.theringer.com/nba/2021/12/16/22839458/matisse-thybulle-philadelphia-76ers

 

요즘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타이불이 NBA 선수로 거듭나기까지의 삶을 녹여내고 있는 글입니다.

 

일찍 떠나보낸 어머니에 관한 일화가 심금을 울리네요. 또 어머니의 병상이 있던 병원을 매년 찾아 여러 물품 지원, 자원 봉사, 투병 중인 아동들에게도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고 하니 인격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NBA 최고의 수비수가 될 재목이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고는 있는데, 제 이전 페이버릿이 드와이트 하워드였던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전 수비수들을 좋아하나 봐요. 동농에서도 슛에는 별 툴이 없어 열심히만 뛰어서일지도..ㅎㅎ

 

6
Comments
2022-01-27 05:18:36

잘 읽었습니다 ㅎㅎ
얼마전 thinking basketball에서 타이불 영상 만든거 봤는데 독특하긴 하더군요ㄷㄷㄷ

OP
2022-01-27 12:26:35

검색하고 보고 왔네요. 감사합니다ㅎ

2022-01-27 09:32:51

셀틱스 픽이었다니 몰랐네요 ㄷㄷ

OP
2022-01-27 12:24:56

저도 픽업으로 데려온지는 이번에 알았네요

2022-01-27 11:06:04

점퍼 수비는 레알이더군요 이 친구

OP
2022-01-27 12:27:16

컨테스트가 안될것도 되는 느낌이랄까요. 디플렉션도 잦고 팔이 긴가봐요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