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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KIA 주말 경기 후기 - 김종국 감독의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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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5-29 00:02:09

고추농사 짓고 방금 집에 와서 주말 KIA 2경기에 받은 인상에 대해 끄적여 봅니다.

 

최지민의 마무리 투수 테스트

 

토요일 경기는 최지민의 등판 시점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6:3으로 넉넉하지만은 않은 점수 차이였고, 상대 타선이 모든 팀들이 투고타저 찍는 와중에 홀로 타고투고 찍고 있는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타선을 갖춘 LG 타선이었으며, 정주현의 도루 실패 아웃이 있긴 했지만 2사 1, 2루 라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가장 최지민에게 큰 중압감이 갈 상황은 이 경기가 '양현종의 통산 단독 다승 2위'를 확정 지을 수 있는 경기였다는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양현종이 지난 등판 키움 전에서 7이닝 1자책의 호투를 하고도 승리를 하지 못 한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부담이 됐을 겁니다. 타석에는 지난 잠실 3연전에서 KIA 타선을 엄청나게 괴롭힌 문성주였고, 승부를 하려 했지만 신범수의 포일로 1루가 비니까 어렵게 승부를 가져가면서 볼넷으로 1루를 채웠죠.

 

이때 저는 소리만 듣고 있어서 중압감을 못 이겨내나 싶었는데 오지환을 상대로 초구 슬라이더를 존 안에 넣어서 헛스윙을 유도했고, 2구째 슬라이더도 존 안에 넣어서 파울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냈습니다.(사실, 좋은 공은 아니었습니다. 밋밋하게 몸쪽 높게 들어간 슬라이더였는데 운이 좋아서 파울이 됐죠) 3구는 의식적으로 바깥쪽으로 빠른 공을 던졌고 4구는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지면서 높은 볼, 그리고 5구째 한가운데에 빠른 공을 쑤셔 넣었는데 149km/h 구위 빨로 가운데 실투를 파울로 이겨냈습니다. 결정구는 1구째 헛스윙을 유도했던 같은 코스의 슬라이더였고, 오지환이 커트하는 데 급급해서 김호령이 손 쉽게 플라이 아웃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지민이 8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죠. 그 힘든 7회를 이겨내고 피로가 어느 정도 쌓여 있었을텐데 오스틴을 상대로 6개의 공 중 직구만 5개를 던지면서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고, 김현수를 149km/h 바깥쪽 꽉 찬 직구로 헛스윙 삼진. 문보경을 상대로 직구로 2스트라이크 잡고 슬라이더 2개 연거푸 던져서 삼진 아웃을 잡아 냈습니다.

 

전 지난 리뷰에서 최지민이 잘 막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운이 따른 결과다. 아직 투구 이닝에 비해서 삼진이 너무 적다. 좋은 마무리 투수는 변수를 최대한 막기 위해 삼진 잡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여전히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최지민이 등판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닝 대비 부족한 탈삼진 숫자도 최근 5경기에서는 5.2이닝 동안 4개를 잡아내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중압감이 컸을 LG전에서는 4개의 아웃 카운트 중 2개를 삼진으로 잡았고요. 등판을 거듭할수록 프로 투수로 완성되고 있습니다.

 

삼진이 적은 이유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완성도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삼진을 잡아내는 건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지는 변화구죠. 그리고 최지민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떨어질 때, 리그 원탑의 마무리 투수로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정해영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투구도 최지민의 마무리로 보직 전환을 가져올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일요일 경기에서 정해영은 7대0으로 크게 뒤지고 있었음에도 8회에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비록 실점은 하지 않았고 정타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최고 구속은 141km/h에 그쳤고 5개의 직구 중 딱 2개만 140km/h을 간신히 넘겼습니다. 큰 점수 차이임에도 문성주에게는 볼넷을 허용했고요. 부담이 없는 상황에 올라왔음에도 구속은 그대로였고, 볼넷까지 내줬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 감독과 투수코치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정해영 2군, 최지민 마무리 승격이라는 결정으로 이어졌으면 싶네요. 이래야 최지민의 혹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큰 점수 차이라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만 7회에 나온 박준표의 호투도 코칭스태프의 투수 보직 전환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4월 박준표의 2군 경기 투구를 봤을 때만 하더라도 구속은 그때도 144km/h까지 나왔지만 무브먼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의 투심이 한가운데 딱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가면서 1군 올라오려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보니 투심의 무브먼트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기록지를 보니 박준표가 그 전에는 안 던졌던 포크볼을 던졌네요.(화면 상으로는 투심인 줄;;) 기존에는 투심과 커브라는 단조로운 구성이었는데 포크볼을 추가한 게 오늘 호투의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박동원을 포크볼로 삼진으로 잡았고, 박해민도 포크볼로 유격수 빗맞은 땅볼을 유도했으며, 신민재도 포크볼로 투수 땅볼 아웃으로 잡아냈습니다. 투심보다 조금 더 각이 크게 변하면서 땅볼을 유도하기 좋은 코스로 잘 들어간 듯 싶습니다. 

 

여전히 오늘 경기에서도 투심이 조금 몰리는 감이 있었는데(그래도 한가운데 몰린 투심이 파울이 되는 걸 보면 무브먼트는 많이 좋아졌다고 느껴집니다.), 오늘처럼 포크볼을 존에서 잘 떨어뜨릴 수 있다면, 우완 셋업맨 역할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다만, 아직 1경기 뿐이고 점수 차이가 큰 상황이라서 조금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피칭이 필요합니다.

 

 

2군으로 내려갈 사람은 누구일까?

 

양현종 전담포수 역할을 하던 한승택이 4회 찬스 상황에서 대타 이창진으로 바뀌는 흔치 않은 모습이 나왔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첫 타석에 들어서기도 전에 한승택이 신범수로 교체되었습니다. 이 교체 장면을 보면 감독의 인내심도 드디어 한계를 드러낸 것 같습니다. 그럴만도 한 게 비록 스윙으로 판정이 됐지만, 1회 앤더슨의 직구를 미트를 떨구며 받아내질 않나, 2회에는 앤더슨의 투구를 잘못 캐치하면서 박해민을 한 베이스 더 보내질 않나, 사인 미스이긴 했지만 악송구까지 저지르면서 박해민을 홈으로 들여 보내줬죠.

 

두 경기 연속 경기 초반에 대타로 교체됐는데 이건 '더 이상 너의 자리는 1군에 없다'는 신호와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한승택의 깜냥은 백업 포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김민식은 한 시즌 이상 주전 포수로 뛴 경험이 있지만, 한승택에게는 그런 경험 자체가 없습니다. 김민식보다 수비력이 월등한 것도 아니고 타격은 김민식도 별로지만, 한승택은 지하 아래에는 지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박동원이 없으면 김민식으로 버티기는 가능한데, 한승택은 그런 버티기 역할 조차 못 합니다. 결국 박동원을 못 잡은 스노우볼이 한승택에게도 비극으로 작용한 셈이죠.

 

체력도 안 좋고 덩치도 작고, 투수에게 안정감을 주지도 못 하고, 도루를 적극적으로 잘 잡아내는 것도 아니고, 한승택의 자리는 그냥 딱 여기까지입니다. 아마, 내일은 1군에서 말소되고 주효상이 올라올 것 같은데, 주효상이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한승택의 얼굴을 보겠지만, 주효상이 키움 시절만큼만 해도 한승택의 얼굴은 보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런데 주효상의 키움 시절이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통산 기록은 한승택보다 못 합니다. 즉, 한승택의 얼굴도 10일 뒤에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얼마나 KIA 포수진이 개판이면...)

 

또 1군에서 말소될 사람은 변우혁 같습니다. 1회에 문성주 타구가 빠르긴 했지만, 평균적인 수비력을 갖춘 선수라면 병살타로 처리를 했어야 했죠. 그리고 오늘 임찬규의 제구가 무시무시하긴 했지만, 상대 수비수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1사 1, 3루 상황에서 타격이 너무 한심했습니다. 임찬규의 초구 직구가 벨트 라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죠. 그 공은 그냥 지켜볼 공이 아니라 무조건 스윙이 나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수비에서 실책을 저질러서인지 아니면 그냥 변화구가 올 거라고 지레짐작을 했던 것인지(실제로 대부분의 투수가 변우혁 상대로는 변화구만 던지니 직구만 3개 던져서 삼진 처리한 임찬규의 볼배합이 대단했죠) 그냥 지켜보고 말았죠.

 

그리고 변우혁은 다음 이닝 수비에서 교체됩니다. 수비는 못할 수 있는데, 1사 1 3루 찬스 상황에서 초구 직구를 그냥 지켜본 것을 코칭스태프에서는 큰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겠죠. 변우혁이 수비 실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라(수비 이닝 얼마 되지도 않은데 실책이 6개나 됩니다.) 타석에서 공격력 말고는 1군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는데 그마저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으니 1군에서 내릴 수밖에 없죠. 아마 내일 2군으로 내려갈 것 같고, 2군 내려가서 자신감을 좀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올라올 선수는 임석진 아니면 김석환일 것 같은데, 김석환은 부상 복귀해서 얼마 안 되었기에 임석진이 올라올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네요.

 

마음 같아서는 한 명 더 내리고 싶은데 황대인입니다. 시즌 타율이 .212 밖에 안 됩니다. 최근 10경기에서 장타는 5월 16일 삼성전에서 친 홈런이 전부고요. 컨택도 안 되고 수싸움도 안 되고, 그냥 다 엉망입니다. 그런데 황대인은 안 내릴 것 같네요. 아마 조금 더 기회를 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내일 말소될 것 같은데 KIA 선수와 내려갈 확률을 예상해 보면...

 

1. 한승택 - 99.99999999999999999%

2. 변우혁 - 95%

3. 황대인 - 30%

4. 정해영 - 15%

 

...일 것 같습니다. 하나도 안 내리면 감독 직무 유기죠.

 

 

선수 단평(일요일 경기만)

 

  • 앤더슨 - 진지하게 퇴출 걱정할 때. 어쩌면 메디나보다 빨리 짐 쌀 수도 있음
  • 김대유 - 점수 다 주니까 그제야 제구가 잡힘
  • 이준영 - 좌타자 상대로 2삼진, 우타자에게만 귀신같이 안타 허용
  • 장현식 - 5경기 연속 무자책 행진(5이닝 4탈삼진 2볼넷)
  • 박찬호 - 첫 타석 안타, 세 번째 타석 직선타, 그리고 오랜만에 나온 MLB급 수비
  • 고종욱 - 첫 타석 2루 직선타가 빠졌더라면... 오늘 경기 양상도 달랐을 듯
  • 소크라테스 - 4번의 타격 중 한 번 빼고는 다 총알 같은 타구였는데 다 야수 정면으로 감
  • 최형우 - 임찬규 킬러... 임찬규에게 고전하다.
  • 이우성 - 시즌 3호 홈런, 어제 이창진이 잘 하니까 위기감을 느꼈나? 
  • 김선빈 - LG팬들에게 악마의 모습을 선사하다.
  • 이창진 - 멋진 호수비가 빛을 바라다.
  • 윤도현 - 3구 삼진과, 파울 플라이 실책, 잔인한 1군 데뷔전
  • 김규성 - 그냥 딱 대주자, 대수비 전문
  • 신범수 - 1-2루간으로 항상 날카로운 타구를 날리는데 타구운이 항상 안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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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05-29 00:14:46

오 고추농사 ㄷㄷㄷ 비 몰아서 오지 말고 촉촉하게 오기를 빕니다...

OP
1
2023-05-29 00:16:04

https://serie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2017700

 

피곤해서 뒤질 것 같습니다.

1
2023-05-29 00:19:05

아이고 ㅠㅠ... 그래도 효도하셨습니다

2023-05-29 00:18:23

박준표든 누구든 구세주가 한 명 갑툭튀 해야 ㅠㅠ...

그리고 영입 안 할 거면 용병이라도 빨리 수혈을...

OP
2023-05-29 00:26:27

안 되면 모든 선발투수가 좌완이라도 놀린 파노니 다시 데리고 와야죠…

1
2023-05-29 00:43:23

 기아는 특이한게 1,2군 변동 거의 없던데 그런 케이스가 흔치 않은데 신기하더군요

 

다른팀들은 20~30명 정도 왓다갓다 하는데 기아는 6명인가 바꿈...그것도 시즌 개막시리즈에서 선발투수들 올리는거 감안하면 사실상 거의 안 바꾼

OP
2023-05-29 00:46:48

감독이 이상하죠. 엘지처럼 뎁쓰 두터운 팀도 아닌데…

2023-05-29 01:33:08

정해영은 꾸역꾸역 쓰는거보니..

블론 기록하면 내릴거같았는데

 

오늘 나온거보면 내릴수도잇겟네요.

OP
1
Updated at 2023-05-29 01:49:36

올시즌 끝나고 군대 문제부터 해결했으면 좋겠네요.

2023-05-29 10:32:54

 정해영은 아시안게임 꿈도 꾸지 말고 그냥 올시즌 끝나고 바로 군문제 해결할 준비 해야.. 이의리도 여차하면 같이 훈련소 가야할 판

OP
2023-05-29 11:37:11

맘 같아선 시즌 중에 현역 입대시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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