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소하다가 우연히 구여친 사진을 발견했네요. (다소 감상적)
이제 아기도 쑥쑥 크고 있고 여러 필요한 물건들이 택배로 들어오면서.
대청소를 한번 했습니다.
큰 방, 거실, 옷방, 작은방...
작은방을 치우던 중 저의 예전 물건도 정리를 했습니다.
최근에는 잘 하지도 않아서 먼지가 쌓인 스위치 라이트, 밀란 우승 기념으로 샀던 베스트 일레븐 잡지, 예전에 쓰던 지갑...
'어라 지갑??'
저는 지갑에 식당 쿠폰이나 그런 것들 대충 다 처박아 놓거든요 ㅋㅋ
혹시 건질만한 쿠폰 같은 거 있나 찾아보던 중 사진 한 장이 툭하고 떨어집니다.
'이게 뭐지? 내 예전 증명사진인가?'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뒤집어 보니 바로 구여친의 증명사진이네요.
그녀와 관련된 물건이나 사진은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정리 못한 흔적이 있더라구요.
찰나의 순간 잠깐 상념에 빠집니다.
만난 기간도 1년 남짓이었고 사귈 때는 말 그대로 '전쟁 같은 사랑'을 했던 사람이었죠.
지금 와이프와는 성향도 정 반대였습니다.
조용하고 매사 현실적이지만 간간이 장난기가 있는 와이프와는 달리 자기주장 강하고 왈가닥이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늘 덤벙거리던 사람이었죠.
사귀고 난 뒤에 저의 어디가 좋았냐고 물어봤더니 맞춤법을 잘 맞추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가진 사람.
사귈 때는 정말 불같이 사랑했었고 또 불같이 싸웠던 그런 사람.
헤어진 이유도 특정 분야에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을 제가 따라갈 수가 없었죠.
결국 제가 이별을 고하고 일주일 내내 울면서 전화를 했던 사람.
그 순간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우리의 미래는 불완전할 것 같아서 더 냉정하게 쳐냈었던 것 같네요.
이별 당시에는 후련한 감정이 앞섰지만 시간이 지나자 미안한 감정이 솟았고 더 시간이 흐르자 이젠 기억 속에서 아련한 추억으로 잘 보관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0분 정도 상념에 빠지고 있을 때 와이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방에서 뭐 하고 있어?? ㅇㅇ이 매트 까는 것 좀 도와줘~"
그 말에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응 알겠어 지금 가~"
사진은 호주머니에 넣은 채 와이프한테 갑니다.
"쪼매난 방 하나 정리하는데 뭐 그렇게 오래 걸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ㅎㅎ"
아들내미의 매트리스를 깔고 분유를 먹이고 와이프와 소소한 얘기를 하면서 또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잘 갔다 올게~ ㅇㅇ이랑 잘 있어~~"
아침 인사를 하고 출근을 합니다.
출근할 때 늘 쓰레기를 버리는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여전히 웃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정리합니다.
이젠 정말 오늘로 다 정리가 된 것 같네요 ㅎㅎ
그래도 그녀는 어디선가 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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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10:09:48
네 일단 스샷 찍어서 형수님께 보내겠읍니다 저도 요번에 이사하면서 15년전 첫사랑 사진 발견해서 비슷한 감상 느꼈는데 감회가 새로우시겠어요 2
2024-03-28 10:11:30
저 일단 pdf 땄는데 얼마정도로 합의 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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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도 증명하지 않는 사진을 발견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