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이는 자본주의 쩐주 논리는 거북하긴 합니다.
1. 이번 사태에서 현 시점까지 대중들이 볼 수 있는 가장 명백하고 선명한 "배임적 행위"는 이번 사태를 대대적으로 공론화하고 온갖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 시가 총액을 1조원 가까이 증발시킨 하이브 경영진의 주주들에 대한 그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이번 사태를 촉발시키고 공론화시키고, 지저분한 가십 싸움으로 몰고 가며 시총 하락을 이끈 것은 모두 하이브 측이 아닌가요.
설사 하이브 경영진 측이 민희진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하여 실행의 착수 혹은 그 이상의 것을 증명할만한 합당한 증거들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의 귀책이나 비난가능성이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민희진 대표를 잘라낼 방법이 진정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1조원 가까이 증발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는가? 민희진의 존재가 주주들의 1조원짜리 손실보다 더 큰 해악인가?
2. "민희진 대표는 결국 피고용인으로서 쩐주 돈 받아 일하는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펼쳐지는 자본주의 쩐주 논리들을 보면 이따금 거북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사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뉴진스의 컴백 타이밍에 딱 맞춰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시총을 증발시킨 하이브의 행위들보다, 민희진 대표가 '피고용인 주제에' 내놓는 다소 거칠고, 날것스러운 주장에 대해 "돈 받고 일하는 실무자 주제에, 아마추어스러운, 소시오패스스러운, 경영인 또는 리더의 자질이 부족한, 동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과 같은 지적과 비난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죠.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반항할 때도 젠틀함을 지켜야 하는 반면, 그 돈을 주는 쩐주들은 시총을 증발시켜도, 추접하게 언플을 해도, 기업 이미지를 손상시켜도 '돈 주는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지'라는 무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잘잘못을 떠나 이 사태로 발생하는 주주들에 대한 피해, 아티스트에 대한 피해에 대한 주요 귀책은 하이브 측에 있어 보이는데 말이죠.
더군다나 상장회사인 하이브는 엄밀히 따지면 주주들의 소유이지, 경영진의 소유물이 아닌데 "경영진=쩐주"라고 자연스럽게 치환한 듯한 느낌까지 함께 보이니,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자주 보이던 그 인식들과 오버랩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정작 이번 사태를 촉발시키고, 뉴진스 컴백에 재뿌리고, 주주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건 하이브 측인 것 같은데 뉴진스 언급은 하지 말았어야지, 카피캣 언급은 하지 말았어야지, 피고용인 주제 파악을 했어야지, 자의식 과잉은 적당히 했어야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노고도 고려했었어야지 소리 듣는 건 민희진 대표인 게 아이러니합니다.
개인적으론 민희진 대표의 반응은 하이브의 시총 1조원짜리 작용에 대한 반작용치고는 크게 오버한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요. 물론 그 표현방식이 굉장히 독특하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이긴 했지만..
3.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예상이나 어떻게 흘러가야지 하는 당위를 이야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배임적 행위가 있었다면 송사를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고, 하이브 측과 민희진 대표 사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건 맞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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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한국 기업 특유의 보스 문화가 보여서 싫은듯 ㅋㅋㅋ 말만 주식회사에 거대엔터기업이지 20년전 조폭들이 기획사 운영한거나 다름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