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순위 
자동

KIA : 두산 후기 - 고점의 이의리를 보여 준 경기

Lenore
  86
2026-04-17 18:17:56

개막하고 3번 연속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피칭을 한 이의리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5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제압했죠. 불펜은 황동하가 흔들리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타선이 계속 추가점을 내면서 어렵지 않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수비에서는 데일이 잠실 그라운드에 적응을 도통 못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노출했는데 대수비 요원인 박민, 정현창이 좋은 수비를 보였고, 나성범이었다면 절대 못 잡았을 양의지의 2루타성 타구를 박재현이 잘 잡아낸 것도 오늘 경기 잡아낸 좋은 수비 중 하나였습니다. 

 

밤이 늦었기 때문에 오늘은 이의리, 데일, 그리고 젊은 야수들의 이야기를 짧게 하고 선수 단평으로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의리, 1회의 투구는 메이저리그감

 

오늘 이의리 투구의 이닝별 별점을 매기자면, 1회는 10점 만점. 2회는 8점. 3회는 3점, 4회는 5점, 5회에는 7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여전히 반대 투구가 많았고, 포수의 의도대로 들어가지 않은 공들이 많았지만, 이전 경기에 비해서는 확연히 나아진 점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구속' 입니다. 오늘 이의리는 최고 156km/h. 평속 150.2km/h를 던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개막전의 148.1km/h이 최고 평균구속이었는데 여기서 2km/h가 더 붙었어요. 

 

이의리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성영탁에게 어떻게 그렇게 잘 던지니? 라고 물었더니 성영탁이 '걍 미트 찢어버릴 정도로 던져' 라고 했다죠. 그 말을 그대로 적용하고 싶어서인지, 오늘 이의리는 커맨드에 신경을 쓰지 않고 존 안에 강하게 던지자는 생각으로 1회부터 던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1회 피칭이 가장 좋았어요.

 

두 번째는 '우타자 몸쪽 커맨드'입니다. 제가 이의리를 비판할 때의 단골 레퍼토리가 우타자 몸쪽으로 포심을 못 꽂는다는 평가인데, 오늘 1회에는 포심을 몸쪽으로 박아 버리더군요. 1회부터 박찬호 상대할 때 포심 5개 중 2개를 몸쪽으로 붙였고, 다음 타자 박지훈 상대할 때 4개의 포심 중 1개 제외하고 모든 포심을 몸쪽으로 붙였습니다. 그 결과가 몸쪽 먹힌 타구로 인한 3루 직선타였죠.(직선타이긴 했는데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정타는 아니었습니다.) 이의리가 우타자 몸쪽으로 넣는 빈도 수가 오늘 경기의 30%만 늘려도 더 좋은 피칭도 가능할 겁니다. 이거 쳐봐야 타구 먹히거나 평범한 땅볼입니다. 

 

세 번째는 '슬라이더'입니다. 오늘 체인지업은 4개 밖에 안 던졌고, 체인지업으로 잡은 삼진은 양석환을 잡았을 때의 삼진 1개 뿐으로 기억합니다. 대부분은 슬라이더였죠. 오늘 슬라이더가 정말 좋은 위치에서 떨어지더라고요. 물론, 높게 던졌다가 강승호에게 큰 타구를 허용하긴 했는데 박민의 호수비에 잡혔습니다. (강승호의 타이거즈 킬러 정신은 여전하던 ㄷㄷㄷ) 투수가 실투가 없을 수 없으니 이런 투구 한 두 개 정도는 괜찮습니다.

 

1회에 바짝 구속을 올렸기 때문인지 5회에는 포심 구위가 무뎌지긴 했는데 그래도 3, 4회에 보다는 커맨드가 괜찮았어요. 5회 투구 수가 늘어난 이유는 박지훈의 땅볼 타구를 데일이 잡지 못 했기 때문이었지, 이의리의 잘못은 아니었죠. 데일이 그 타구만 잘 처리했으면 이의리가 6회에도 올라올 수 있었을 겁니다.

 

오늘 잘 던지긴 했지만, 여전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오늘 반대 투구가 많았고, 운 좋게 그 반대 투구가 바깥쪽 보더라인에 꽂히면서 위기를 벗어났지만, 결국엔 포수가 요구하는 비슷한 위치로 던져줘야 하죠. 이의리 특유의 11시 쪽으로 크게 빠져 나가는 포심도 적지 않았어요. 이런 공들의 빈도가 절반 수준으로만 떨어져도 리그 씹어먹을 수 있는 구위를 갖춘 선수입니다. 

 

그동안의 부진으로 마음 고생이 컸을 것 같은데, 오늘 좋은 피칭을 발판으로 등판을 거듭하면서 로케이션이 안정되는 모습이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러다가 다음 등판에서 또 볼넷 남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의리의 제구력이긴 한대, 그래도 그 전과 다른 모습이라면 '전력 피칭으로 존을 공략한다'는 마인드가 심어진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긍정적인 기대를 해봅니다. 다음 등판에서도 1회에 미트를 찢어 버린다는 생각으로 커맨드에 신경쓰기 보다는 존 안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계속 던졌으면 좋겠어요. 

 

 

데일의 불안한 수비. 그리고 젊은 야수들의 수비력

 

오늘 경기 야수진의 활약에서 흠이라면, 데일의 수비에서의 허점 같습니다. 오늘 상대팀의 톱타자로 나온 박찬호에 길들여져서 인지, 데일의 수비를 보면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데일이 타격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똑딱이에 불과해서 조금만 부진해도 타석에서의 생산성이 확 나빠지는 타입입니다. 오늘 5타수 무안타로 WRC+가 108.6까지 낮아졌습니다. 수비력이 훨씬 뛰어난 박찬호가 지금 출루율 .392에 WRC+ 117.4찍고 있고요. 

 

물론, 데일과 박찬호는 몸값 차이가 커서 직접적인 비교는 데일에게 가혹합니다만, 팀 실책이 7개로 리그 최소인데 이 중 4개가 데일이 저질렀다는 건 아무리 유격수의 수비 기회가 많아서 라고 해도 납득이 쉽지 않은 불안함입니다.

 

하지만, 전 데일이 수비를 못 한다고 '낙인'을 찍고 싶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데일은 '리그 적응 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잠실 구장 그라운드는 딱딱해서 내야수들이 수비하기 정말 어려운 구장이죠.(이런 점에서라도 빨리 새로운 구장에서 경기를 해야 함) 대표적인 장면이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실책성 수비였던 5회 박지훈의 안타 타구였어요.

 

손아섭의 땅볼을 실책한 장면은 잠실 구장 그라운드의 딱딱함과는 무관하지만, 이전 수비에서 땅볼이 크게 튀는 걸 생각해서 수비할 때의 집중력이 흔들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데일의 경우, 모든 그라운드를 다 뛰며 수비를 한 게 아니다보니, 구장마다의 바운드 특성을 파악할 시간적 여유도 없죠.

 

그래서 아직까지 전 데일의 불안한 수비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문제라고 보고 싶습니다. 소프트웨어의 문제라면 경험치가 쌓이면 업그레이드 하면서 해결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하드웨어의 문제라면 경험치가 쌓여도 개선이 쉽지 않죠. 가령, 어깨가 약하다거나(아직까지 어깨가 강한 지 잘 모르겠습니다.) 순발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 이런 것들은 하드웨어 문제라서 개선이 쉽지 않습니다.

 

유격수는 '공격보다 수비 우선'인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데일의 수비 수치로 '유격수 포지션에서 뛰고 싶다면' WRC+ 100이 아니라 120 정도는 해야 용서가 됩니다. 어차피 올 시즌은 데일로 시즌을 계속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데일이 겪고 있는 문제가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였으면 좋겠네요. 이런 수비력으로는 불안해서 유격수 자리를 줄 수 없습니다.

 

 

젊은 야수들의 수비력이 승리를 지키다.

 

데일의 수비는 별로였지만, 오늘 경기에서 강승호의 굉장히 빠른 타구를 잡아 낸 박민의 수비. 타격감이 완전히 살아 난 양의지의 2루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 하며 잡아낸 박재현의 수비. 8회에 김인태의 절묘한 코스로 빠져 나가는 1-2루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 낸 정현창의 수비는 좋았습니다. 

 

우승 시즌과 달리 지난 시즌은 외딴 섬에서 훈련에만 매진한다고 하드만, 초반에 성적 박을 때는 섬에서 훈련해봐야 소용없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 시즌 현재까지 야수들의 수비하는 모습(특히, 김선빈)을 보면 섬에서 훈련한 보람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데일 빼고는 수비가 안정적이니까요. 젊은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좋아지긴 했습니다.

 

시즌 프리뷰를 적을 때, 제가 KIA의 약점으로 꼽은 게, 똥볼들만 가득한 불펜. 수비의 핵심 박찬호가 빠져 나가 흔들릴 것 같은 수비. 두 가지를 가장 큰 약점으로 꼽았는데, 불펜의 약점은 김범수, 이태양의 활약으로 보완이 되고 있고, 수비의 약점은 데일이 아닌, 젊은 야수들의 적절한 대수비 투입으로 해결이 되는 것 같아요.

 

오늘처럼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는 후반에 김선빈 대신 박민이나 정현창을 투입하고, 나성범이 수비로 나서는 경우에는 우익수에 박재현, 그리고 카스트로도 경기 후반에는 좌익수 박정우를 기용하며(다만, 박정우는 아직까지 수비 좋은 지 모르겠음;;) 1루수도 김규성을 기용하면서 후반 경기를 잠글 때 요긴한 용병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서 젊은 야수들이 경험을 쌓으며 성장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죠.

 

불펜 영입, 그리고 젊은 야수들의 수비 실력 향상 등이 지금의 KIA 8연승을 이끈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타선도 잘 해주고 있지만, 전 타선은 애초에 잘 해줄 거라고 기대했고 불펜과 수비에서의 안정이 지금까지의 호성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안한 점은 가장 중요한 유격수에서의 데일의 수비력이 개선이 될까라는 점인데, 데일의 수비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데일도 후반에는 정현창이나 박민으로 교체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이렇게 하면 백업 자원으로 중견수 요원만 3명(김호령, 박재현, 박정우), 유격수 요원만 3명(박민, 정현창, 김규성)이네요. 

 


선수 단평

 

  • 김호령 - 공수 다 되는 중견수,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하나
  • 김선빈 - 감히, 김선빈에게 바깥쪽 높은 코스를 요구해?
  • 김도영 - 앞 타석에서의 부진, 마지막 타석에서의 잘 밀어 친 타구로 만회하다.
  • 카스트로 - 몸쪽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침. 하지만 바깥쪽은 너무 취약하다. 여기에 ABS 고문까지
  • 박정우 - 넉넉한 점수 차이에 홈 송구를 하는 처참한 BQ... 그래도 9회 적시타로 자기가 싼 똥, 자기가 치웠다.
  • 박민 - 확실히 타석에서 뭔가 달라 짐. 수비에서도 자신감이 넘침. 
  • 김규성 - 타격은 아직까지는 나쁘지 않은데, 1루수로 자꾸 쓰는 건 너무 불만임
  • 주효상 - 확실한 타깃 설정으로 이의리의 호투를 이끌어 냄. 리그 최고의 주자를 잡아 내는 완벽한 도루저지까지! 김태군이 복귀를 앞두고 있는데 1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
  • 박재현 - 잘 친 타구는 호수비에 막혔지만, 적극적인 스윙이 잠실 구장 그라운드를 활용한 내야안타를 만들어 냈다.
  • 이태양 - 하루 쉬니까 바로 정상화 되는 구속과 날카로운 포크볼, 잘 아껴씁시다.
  • 황동하 - 커맨드가 전혀 안 이루어지고 있음. 구속도 아직 정상이 아니다.
  • 조상우 - 작년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좌타자 상대할 때는 결정구가 없어서 고민
  • 김범수 - 2아웃 잘 잡고 긴장을 했으나, 예술 같은 슬라이더로 손아섭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모습은 멋졌다.
0
댓글
댓글 남기기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15:47
3
163
메피스토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