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Loser의 넋두리
저도 밑의 글처럼 거리낄 것 없이 제 나름대로 원테이크로 가보겠습니다.
저는 사회생활의 기준에서는 이미 루저입니다.
40대가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장 나부랭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내에서 부서가 여러가지 풍파를 겪은 후에 쪼그라들어서 막내 신세를 못벗어나고 있습니다.
지원 부서라서 평가 받을 때마다 고과도 별로고, 고백하자면 나이 먹고 경력직으로 들어온거니 순혈주의 강조하는 회사 조직의 특성상 미국 유학가서 근사한 박사 따온 것도 없고 화제가 되는 업계의 셀럽같이 광팔아 먹을 수 있는 성과도 없기 때문에 더 높은 직책과 역할을 줄 가능성은 이 조직에서 아예 없는거나 마찬가지죠.
아는 형과 대화할 때마다 그러시더라고요.
아는 형 : 너 나이대에 다른 친구들은 포지션이 어떻냐
그냥 : 보통 차장? 빠르면 부장? 은 되는 것 같은데요
아는 형 : 넌 그런거 보면 느끼는거 없냐.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분한 마음 같은거 안들어?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어차피 임원 같은거 되는거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 실무진에서만 대충 구를 수 있는 것만해도 족하다. 라고.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점점 도태남의 길에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좀더 어린 나이에 잘나가는 인원들에게 기회를 더 주고, 저같이 스타트라인에 다시 서서 이제 막 힘내려고 나름 잘해보려 하는 경우에는 기대도 안하고 때되면 못견뎌서 결국 조용히 나가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인거죠.
그래서 먼저 탈출할 비상구를 찾아 영화 쇼생크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이 밤새 감방 안에서 연석 부위를 찾아 탈출 루트를 파내듯이 이직시장을 기웃대는겁니다. 평일 밤 9시 이후에 퇴근해도 자정 이후에도 헤드헌터들이 보내주는(과연 생각없이 뿌리는 포지션 제안 떡밥을 절실한 마음으로 내가 생각없이 집어 물었든, 정말 그네들이 생각하는 '능력있는 인재'라고 평가해서 제안하는지 모르지만) 메일을 읽고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는 몇번이고 처음부터 갈아엎고 수정하면서 또 기한에 맞춰서 제 경력기술서 워드파일을 첨부해서 회신을 줍니다.....그리고 대부분은 서류 광탈이라는 결과를 손에 쥘 뿐이지만요. [대퇴사시대, 대이직시대에 당신이 해야할 전략은?] 이라는 파일을 보면서 마음 잡고 전략을 짜보기도 하지만, 끽해봐야 블라인드에서 loser라고 규정한 월급 400따리 안에서 내 경력 다 인정받고 얼마나 더 나아지겠어? 하는 허무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돌아와버리죠.
("왜 그런 스펙으로 여기에 있는거에요?" 라는 말은 일상으로 흔하게 들어서 이골이 났습니다. 주변에서 뭐라하든 현실은 냉정하게 생각해서 도전할 공간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 그런 자존심은 버린지가 오래입니다.)
나이는 상관이 없습니다. 의지와 죽을만큼 자기 노력만 있으면 충분해요! 라고 동기부여 전문가들이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에서 떠들어대는걸 지나가면서 봅니다. 하지만 전 속으로 외치죠. 야, 똑같이 그런 생각해서 모두다 똑같이 죽을만큼 노력하면 내 순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더라. 요샌 다 똑똑하고 잘난놈들 천지인데 똑똑한 놈들이 경쟁에서 나같은 놈들 제끼는건 메시가 드리볼쳐서 수비 2-3명 제끼는것처럼 너무 간단해. 라고요. 밑에서 글쓰신 분이 말씀한 것처럼 생존 그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태인 것에 대해 뒤늦은 나이에 뚜의 세계에 가든 선을 보든 소개팅을 하게 되든 저는 '2등급 미만 품종'의 딱지로 이성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 나이에 전문직도 못따고, 회사에서는 낮은 직급에, 사람은 좀 좋은거 같은데 겉으로 봤을 때 패기도 없고 일에 찌들어 가는 일반적인 도태남의 모습은 어떻게 숨길 수 없으니까요(게다가 어린 걸그룹 멤버들 보면서 힘을 쥐어 짜내서 하루를 버티는걸 알면 기겁하고 도망갈 것이 뻔할테니 그건 죽을만큼 싫어서 일반인 코스프레를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아주 운이 좋아서 나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어느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서 만의 하나의 확률로 자식을 낳게 되더라도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 라는 질문에 내가 낳은 자식이 당당하게 말하고 아버지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될지. 그런 생각만 하면 결혼이라는걸 해도 나는 내가 낳은 자식에게도 다른 잘난 부자 아빠들이 심어주는 자신감 넘치는 미래가 아니라 어려운 얘기를 해야 하고,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더라도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처럼 항상 반성문을 마음 속으로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게 되니까요.
많은 분들이 징징징징 또 시작이구나 이 걸그룹 덕후 아조씨. 이럴 것입니다. 비아냥대는 댓글 악플 다 감수하고 글을 씁니다. 근데 이렇게라도 어떻게 말을 하지 않으면, 뭐라도 풀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요. 일상 생활에서 감춰온 괴로움과 침울함은 그 어디에도 풀 수 없다는게 제 현실이라서요. 친구들 지인들 형님들 누나들 다 있지만, 대부분은 "야 그냥 니가 힘내서 잘하면 되잖아. 잘할 수 있는거 아냐?" 라는 답변만 듣게 되어서요. 가련한 공무원 회원님의 고통받는 일대기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연민을 느끼고 마음을 아프게 되는 이유는, 그 분도 매일 분투하지만 어딘가에 필요한 대나무 숲이 여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글쓰기 |
띠바... 추천 백만한번 누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