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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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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04 03:51:56

조금 전에 방에서 바퀴벌레를 봤어요

저는 배가 고파서 베이컨빵을 먹고 자려고 침대에서 베이컨 빵을 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타다닥 타다닥 튀기는 듯한 소리가 나더군요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바퀴벌레가 제 방에서 어두운 거실로 나가려고 문틈을 비비고 있었어요

갑자기 맛있게 먹고 있던 베이컨 빵에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ㅠ

바퀴를 오랜만에 보다보니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고 어떡하지..어떡하지..하면서 그대로 제 방에서 나가주기만을 바랬어요

그런데 바퀴벌레는 무지 뚠뚠해서 문틈사이로 나가지를 못하더군요

움직임도 둔한 걸 보니 잡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퀴를 잡으려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땅한 게 없더군요

때려잡으면 잡고서 버릴 때 제가 바퀴를 만져야하는데 휴지로 싸서 만지는 것 조차도 무지 싫었어요

그렇게 제가 어쩔 줄을 모르는 사이 바퀴가 제 방 서랍 밑으로 들어갔어요

졸리기도해서 그냥 신경 껐는데 갑자기 타다닥 튀기는 소리가 다시 들렸어요

봤더니 바퀴가 선풍기 바람에 날려서인지 뒤집힌채로 아둥바둥대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순간 바퀴를 손을 대지 않고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서랍에서 박스테이프를 꺼내서 바퀴에게 독방을 만들어주고 작은 시집으로 덮었어요

그렇게 하고나니 제 방 한 가운데라서 제가 다니다가 감옥을 스스로 부수게 될 까봐 걱정이 되었어요

그래서 냉장고에서 비비큐 전단지를 하나 빼와서 박스테이프 아래로 싹 깔아줬어요

그리고 마법의 양탄자처럼 제가 손으로 끌어서 침대 밑으로 옮겨뒀어요

바퀴는 생명력이 강하니 되도록 오래 둘 생각인데요 바퀴 입장에서는 어쩌면 사람을 잘못만난 건 지도 모르겠어요

한 번에 고통 없이 죽이는 편이 사람 손은 더러워도 편해졌을 수 있지만요 저는 제 손이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 고통까지 안겨준 셈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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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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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4 04:41:07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바퀴벌레에겐 통각이 없으니 인간이 아무리 괴롭혀도 바퀴벌레에게 고통을 안겨주진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구속당했을 때 본능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긴 하겠지만, 바퀴벌레가 복잡한 감정을 느낄 것 같진 않으니 죽음의 공포나 절망 같은 정신적 고통은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바퀴벌레는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바퀴벌레를 감금하여 손을 더럽히는 불쾌한 경험을 피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충분히 허용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네요.

OP
2020-08-04 11:15:39

바퀴벌레는 괴롭혀도 되는 대상이었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2020-08-04 05:01:43

크크큭 기어이 내손을 더럽히게 되었군

OP
2020-08-04 11:16:25

내 손까지 더럽혀야겠어? 알아서 저리해..

2020-08-04 08:17:53

죽었겠지하고 책을 들어보니 바느님이 안계시다?!

OP
2020-08-04 11:16:45

신이 바퀴벌레 모습으로 강림ㄷㄷ

2020-08-04 08:19:43

한마리.. 사대박 여러마리 부디 ㄷㄷ ㅠㅠ

OP
2020-08-04 11:16:59

안 돼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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